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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도움인지 화가 마르크 샤갈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막스 모이셰비치 비나베르라는 변호사이자 예술 후원가를 만났다. 샤갈의 그림을 최초로 구입해 준 인물이다. 그는 샤갈 그림 두 점을 사주며 리옹 은행을 통해 매달 40루블씩 후원금을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비나베르 변호사의 도움으로 샤갈은 꿈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서 마음껏 창작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파리행 열차의 3등 칸에서 나흘이나 시달린 끝에 마침내 파리에 도착했는데, 때는 1910년 늦여름이었다.
오하라(大原) 릴게임골드몽 미술관.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倉敷)시에 위치하며, 1930년 일본의 서양화가 고지마 토라지로(兒島虎次郞)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일본 최초의 서양화 전문 미술관이다. 미술품 수장가이자 패트런으로 잘 알려진 오하라 마고사부로(大原孫三郞)는 고지마의 예술적 재능과 미술에 임하는 겸손한 태도를 높이 평가해 무려 세 번의 유럽 유학을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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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대에도 훌륭한 후원자가 있었다. 단우(丹宇) 이용문(李容汶)이라는 사람이다. 단우는 많은 서화가들을 도왔다. 한국 근대미술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화가 이당 김은호와 소정 변관식을 일본에 유학시켜준 후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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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택 작 ‘영산을 찾아가는 화가’
강원도 춘천에도 예술을 사랑하고 보듬었던 한 인물이 있었다.
한 달쯤 전에 타계한 J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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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세상 모든 이들에게 서그러운 성품만은 아니었다. 비록 버려진 바나나처럼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더라도 사람으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고 불문곡직 나아가는 예술인에게는 부드럽기가 풋솜과 같은 인도심(人道心)으로 대했지만, 반면 미꾸라지 이마빡에다 조상의 묏등을 쓴 듯한 다랍고 반드러운 인사에게는 냉갈령이 가을 서릿발 같았다.
박사께서는 눈에 띄는 직접적인 후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의 음악회에 남몰래 자금을 지원하고 열심히 작업하는 미술인들의 작품을 많이 구매해 주었는데, 나 역시 그 수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가장 많이 산 사람은 오래 산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생을 느낀 사람”이라고 장 자크 루소는 말했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보다 돈을 제대로 쓴 사람이 대접받는 건 당연한 이치겠다. “돈을 잘 쓰면 악기처럼 아름다우나, 잘못 쓰면 무기처럼 위험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박사께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 같다.
한파경보 내린 겨울의 한복판, 프슴프슴 성글게 내리던 눈발이 마당 위에 점점 몸을 포개며 제 고요를 쌓는 어슬녘. 추억이란 언제나 저렇듯 조용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갑자기 과천 시절 추사의 시고(詩稿) 마지막 부분이 떠오른다.
“……낙엽이 공산에 가득한데(落葉萬空山)/어디서 그대 자취 찾을까(何處尋行迹)”
다시 한번 박사님의 명복을 빈다.
#이광택 #에세이 #이상향 #예술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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