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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바꿔 술 수 사건에 소년의 신이'2014년 4.3평화문학상 수상자' 제주 원로 소설가 양영수 씨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분량은 짧지만 반전과 여운을 남기는 꽁트 소설을 격주로 [제주의소리]에 연재한다. 일명 '양영수의 스마트소설'이다. 모바일 인프라가 널리 보급된 시기에, 스마트폰으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꽁트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취지다. [편집자 주]
AI 생성 이미지.
파란색 운동모자의 노인은 첫눈에서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다. 걸음걸이조차 매우 조심스러워 보이 10원야마토게임 는 노인의 모습에다 젊은이들이나 좋아할 것 같은 날렵한 운동모자를 쓴 것이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의 불만에 찬 얼굴표정은 오히려 젊은이 스타일의 운동모자와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었다. 무슨 결심이나 다지는 듯이 굳게 다문 입술이나 한눈 팔지 않겠다는 듯이 똑바로 자기 앞 정면만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노인은 마치 온라인릴게임 세상일들이 못마땅하여 참지 못하겠다는 기색이었다. 말년 복은 자식들 문제에서 나온다는 말이 생각나며 이 노인의 부모자식 관계에 대해서 갖가지 상상이 떠올랐다. 나 또한 비슷한 처지에 있는지라 이 노인에 대한 남다른 동정심이 느껴져서 마주칠 때마다 다소곳한 목례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같은 상투적인 인사말은 영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노인은 내가 보낸 목례에 골드몽릴게임 대해서 알아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나 말고는 이 노인에게 인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길만이 아니라 예쁜 시민공원이 있어서 걷기운동 하기에 적합한 공간이 많기 때문에 아침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그랬다. 이 동네 사람들은 대체로 고급 아파트단지 주민들이어서 인심이 야박한 도시사람 성향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어떤 사람이든지간에 이 노인을 보고 한국릴게임 인사를 했다가는 어이없다는 기분이 되어 곧 후회했을 것이다.
이 노인은 나한테 그러는 것처럼 인사하는 사람을 본 척도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이 노인 옆을 지나칠 때마다 그의 얼굴을 얼핏 쳐다보았는데, 누구에게 사기를 당하든가 억울한 일을 당하여 화가 난 얼굴처럼 보일 때가 있는가 하면, 자식들에게 배신을 당하든가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릴게임가입머니 죽어서 슬퍼하는 얼굴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바쁜 일이 없는 은퇴 노인인 나는 이 노인이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용모를 봐도 어디 흠 잡힐 데가 없이 준수한 남자가 한 평생을 저렇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살아올 리는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서 보는 모든 사람들이 원수처럼 생각되는 그렇게 잔혹한 인생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고, 아마도 최근에 일어난 모종의 불상사가 있었길래 세상사람들에 대한 원한이 맺혀서 아침운동 시간에까지 이렇게 일그러진 표정이 된 게 아닌가 싶었다. 세상 사람이 모두 원수처럼 보일 만한 일이 어떤 것입니까, 물어볼 수도 없었고, 아침마다 공연히 내 마음에 부담이 되는 이 노인을 더 이상 만나기도 쑥스러워서 나는 아침운동 시간을 한참 뒤 늦은 저녁시간으로 옮기기로 하였다.
문득 생각 난 것이 작년에 있었던 대규모 해상사고였다. 인천 발 제주 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여 300여명이 사망했다는 사고였고 그 중에는 제주도 사람들도 들어있었다고 했던 것이다. 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여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쳐서 전해 들은 입소문에 따르면, 이 노인의 가족 중에도 문제의 그 해난사고 희생자가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문을 듣자 내가 노인을 대면하기를 피하여 아침운동 나가는 것을 그만 둔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은 어떻게 도와드릴 방도가 없으니까, 이 노인을 가까이하지 않고 만나는 기회를 차단해 버린 것이 좀 덜 미안한 일이라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기로 하였다.
그 즈음에 나는 우리 아파트단지의 노인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직장을 그만둔 다음에도 여러 해를 미루다가 가입하게 된 것은 노인회장인 사람이 같은 고향 출신 학교선배라서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했지만, 여기에 가면 나의 관심 대상이었던 푸른 운동모자 쓴 노인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일은 대체로 나의 예상대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알아본 이 노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매우 뜻밖이어서 매우 놀랐다. 아침 운동 때 만났던 이 노인에 대해서는 억울한 원한이나 애처로운 슬픔이 담긴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노인회에서 만난 노인의 다른 모습은 매서운 싸움꾼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노인회에서 최고 노령자로 알려져 있었다. 이 노인은 아침운동 길에서와는 달리 기력이 왕성하고 패기에 넘치는 저력을 과시하여 나를 놀라게 하였다. 슬픔의 감정은 방어적이지만 분노의 감정은 공격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예증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같은 해난사고를 당하고서 슬픔과 분노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는 게 맞는가 싶었다.
