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사과나무 잎에 올라앉은 무당벌레의 몸 위에 빗방울이 맺혀 있다. 곤충이 만들어내는 섬세한 생태계는 지구를 작동시키는 톱니바퀴이기도 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을밤 불빛 아래 나방 한마리가 불현듯 창문을 두드린다. 그 작은 날갯짓에는 수억년을 이어온 생명의 리듬이 담겨 있다. 우리는 곤충을 언제나 곁에 두고 살지만 정작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에는 서툴다. 지난 7회에서 ‘개미’에 관한 책들을 이미 다루었다. 이번에는 그 나머지 생명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가장 먼저 펼칠 책 릴게임꽁머니 은 에리카 맥앨리스터의 ‘작은 정복자들’(곰출판)이다. ‘변태’라는 원제만 보면 곤충의 성장 단계를 다룬 생물학서 같지만 훨씬 더 깊고 사유적인 책이다. 맥앨리스터는 곤충을 하나의 인식의 렌즈로 삼는다. 곤충의 눈과 촉각, 감각 기관을 통해 세계를 비춘다. 우리는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깨닫게 된다. 작가는 곤충의 삶을 우리와는 전 바다신2다운로드 혀 다른 존재론적 감각의 실험으로 읽어낸다. 이 책의 장점은 과학적 사실보다 ‘지각의 철학’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곤충이 보는 세상은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빛과 냄새와 진동의 세계이며 그 세계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 감각의 틀 안에 갇혀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제1장 ‘점프하는 벼룩의 다리’는 과학책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리 바다이야기게임방법 고 얼마나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제2장 ‘힘센 주둥이’에서는 매우 길고 채찍 같은 꿀샘이 있는 난초와 긴 주둥이의 박각시나방에 얽힌 찰스 다윈의 일화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작은 정복자들’은 곤충을 통해 세계와 우리를 새로 인식하게 만드는 철학적 통로다.
두번째는 노르웨이 생태학자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의 ‘이토록 골드몽게임 멋진 곤충’(단추)이다. 딱정벌레와 나비들이 주인공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작가는 “단순히 다양한 곤충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곤충이 지구를 작동시키는 톱니바퀴”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곤충이 만들어내는 생태계가 얼마나 섬세한 균형을 이루는지를 유머와 애정이 넘치는 문체로 드러낸다. 이 책의 미덕은 학문과 감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알라딘게임 . 과학자가 쓴 책이지만 독자는 마치 자연 산책을 하듯 가볍게 읽으며 지구의 다양성에 감탄하게 된다. 곤충학자인 저자가 그린 아름다운 수채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질투심이 치솟는다.
세번째로 만나는 길버트 월드바우어의 ‘곤충의 통찰력’(에코리브르)은 곤충학의 고전적 통찰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작가는 곤충의 신체 구조와 행동, 생태적 전략을 통해 ‘자연선택의 논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강점은 학문적 깊이와 동시에 읽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그는 “어째서 먹잇감이 아닌 식물을 먹고 죽는 곤충보다, 굶어 죽는 곤충이 더 많은가?” 같은 독특한 질문을 던진다. 산업혁명 때 도시가 어두워지자 나방의 색깔이 어두워졌다는 사실을 학교에서 진화를 배울 때 배웠다. 그런데 대충 배웠다. 이 책의 9장 ‘속임수로 포식자 따돌리기’에서는 얼룩나비의 적응 과정을 20페이지에 걸쳐서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곤충의 눈, 더듬이, 날개 하나하나가 과학의 언어로 풀릴 때 독자는 진화가 얼마나 정교한 공학적 예술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이정모 제공


이어지는 데이비드 조지 고든의 ‘바퀴벌레’(뿌리와이파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독자를 이끈다. ‘인간의 오만과 편견에 맞선 세상 모든 생물의 지존’이라는 부제부터 기묘하다.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존재인 바퀴벌레를 유쾌하고 진지하게 탐구하는 책이다. 고든은 바퀴벌레의 생존 전략을 통해 인간의 편견을 뒤집는다. 수억년 동안 멸종하지 않은 그들의 회복력과 적응력은 생명 자체의 끈질김을 상징한다. 이 책의 매력은 혐오의 대상을 사랑스럽게 재발견하게 만드는 역설에 있다. 웃으며 읽다 보면 역겨움이 아니라 존경심이 남는다.
다섯번째는 미국 생물학자이자 만화가 제이 호슬러의 ‘작은 딱정벌레의 위대한 탐험’(궁리)이다. 호슬러는 곤충을 주인공으로 한 에스에프(SF) 만화를 통해 인간 중심적 시선을 비튼다. 모래 위 작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딱정벌레 과학자 루시와 동료들의 모험은, 곤충의 눈으로 본 인간 문명에 대한 풍자다. 만화 형식을 빌렸지만 내용은 철저히 과학적이다. 호슬러의 강점은 ‘지식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능력’이다. 아이와 어른 모두 곤충의 지적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한국어판 번역자 가운데 하나인 노승영이 한국어로 옮겼다.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책은 젊은 곤충학자이자 만화가인 김도윤(갈로아)의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한빛비즈)다. 친숙한 그림체로 선캄브리아기의 원시 절지동물에서 현대의 곤충까지 진화의 길을 따라간다. 복잡한 생물학 개념을 만화적 리듬으로 풀어내며 어린 시절의 호기심과 성인의 지식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이 책의 장점은 학습서이면서 동시에 과학 교양서로서의 품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곤충이야말로 ‘지구의 역사책’이며 인간은 그저 그 책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정모 과학 커뮤니케이터


오늘 소개한 여섯권은 서로 다른 언어로 곤충을 말하지만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곤충은 단지 작고 하찮은 생물이 아니라 지구의 숨결을 유지하는 거대한 시스템의 근본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다양성은 지구의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그들의 침묵은 곧 생태계의 붕괴를 예고한다. 한권씩 따라 읽다 보면 곤충은 더 이상 작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곤충은 우리의 선배이자 동반자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작은 거인’이다.
책을 덮는 순간, 창문을 두드리던 그 나방의 날갯짓이 달리 들릴 것이다. 이제는 귀찮은 소음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생명의 언어로 말이다.
이정모 과학 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