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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순간 되었기 미스 생각 문이 난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사진 JTBC
지난 11월 막을 내린 조현탁 감독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한국 사회 어딘가에 늘 존재할 것만 같은 50대 중년 남성, 김낙수를 조명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우등생 형과 비교되며 성장했고, 입시와 취업 경쟁 끝에 굴지의 통신 회사에 자리 잡았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사회적 인정을 위해 쉬지 않고 경쟁을 이어온 그의 삶에서 ‘서울 자가 아파트’ ‘대기업 부장’ ‘아들의 명문대 입학’은 성취의 지표이자, 사회적 인정 알라딘릴게임 의 형식이었다.그러나 모든 젊음을 바친 회사는 어느 순간 그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임원 승진 실패와 함께 퇴직을 통보받으며 그의 가치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추락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그는 상실한 대기업 부장의 위상을 ‘월세 받는 점포주’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대체하려 한다. 하지만 퇴직금과 대출까지 쏟아부은 시도는 사기 분양으로 귀결되며 감당하 카카오야마토 기 어려운 빚만 남긴다. 결국 그는 자기 인생과 동일시했던 아파트마저 처분하게 된다. 그렇게 서울 자가 아파트, 대기업 부장이라는 의미를 모두 상실한 김낙수는 어떤 보호막도 없이 차가운 사회로 내몰린다.
강현석 - SGHS 설계회사 소장, 코넬대 건축대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학원 석사, 서울대 건축학과 출강, 전 헤르조그 앤드 드 뫼롱 스위스 바젤 사무소 건축가
현재·과거·미래의 김 부장들 김낙수는 깊은 상실감에 빠지지만, 역설적으로 그 경험은 그가 타인과 세계,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관계 맺는 방식을 투명하게 정화한다. 드라마를 해피 엔딩으로 이 바다신2 다운로드 끄는 힘 역시, 이제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존재가 된 그에게 다시 의미를 건네는 타인과 세계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켜왔다고 믿었지만, 실은 가족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는 고백처럼, 그의 삶에는 성공과 경쟁에 몰두하느라 보지 못했던 의미가 쌓여 있었다. 백수가된 그에게 세차에 소질이 있음을 알아보고 새 일터를 열어준 사람도 그가 평소 원망해 온 친형이었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반짝이는 차와 그에 즉각 반응하는 고객의 만족감은 대기업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노동의 순수한 기쁨이었다. 잠시 세차를 멈추고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야외 소파에 앉아 쉬는 순간은 사무실 커튼월에 밀봉돼 있던 감각을 천천히 깨워냈다.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정재형 음악감독이 참여한 이적의 주제곡 ‘혼자였다’의 유튜브 영상에는 또 다른 김 부장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세상이 갑자기 자신을 더는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어떻겠느냐’라는 가사를 거울삼아, 중년들은 자기 인생을 비추었고, 젊은 세대는 미래의 자신을 보았으며, 과거의 아버지들이 다시 소환됐다. 술에 취한 김낙수가 과거의 자아인 김 부장에게 “그동안 수고했고, 선물 한 번 못 해줘서 미안하다”라고 말하고, 이어 김 부장이 “앞으로는 행복해라”라고 당부하는 장면은 고령화와 고용구조 변동의 교차로에 선 직장인들에게 조용한 위로가 됐다. 이 시대 김 부장 이야기는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쓸모를 다해 버려진 사물과 건축물, 즉 말하지 못하는 또 다른 김 부장들을 도시 곳곳에서 마주한다. 버려진 구조물을 바라보는 제2의 시선베를린 동부 리히텐베르크의 옛 산업지에는 높이 46m에 달하는, 좁고 긴 콘크리트 타워 두 동이 외롭게 서 있다. 이 구조물은 1987년 동독 국영기업이 전기용 흑연 생산을 위해 지은 공장 일부였다. 이 공장은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지역이 무역·서비스 중심지로 재편되며 빠르게 도태되고 방치됐다. 2010년 금융 위기 이후 철강 가격이 급등하자 공장 상당 부분이 해체돼 조각 단위로 판매됐고, 과도한 철거 비용 때문에 사일로와 순환 타워 두 동만이 자리에 남았다.건축가 아르노 브란틀후버와 동료가 이 구조물을 처음 마주한 것은 2012년이었다.
