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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시제품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장면 1.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피지컬 AI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촉각 센서가 달린 손을 통해 인간처럼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고, 최대 50㎏의 무게를 들 수 있는 이 로봇은 2028년부터 미국 등 자동차 생산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처음엔 부품 무료릴게임 분류 등 상대적으로 단순한 공정에서 일하다가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 등으로 작업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3만대를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아틀라스가 공장에 투입되면 인간은 로봇이 잘 작동하도록 로봇을 학습시키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한다. ‘생산성 혁명’에 대한 기대감 속에 새해 들어서만 현대차 주가는 바다이야기릴게임 80%(1월 21일 종가 기준) 폭등했다.
#장면 2. 시장에 이어 반응한 건 노동조합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월 22일 소식지를 통해 아틀라스의 “대량양산과 생산 현장 투입 시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며 “노사합의 없이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생산직 연봉 2~3년 치면 아틀라스 1대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이후 릴게임신천지 엔 약 1400만원의 유지비만 소요된다는 점 등도 적시했다. 이를 통해 아틀라스가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협하고, 자본가의 이익 극대화에 복무한다고 주장했다.
#장면3. 노조의 반발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관련 기사에는 “로봇으로 대체되는 건 시간문제”, “21세기 러다이트”, “다 로봇으로 바꾸고 차값 내리자”,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 등 노조를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노조의 오랜 꼬리표인 ‘귀족노조’를 동원하거나, 노조의 반응 직후 하락을 시작한 현대차 주가와 연결해 노조를 비난하는 글도 다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9일 “기본 사회에 관한 얘기도 진지하게 하면 좋겠다”면서도 “과거에 기계 파괴 운동이 있었지만, 결국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그 릴게임다운로드 사회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가 저마다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 같지만, 세 가지 장면에는 공통점도 있다. 피지컬 AI라는 기술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상상만큼은 동일하고 뚜렷하다는 점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찬성하든, 노동자 관점에서 반대하든 모두가 ‘로봇이 공장에 들어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틀라스 로봇에 대한 이런 ‘상상’은 대런 애쓰모글루가 말한 기술과 비전을 떠올리게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애쓰모글루 MIT 교수는 2023년 책 <권력과 진보>에서 “인류가 성취한 기념비적인 기술 진보에 너무 속지 말아야 한다. 공유된 비전은 우리를 덫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애쓰모글루 교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이 매번 모든 사람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린 게 아니다. 기술 발전의 과실을 소수가 독점할지, 많은 사람이 누릴지는 전적으로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기술을 어떻게 쓸지, 성과는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상상, 즉 비전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로봇공학과 AI는 모두를 위한 풍요로 가는 길”이라고 했지만, 저마다의 생각은 엇갈린다. 당장 일터에서 밀려난 노동자에게 어떤 풍요가 기다린다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틀라스 공장 투입’을 둘러싼 논란에서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들을 살펴봤다. ‘일자리 종말’에 대한 상상은 현실성 있는지, 아직 현실성이 충분하지 않다면 우려할 점은 없는 것인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가 정말 어쩔 수가 없다면 사회가 그 이후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는지 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저절로 펼쳐지는 유토피아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디스토피아도 없다. 사회가 모두에게 더 나은 길로 기술 발전의 방향을 선택하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일자리 대체냐, 전환이냐
AI 도입으로 일자리가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막 등장한 직후에는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예컨대 골드만삭스가 2023년 내놓은 전망을 보면, 미국과 유럽의 일자리 4개 중 1개가 AI로 인해 자동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추산하면 약 3억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생성형 AI가 업무 현장에서 사용되면서 전망은 조금씩 수정되고 있다. 최근의 전망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일하는 방식을 바꿀 거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생성형 AI와 일자리(2025)’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노동자 4명 중 1명이 생성형 AI 도입으로 업무에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일반 사무직, 고객센터 상담원 등의 직군은 업무가 자동화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류됐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치와 엇비슷해 보이지만 ILO는 “AI에 인간의 입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에 일자리는 대체되기보다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에 대한 초기의 기대보다 완전한 자동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 삶을 바꾼 변화는 대부분 점진적으로 찾아왔고, AI와 인간 일자리 역시 그럴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AI가 상담에 도입된 콜센터의 사례를 보면 업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1월 14일 콜센터 상담원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AI 도입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I가 1차적인 상담을 맡으면서 콜센터 상담원들의 평균 상담 건수는 13.9% 줄었다. 다만 상담 1건당 평균 통화시간은 6.95분에서 7.55분으로 증가했다. 단순 안내가 필요한 건은 AI가 처리하고, 복잡한 건은 인간 상담사가 맡게 되면서 업무 난도가 상승한 것이다. 일부 상담사들은 상담 이후 상담 사례를 정리하고 정보를 입력하는 후처리 시간도 늘어났다고 답했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상담사가 상담 데이터를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객 대상 설문조사에서 AI 상담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18%에 그쳤고, ‘만족하지 않는다’는 54.2%에 달했다. AI 상담으로 ‘상담시간이 증가(43.8%)’했고, ‘문제 해결에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40.8%)’는 답변이 많았다. ‘사람 상담사를 선호한다’는 응답도 87.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종합하면 AI 도입으로 고객 만족도는 떨어졌고, 상담사의 업무 난도는 높아졌다. 상시적인 고용불안은 덤이다. 2023년부터 은행권에서는 AI 도입 상담사 인력 감축이 시도됐고, 지난해에는 한국장학재단 콜센터가 상담사들을 사실상 해고했다.
