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인해 산업과 금융의 경계가 옅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융과 가상자산 간의 협업을 차단하는 ‘금가분리(金假分離)’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현재 원화 가상자산 거래 시장 규모는 미국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된다. 규제로 인해 법인·금융사의 참여가 안 되는 가운데 순수 국내 개인 투자만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는 셈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970만명에 달한다.



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2025 매일경제 가상자산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에프에스티 주식
임원형 제타체인 한국 대표, 김경업 오픈애셋 대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대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오세진 코빗 대표,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석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장(왼쪽부터)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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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시장 잠재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 금융사의 가상자산 산업 진출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주요 은행과 증권사는 가상자산 관련 전담 조직과 사업을 축소하거나 사실상 중단한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기술 산업 간 융합이 핵심인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 작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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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책 선회를 시사해 주목된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3일 서울 여의도 KF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매일경제 가상자산 콘퍼런스에 참석해 사견을 전제로 “금융권이 (가상자산업에 대한) 지분 투자, 거래소 진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큰 틀의 원칙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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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규제 체계에서는 금융지주가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기업이나 거래소 등에 투자하거나 협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니 전통금융과 가상자산 산업 간 전략적 연계는 ‘언감생심’이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 관리 플랫폼인 파이어블록스(Fireblocks)가 세계 최대 수탁은행인 BNY멜론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에게 가상자산증권수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디지털 자산 은행인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은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은행 인가를 받아 가상자산 커스터디와 중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처음 승인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은행 지주회사법 등을 통해 은행과 비금융회사 간 상호 지분 교환을 제한하고 있으나 금융기술(핀테크)나 가상자산 분야에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연합뉴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작년 4월 비트코인 현물 ETF와 이더리움 현물 ETF 발행을 승인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 발행을 승인한 건 홍콩이 세계 최초다. 지난 6월 홍콩 재무국(FSTB)은 가상자산을 실물경제·금융시장에 통합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인 ‘LEAP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전략은 법제정비·상품확대·실거래 확장·인재 육성과 관련한 로드맵을 담고 있다.

홍콩은 실증테스트(샌드박스)를 통해 가상자산업체와 전통 금융사 간 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은행들이 토큰화 예금 플랫폼을 샌드박스에 연결하고, 은행 간 결제를 시험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지속 가능한 토큰화 시장 조성을 목표로 규제의 틀을 만들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이나 인프라스트럭처 스타트업에 대한 대형 금융지주사의 소극적인 지분 참여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성장동력 확보가 어려운 환경이란 뜻이다.
금융당국도 전통 금융사와 가상자산업체 간 협업의 부재로 인해 국내 시장이 손쉽게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 있음을 인정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미국의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우리나라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사업 구조다. 코인베이스는 거래 수익(51%), 스테이블코인(22%), 블록체인 리워드(14%), 대출·이자(6%), ETF·구독(8%) 등 사업 다각화를 실현하고 있다. 반면 국내 VASP은 거래 수익이 98%에 달한다.
이에 대해 안창국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다양성과 생태계가 없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금가분리 : 전통 금융 기업이 가상자산 관련 산업을 하거나 투자하는 것을 금지한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