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5’의 한 부스에서 로봇팔이 자동으로 신발을 3D 스캐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급격한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2035년까지 지난해보다 40~50%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380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런 추세로 가면 2100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견줘 2.5~3도 오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 EA)는 12일(현지시각) “전기의 시대가 왔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계 에너지 전망 2025’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전력 수요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2만7290테라와트시)에 견줘 2035년까지 40~50% 증가한다. 수요 증가는 전기차,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기 난방, 에어컨을 비롯한 가전제품 등 다 양한 분야에서 발생한다.
이중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는 주로 선진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35년까지 지난해보다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지역적으로 매우 집중되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앞으로 10년간 신규 데이터센 터 용량 증가분의 85% 이상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규모는 올해 58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차는 올해 전세계 신차 판매량의 2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또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의 점유율은 2035년까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태양광발전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시장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전세계 재생에너지 설치의 45~60%를 차지하고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기술에서 최대 제조국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후퇴 정책의 영향으로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이 지난해 전망보다 30% 감소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재생에너지가 빠른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태양광 설치 급증과 함께 풍력, 수력, 바이오에너지, 지열 발전 등에서 견고한 성장이 이루어지고 에너지 효율도 개선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와 함께 원자력발전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원자력발전은 대규모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새로운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20년 이상의 침체기를 겪은 전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은 (지난해보다) 2035년까지 최소 3분의 1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큰 영향을 끼치는 화석연료 수요는 정책 방향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정책을 그대로 시행하는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2050년까지 계속 증가하지만, 석탄 수요는 앞으로 10년 내로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제안됐지만 아직 채택되지 않은 정책들까지 시행될 경우에는 2030년께 석탄 수요가 정점에 이르고 석유 사용은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전망과 달리, 천연가스 수요는 주로 미국의 정책 변화와 낮은 가스 가격으로 인해 2030년대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전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380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2100년에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5~3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풍력·태양광·수력·지열·원자력 기술 도입 촉진 △에너지 효율 개선 △메탄 배출량 감축 △전기화 증가 등의 방법은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러한 조치를 대규모로 구현하려면 개발도상국에서 전환 관련 투자 증진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지난해 우리는 세계가 전기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오늘날 그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며 “지난 10년간의 추세와는 달리, 전기 소비 증가는 더 이상 개도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의 급격한 수요 증가는 선진국에서도 전기 사용량 증가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