콜센터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아직 인간이 AI에 대체되는 드라마틱한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다. 다만 AI는 일부 일자리를 위협했으며,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업무 난도를 높였다. AI가 발전 단계에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AI가 완전히 진화했을 때 이 과도기보다 노동자의 일자리 상황이 더 나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악수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속도의 불일치
1800년대 초 영국에서는 방직기계 도입으로 일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했다. 유명한 ‘러다이트 운동’은 오늘날에는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을 못 하고 기술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을 일컫는데 주로 쓰인다.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책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에서 러다이트 사건의 전말을 다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이 따지고자 하는 것은 기술 혁신이나 새로운 기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가져오는 변화 과정에 사람들이 적응하도록 돕는 사회적 지원의 결여였다. 기계가 아니라 빈곤과 싸우는 것이었고, 사회적·정치적 세력의 무관심과 싸우는 것이었다.”
과도기 동안 고통을 겪는 패자들, 이후의 단계에서 닥쳐올지 모르는 ‘노동력 대체’에 대해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기술낙관론자들의 전망처럼 흘러간다고 가정해보자. 생산성이 늘어날 것이고,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가 없으니 구매력은 떨어지고, 물건이 많아도 살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기술경영자들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있다.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에 세금을 물리고(로봇세), 이를 재원으로 사람들에게 소득을 제공하자는 것(기본소득)이다. 그러나 로봇이 성큼 공장 앞으로 다가온 반면, 기본소득의 제도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리고 전자와 후자의 속도 차이가 클수록 누군가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도 이런 문제를 논의할 사회분과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AI 도입으로 영향을 받는 아주 소수의 직역에 대한 연구만 이뤄지고 있다. 고용 충격을 완화할 대책으로는 재교육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한 위원은 “AI가 산업 현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회적인 과제는 얼마나 안전망을 만드느냐에 있다. 그런데 AI가 확산하는 속도와 대책이 논의되는 속도가 맞지 않는다. 사람이 재취업을 위해 재교육을 하는 동안 AI가 발달해서 그 일자리마저 대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 역시 AI 낙관론이 사회의 지배적인 비전이 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새로운 기술에 맞춰 사회 제도를 디자인해야 할 정부의 무게 중심도 대책보다는 기술의 발전에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AI에 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인 ‘AI 기본법’을 두고 정부는 “AI 산업 발전에 방점을 둔 진흥법으로 스타트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운영하겠다”고 했다. 실제 AI 기본법은 사업자에게 안전 관리 책임이 부여되는 ‘고영향 AI’를 협소하게 정의해 ‘감시 로봇(AI)’ 등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한국사회의 기술 낙관론이 굉장히 강하다. 산업화 시대부터 국가주도형 기술 투자에 대한 효능감이 있다. 피지컬 AI 이전에 산업 자동화 국면에서도 한국은 압도적인 선도 국가였다. 반대되는 주장에도 귀 기울일 측면이 있는데 발목잡기로 치부한다”고 했다.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길을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론은 있다. ILO는 AI로 인한 노동조건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노사 간의 사회적 대화와 작업장 내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한국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AI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와 관련해 12가지 질문을 담은 녹서를 발간했다.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담는 ‘백서’가 아니라 질문만 담은 ‘녹서’를 내는 데 그친 것이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현대차 아틀라스 사례는 노동자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AI가 도입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경사노위나 국가AI전략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해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에 대한) 컨센서스를 만들었다면 이런 문제가 있을 때 갈등을 조정하는 목소리가 나왔어야 한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AI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반하는 일이 있을 때 시민이나 창작자,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틀라스에 대한 선전포고를 두고 “현대차 노조니까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문제 제기라도 하는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교섭력이 약한 노조나, 노조도 없는 노동자들은 AI 도입을 두고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콜센터 상담사들에 대한 한국노총의 실태조사에서 AI 상담사 도입을 두고 노사 협의가 진행됐다는 응답은 1.5% 그쳤다.
