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9만건(2023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올해 초 서울 금천구 은행어린이공원에 주취자들이 누워 있는 모습(왼쪽). 같은 공원이 금주공원으로 지정된 후 어린이들이 그네를 타는 모습(오른쪽). /사진제공=서울 금천경찰서.



동네 공원에 아이들이 돌아왔다.

서울 금천구 금하로 은행어린이공원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민들의 기피 장소였다. 언제부턴가 주취자들이 모여 술판을 벌였기 때문이다. 어린이공원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어린이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놀이터로 되돌아왔다. 술 취한 채 누워 있던 이 들은 공원 화단에 꽃을 심는다.
금천구 공원 환경이 개선된 배경에는 이현호 금천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의 노력이 있었다. 이 과장은 금천서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안전한 공원을 만드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공원을 주민과 어린이들이 아닌 주취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며 "주민들에게 공원을 돌려주기 위해 지역 사회와 힘을 모으고 있다 "고 밝혔다.
금천서와 금천구청 등은 공원 내 주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음주환경문화 개선 협의체'를 꾸렸다. 5월에는 구청이 경찰의 의견을 반영해 관내 공원 3곳을 '금주공원'으로 지정했다. 금천서는 금주공원을 포함해 주취 신고가 잦은 공원 5곳을 중심으로 매일 순찰을 돌고 있다. 상습 주취자 10명에게는 보건소와 협업해 알코올 사용장애 자가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기초수급비와 연금지급비가 나와 주취 신고가 급증하는 매달 20일과 25일에는 민관경 합동 순찰을 실시한다. 이 과장은 "매달 20일 이후 접수되는 신고가 월 전체 신고 건수의 40%까지 차지한다"며 "계도를 하며 중증 주취자를 발견하면 소방과 협력해 건강상태도 확인한다"고 말했다.




━
술병 대신 모종삽…과거 주취자가 함께 공원 꾸민다

━







경찰관, 구청 직원들이 주취자들과 함께 서울 금천구 은행어린이공원의 화단을 정비하는 모습. /사진제공=서울 금천경찰서.



주취자들은 술병 대신 모종삽을 들었다. 구청 직원, 경찰관 등과 함께 공원 화단을 정비하는 작업에 동참한다. 구청 주관 '정원처방사업'의 하나로 주취자들의 회복을 돕는다. 과거 술에 취해 비틀댔던 주취자가 공원에서 풀피리 공연을 펼치는 '거리의 연주가'로 탈바꿈한 사례도 있다.

금천서는 금주공원마다 순찰자 전용 구역을 마련했다. 신고 시 신속한 출동을 위해서다. 경찰관들이 수시로 공원을 들러 주취자들과 소통한다. 이 과장은 "주취자와 대화가 어려워도 자주 보면 거리감이 줄어든다"며 "경찰관들이 시간이 되는대로 현장을 찾는다. 대단해 보이지 않아도 꾸준히 관계를 쌓으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천서의 노력은 성과로 나타났다. 올해 1~9월 접수된 주취자 신고 건수는 1179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살인 등 중요범죄 신고 건수도 7% 줄었다.




━
"주민들과 소통하는 치안 중요"

━







이현호 서울 금천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 /사진=이현수 기자.



이 과장은 "공원에서 아이들이 그네를 타는 모습을 보고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어린이들이 돌아올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가족같이 주취자를 살피는 직원들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구청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1998년 서울 남부경찰서(현 금천서) 가리봉파출소 순경으로 입직한 이 과장은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분석대응반장 △서울 동작경찰서 범예과장 등을 거친 112 치안 전문가다. 올해 3월 첫 근무지였던 금천서로 돌아왔다.
이 과장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치안 활동을 강조했다. 그는 "주민 의견을 알아야 치안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 민관경이 충분히 소통할 때 지역 문제를 함께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다"며 "공원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온전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