(왼쪽) 산지미냐노 풍경. (오른쪽) 산지미냐노 리히텐베르크. /사진 Discover Italy·bplus.xyz
그들은 두 타워를 협업 스튜디오이자, 건축· 유리·세라믹·목재 등 여러 산업 분야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워크숍으로 개조하려 했다. 그러나 대출을 위해 방문한 은행의 반응은 냉담했다. 도시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산업 잔재를 굳이 다시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이어졌다. 새로운 것을 위해 기존의 것을 손쉽게 폐기하는 문화 속 방치된 두 구조물은 드라마 속 김 부장의 처지를 떠올리게 한다.건축가들은 이 지점에서 산업 유휴지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전환할 ‘제2의 의미’를 모색했다. 그리고 프로젝트명을 ‘산지미냐노 리히텐베르크’로 명명했다. 산지미냐노는 많은 유럽인이 사랑하는 피렌체 근교 소도시로, ‘아름다운 탑들의 도시’라 불린다. 199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세 성곽 도시에는 곳곳에 14개의 타워가 수직선을 그리며 고유한 풍경을 형성한다. 이 타워들은 11세기에서 14세기에 걸친 경제 번성기 때, 권력과 부를 과시하려는 가문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세워졌고, 한때는 70개가 넘는 수직 구조물이 도시를 채우기도 했다. 최고 54m까지 솟은, 좁고 긴 사각형 타워들은 리히텐베르크의 콘크리트 타워와 자연스러운 형상적 중첩을 이룬다.두 지역 이름을 병치하는 전략은 산업 부지에 드리워진 부정적 시선을 다른 층위의 의미와 가능성으로 치환했다. 이후 10년에 걸친 개조 공사가 이어졌고, 두 타워는 다시금 지역 잠재성을 비추는 지점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의 미래를 비추는 과거의 잔존물프로젝트의 개념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기존 타워를 재사용하는 데 있었다. 높이 46m에 이르는 두 타워는 법적으로 고층 건축물로 분류돼 까다로운 화재 대피와 에너지 규정을 충족해야 했고, 이는 곧 비용 상승을 의미했다. 이를 피하고자 한 타워는 22m 층고의 비난방 창고로 두고, 다른 타워인 사일로에는 단 세 개 층만 도입했다. 워크숍, 아카이브, 스튜디오는 지상층과 15m, 32m 상부에 배치됐다. 이 전략을 통해 추가 계단실이나 고가 설비 없이도 운영이 가능해졌고, 각 내부는 높은 층고가 주는 공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실용성과 경제성의 원칙은 설계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됐다. 외벽에는 새 개구부를 만들지 않고, 기존에 막혀 있던 개구부만 열어 빛과 공기를 들였다. 하지만 사람의 활동을 전제로 하지 않은 사일로는 개구부가 부족했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 한쪽 벽 전체를 반사율이 높은 금속 수납으로 구성해 시야적 깊이를 확장하고 제한된 채광 조건을 보완했다.지상에서 시작하는 199개 계단은 베를린 텔레비전 타워를 포함한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옥상 테라스까지 이어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구조 탓에 팀원은 층간 이동을 위해 매일 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럼에도 건축가들은 이러한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도태된 기존 건축물의 재사용이야말로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확신 때문이다.막대한 시간과 자본을 들여 타워를 스튜디오와 프로토타입 워크숍으로 전환한 것 또한, 이 시설이 그들의 선언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실행하는 거점으로 기능하게 하기 위함이다.산업 변화 속에 방치됐던 콘크리트 타워는 현재의 과거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미래이기도 하다. 오늘의 현재는 다시, 또 다른 사회· 경제·생태적 문제와 삶의 방식을 묻고 있다. 이에 대한 응답이 기존 건축물을 폐기하고 새로 건설하는 데만 머문다면, 그 대안 역시 미래의 어느 시점엔 도태되고 방치될 수밖에 없다. 김 부장 이야기와 산지미냐노 리히텐베르크는 이러한 악순환에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는 어떻게 기존의 것을 재사용하고, 새로운 맥락 속에 재조직하며, 미래를 향해 조정해 나갈 수 있는가.
지난 11월 막을 내린 조현탁 감독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한국 사회 어딘가에 늘 존재할 것만 같은 50대 중년 남성, 김낙수를 조명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우등생 형과 비교되며 성장했고, 입시와 취업 경쟁 끝에 굴지의 통신 회사에 자리 잡았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사회적 인정을 위해 쉬지 않고 경쟁을 이어온 그의 삶에서 ‘서울 자가 아파트’ ‘대기업 부장’ ‘아들의 명문대 입학’은 성취의 지표이자, 사회적 인정 알라딘릴게임 의 형식이었다.그러나 모든 젊음을 바친 회사는 어느 순간 그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임원 승진 실패와 함께 퇴직을 통보받으며 그의 가치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추락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그는 상실한 대기업 부장의 위상을 ‘월세 받는 점포주’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대체하려 한다. 하지만 퇴직금과 대출까지 쏟아부은 시도는 사기 분양으로 귀결되며 감당하 카카오야마토 기 어려운 빚만 남긴다. 결국 그는 자기 인생과 동일시했던 아파트마저 처분하게 된다. 그렇게 서울 자가 아파트, 대기업 부장이라는 의미를 모두 상실한 김낙수는 어떤 보호막도 없이 차가운 사회로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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