콜센터 상담사들에 대한 조사를 수행한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노조에서는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고용불안과 연결되니 노사 협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반면 회사는 편리하게 일하는 도구를 도입하는 데 협의가 필요하냐는 입장이다. 그런데 앞선 경험을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들어왔다가 나중에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일들이 있다 보니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사회적인 해법은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AI 낙관론과는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 결정 과정에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하늬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운영위원은 “AI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기술 육성하고 산업을 어떻게 키울까의 문제가 아니라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거기에 따른 부작용은 사회가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병권 소장은 “오늘은 현대차 공장에서 생긴 문제지만 내일은 여의도 사무실, 모레는 문화·예술공간에서 벌어질 일일지 모른다. 정부가 AI로 인한 노동 현장의 피해를 어떻게 막고, 어떻게 보호할지 액션을 취해야 할 상황이다. 러다이트 얘기까지 꺼내면서 노동자들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존재로 몰아가는 것은 이후의 AI 시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주간경향] #장면 1.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피지컬 AI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촉각 센서가 달린 손을 통해 인간처럼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고, 최대 50㎏의 무게를 들 수 있는 이 로봇은 2028년부터 미국 등 자동차 생산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처음엔 부품 무료릴게임 분류 등 상대적으로 단순한 공정에서 일하다가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 등으로 작업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3만대를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아틀라스가 공장에 투입되면 인간은 로봇이 잘 작동하도록 로봇을 학습시키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한다. ‘생산성 혁명’에 대한 기대감 속에 새해 들어서만 현대차 주가는 바다이야기릴게임 80%(1월 21일 종가 기준) 폭등했다.
#장면 2. 시장에 이어 반응한 건 노동조합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월 22일 소식지를 통해 아틀라스의 “대량양산과 생산 현장 투입 시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며 “노사합의 없이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생산직 연봉 2~3년 치면 아틀라스 1대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이후 릴게임신천지 엔 약 1400만원의 유지비만 소요된다는 점 등도 적시했다. 이를 통해 아틀라스가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협하고, 자본가의 이익 극대화에 복무한다고 주장했다.