그러나, 감정은 논리가 아니어서 과거 사건의 기억이 현재를 사는 인간에게 받아들여 질 때에는 현재의 순간적인 상황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니, 고요한 아침에 혼자 느끼는 감정이 슬픔이었는데, 들을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는 분노로 바뀔 수 있음이었다. 아침운동 시간에 발걸음을 겨우겨우 옮겨놓을 정도로 힘에 부친 자세는 어디론지 사라지고, 노인회원들이 왁자지껄 모인 자리에서는 자신 만만한 싸움꾼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치나 종교적인 주제는 말을 시작하면 싸움 나기 쉬우니 피하라는 것이 사교장 매너인데, 이 노인은 막무가내로 정치인들을 싸잡아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한국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말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 정치하는 놈들은 거짓말 해도 좋다고 자기네가 무슨 특허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여. 난 우리 지역 3선의원인가 허는 그 놈이 정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너야말로 거짓말 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었는데, 당선되자 마자 입 딱 씻고 거짓말쟁이란 말이여.
--정치하는 놈들이 썩어 문들어 졌는데 해운사업 하는 놈들이 청렴할 수는 없지. 정치꾼들과 사업가들이 동맹 연합하여 놀아나는 것만 같애.
--아, 자기네는 안 늙을 줄 아남. 노인들이 편안하게 살아야 온 나라가 평화로워 지는 거여. 자식들 효도를 바랄 수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국가의 노인복지 행정이 중요한 건데 말이지.
나는 이 노인의 매서운 악담이 너무 뜻밖인지라 이를 어떻게 봐야할지 당황스러웠다. 역시 자기 앞에 떨어진 운명의 압박을 피할 수는 없구나 생각하면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 다음으로 새로 들어온 노인회 회원은 육지서 들어온 외지인이라고 했다. 노인회장이 몇 번이고 가정방문을 해서 강권하고 구슬르고 해서 겨우 회원가입을 성사시켰다고 했다. 기왕에 육지사람으로 회원된 사람을 동반해 가서 권하기도 했는데, 제주도 방언이 심한 걸 부담스럽게 여긴다고 하자 방언 배우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가르쳐 주겠다고 격려했다는 것이다. 노인회장의 말로는 회원들 출신지가 다양할수록 모임의 내용이 더 풍성해진다는 생각인데 나도 이런 방침에는 찬성이었다.
신입회원이 된 외지인은 그러나 회원들 간에 서로 친해지기가 어려웠다. 이곳 노인회원 중에서 제일 젊은 나이임이 밝혀져서 큰 박수를 받기는 했다. 그의 가족 중에 세월호 희생자가 두 사람이나 된다는 말을 뒤늦게야 듣게되었다. 경기도에서 제주도로 오는 이삿짐이 해난사고 선박에 실려있었다고 하니 그 집안의 재앙이 얼마나 끔찍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노인회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시작하는 시간이었는데, 그 때서야 뒤늦게 조심조심 입장한 이 신입회원은 싸움꾼 노인의 환호를 받는 몸이 되었다. 고참 노인은 신참 노인의 손을 끌어잡고 뜻밖의 악수를 청하였다. 고참 노인은 자기가 이 노인회 최고령자라 해서 아래 나이인 사람에게 툭하면 반말을 쓰는 간 큰 노인으로도 알려진 사람이었다.
--내가 너무 야박해서 당신의 처지를 알아보지 못했소. 나의 운명이 비참한 건 당신에 비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소.
--무슨 말씀인가요.
--세월호 참사에서 가족 중에 희생자가 두 사람이나 된다고 들었소. 얼마나 슬프고 억울했겠소. 우리 가족 중에선 단 한 사람이 죽었는데 당신에게보다는 한결 가벼운 형벌이오.
--그게 무슨 형벌입니까.
--난 그게 꼭 내가 천명을 거역한 것에 대해 하늘이 내려준 형벌인 것만 같소. 당신도 천명을 거역하 것이 있는지 잘 생각해 보소. 당신 자신의 잘못이 없으면 당신 조상 탓이든가.
--아닙니다. 저 자신도 생각해 보니, 천명에 거역한 것이 많습디다.
--그렇소? 그럼 우리, 위로주로 생각하고 건배합시다.
나이 젊은 노인은 얼떨떨해 하면서도 소주잔을 들어서 건배 제의에 응답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 날 나를 만난 노인회장은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아니, 사람이 그렇게 달라질 수도 있는가. 호랑이 같이 매서운 노인네가 순한 양이 되어버렸어. 내가 신입회원 한 사람은 정말 잘 영입했단 말이지. 말년 복은 역시 자식들 문제에서 나오는가 봐.
--맞습니다. 자식들 문제에다가 다른 집안하고 비교하는 것이겠지요. 선배님은 역시 유능한 회장님이십니다.
두 사람이 마주 보면서 껄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생각이 같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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