#장면3. 노조의 반발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관련 기사에는 “로봇으로 대체되는 건 시간문제”, “21세기 러다이트”, “다 로봇으로 바꾸고 차값 내리자”,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 등 노조를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노조의 오랜 꼬리표인 ‘귀족노조’를 동원하거나, 노조의 반응 직후 하락을 시작한 현대차 주가와 연결해 노조를 비난하는 글도 다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9일 “기본 사회에 관한 얘기도 진지하게 하면 좋겠다”면서도 “과거에 기계 파괴 운동이 있었지만, 결국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그 릴게임다운로드 사회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가 저마다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 같지만, 세 가지 장면에는 공통점도 있다. 피지컬 AI라는 기술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상상만큼은 동일하고 뚜렷하다는 점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찬성하든, 노동자 관점에서 반대하든 모두가 ‘로봇이 공장에 들어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틀라스 로봇에 대한 이런 ‘상상’은 대런 애쓰모글루가 말한 기술과 비전을 떠올리게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애쓰모글루 MIT 교수는 2023년 책 <권력과 진보>에서 “인류가 성취한 기념비적인 기술 진보에 너무 속지 말아야 한다. 공유된 비전은 우리를 덫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애쓰모글루 교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이 매번 모든 사람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린 게 아니다. 기술 발전의 과실을 소수가 독점할지, 많은 사람이 누릴지는 전적으로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기술을 어떻게 쓸지, 성과는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상상, 즉 비전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로봇공학과 AI는 모두를 위한 풍요로 가는 길”이라고 했지만, 저마다의 생각은 엇갈린다. 당장 일터에서 밀려난 노동자에게 어떤 풍요가 기다린다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틀라스 공장 투입’을 둘러싼 논란에서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들을 살펴봤다. ‘일자리 종말’에 대한 상상은 현실성 있는지, 아직 현실성이 충분하지 않다면 우려할 점은 없는 것인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가 정말 어쩔 수가 없다면 사회가 그 이후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는지 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저절로 펼쳐지는 유토피아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디스토피아도 없다. 사회가 모두에게 더 나은 길로 기술 발전의 방향을 선택하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일자리 대체냐, 전환이냐
AI 도입으로 일자리가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막 등장한 직후에는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예컨대 골드만삭스가 2023년 내놓은 전망을 보면, 미국과 유럽의 일자리 4개 중 1개가 AI로 인해 자동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추산하면 약 3억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생성형 AI가 업무 현장에서 사용되면서 전망은 조금씩 수정되고 있다. 최근의 전망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일하는 방식을 바꿀 거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생성형 AI와 일자리(2025)’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노동자 4명 중 1명이 생성형 AI 도입으로 업무에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일반 사무직, 고객센터 상담원 등의 직군은 업무가 자동화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류됐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치와 엇비슷해 보이지만 ILO는 “AI에 인간의 입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에 일자리는 대체되기보다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에 대한 초기의 기대보다 완전한 자동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 삶을 바꾼 변화는 대부분 점진적으로 찾아왔고, AI와 인간 일자리 역시 그럴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AI가 상담에 도입된 콜센터의 사례를 보면 업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1월 14일 콜센터 상담원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AI 도입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I가 1차적인 상담을 맡으면서 콜센터 상담원들의 평균 상담 건수는 13.9% 줄었다. 다만 상담 1건당 평균 통화시간은 6.95분에서 7.55분으로 증가했다. 단순 안내가 필요한 건은 AI가 처리하고, 복잡한 건은 인간 상담사가 맡게 되면서 업무 난도가 상승한 것이다. 일부 상담사들은 상담 이후 상담 사례를 정리하고 정보를 입력하는 후처리 시간도 늘어났다고 답했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상담사가 상담 데이터를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객 대상 설문조사에서 AI 상담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18%에 그쳤고, ‘만족하지 않는다’는 54.2%에 달했다. AI 상담으로 ‘상담시간이 증가(43.8%)’했고, ‘문제 해결에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40.8%)’는 답변이 많았다. ‘사람 상담사를 선호한다’는 응답도 87.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종합하면 AI 도입으로 고객 만족도는 떨어졌고, 상담사의 업무 난도는 높아졌다. 상시적인 고용불안은 덤이다. 2023년부터 은행권에서는 AI 도입 상담사 인력 감축이 시도됐고, 지난해에는 한국장학재단 콜센터가 상담사들을 사실상 해고했다.
콜센터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아직 인간이 AI에 대체되는 드라마틱한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다. 다만 AI는 일부 일자리를 위협했으며,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업무 난도를 높였다. AI가 발전 단계에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AI가 완전히 진화했을 때 이 과도기보다 노동자의 일자리 상황이 더 나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악수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속도의 불일치
1800년대 초 영국에서는 방직기계 도입으로 일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했다. 유명한 ‘러다이트 운동’은 오늘날에는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을 못 하고 기술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을 일컫는데 주로 쓰인다.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책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에서 러다이트 사건의 전말을 다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이 따지고자 하는 것은 기술 혁신이나 새로운 기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가져오는 변화 과정에 사람들이 적응하도록 돕는 사회적 지원의 결여였다. 기계가 아니라 빈곤과 싸우는 것이었고, 사회적·정치적 세력의 무관심과 싸우는 것이었다.”
과도기 동안 고통을 겪는 패자들, 이후의 단계에서 닥쳐올지 모르는 ‘노동력 대체’에 대해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기술낙관론자들의 전망처럼 흘러간다고 가정해보자. 생산성이 늘어날 것이고,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가 없으니 구매력은 떨어지고, 물건이 많아도 살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기술경영자들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있다.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에 세금을 물리고(로봇세), 이를 재원으로 사람들에게 소득을 제공하자는 것(기본소득)이다. 그러나 로봇이 성큼 공장 앞으로 다가온 반면, 기본소득의 제도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리고 전자와 후자의 속도 차이가 클수록 누군가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도 이런 문제를 논의할 사회분과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AI 도입으로 영향을 받는 아주 소수의 직역에 대한 연구만 이뤄지고 있다. 고용 충격을 완화할 대책으로는 재교육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한 위원은 “AI가 산업 현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회적인 과제는 얼마나 안전망을 만드느냐에 있다. 그런데 AI가 확산하는 속도와 대책이 논의되는 속도가 맞지 않는다. 사람이 재취업을 위해 재교육을 하는 동안 AI가 발달해서 그 일자리마저 대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 역시 AI 낙관론이 사회의 지배적인 비전이 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새로운 기술에 맞춰 사회 제도를 디자인해야 할 정부의 무게 중심도 대책보다는 기술의 발전에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AI에 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인 ‘AI 기본법’을 두고 정부는 “AI 산업 발전에 방점을 둔 진흥법으로 스타트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운영하겠다”고 했다. 실제 AI 기본법은 사업자에게 안전 관리 책임이 부여되는 ‘고영향 AI’를 협소하게 정의해 ‘감시 로봇(AI)’ 등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한국사회의 기술 낙관론이 굉장히 강하다. 산업화 시대부터 국가주도형 기술 투자에 대한 효능감이 있다. 피지컬 AI 이전에 산업 자동화 국면에서도 한국은 압도적인 선도 국가였다. 반대되는 주장에도 귀 기울일 측면이 있는데 발목잡기로 치부한다”고 했다.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길을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론은 있다. ILO는 AI로 인한 노동조건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노사 간의 사회적 대화와 작업장 내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한국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AI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와 관련해 12가지 질문을 담은 녹서를 발간했다.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담는 ‘백서’가 아니라 질문만 담은 ‘녹서’를 내는 데 그친 것이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현대차 아틀라스 사례는 노동자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AI가 도입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경사노위나 국가AI전략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해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에 대한) 컨센서스를 만들었다면 이런 문제가 있을 때 갈등을 조정하는 목소리가 나왔어야 한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AI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반하는 일이 있을 때 시민이나 창작자,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틀라스에 대한 선전포고를 두고 “현대차 노조니까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문제 제기라도 하는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교섭력이 약한 노조나, 노조도 없는 노동자들은 AI 도입을 두고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콜센터 상담사들에 대한 한국노총의 실태조사에서 AI 상담사 도입을 두고 노사 협의가 진행됐다는 응답은 1.5% 그쳤다.
콜센터 상담사들에 대한 조사를 수행한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노조에서는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고용불안과 연결되니 노사 협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반면 회사는 편리하게 일하는 도구를 도입하는 데 협의가 필요하냐는 입장이다. 그런데 앞선 경험을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들어왔다가 나중에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일들이 있다 보니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사회적인 해법은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AI 낙관론과는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 결정 과정에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하늬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운영위원은 “AI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기술 육성하고 산업을 어떻게 키울까의 문제가 아니라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거기에 따른 부작용은 사회가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병권 소장은 “오늘은 현대차 공장에서 생긴 문제지만 내일은 여의도 사무실, 모레는 문화·예술공간에서 벌어질 일일지 모른다. 정부가 AI로 인한 노동 현장의 피해를 어떻게 막고, 어떻게 보호할지 액션을 취해야 할 상황이다. 러다이트 얘기까지 꺼내면서 노동자들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존재로 몰아가는 것은 이후의 AI 시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