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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동화씨 할 어깨가 그의 자그마한 말투로2010년대만 하더라도 전 세계 해상풍력을 이끌던 나라는 영국이었습니다. IRENA(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국제재생에너지기구)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 이미 5GW 넘는 규모의 해상풍력터빈을 설치한 영국은 2위 독일(3.3GW), 3위 덴마크(1.3GW)와 큰 격차를 보이는 1위였습니다. 2016년, 중국은 전년의 559MW에서 1.5GW로 단숨에 엄청난 용량을 추가하며 세계 3위의 해상풍력 국가로 단숨에 뛰어올랐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동안 영국-독일-중국으로 이어지는 순위에 변동은 없었습니다. 2019년, 영국은 10GW에 육박할 만큼 해상풍력 규 황금성사이트 모를 키웠죠. 이때 독일은 7.6GW, 중국은 5.9GW의 발전설비를 설치했습니다. 1위 영국에 비하면 적은 용량이나 이미 Top 3와 그 외 국가 사이 격차는 따라잡기 어려워 보일 만큼 크게 벌어졌죠.
이전과 보법이 다른 양상이 나타난 건 2020년대부터의 일이었습니다. 영국이 10.4GW의 해상풍력발전설비를 확보하며 처음 10GW 시 릴게임손오공 대를 열었으나 중국이 9GW로 해상풍력을 확대하며 독일과 순위를 역전하는 것을 넘어 빠르게 1위인 영국에 근접하게 됐습니다. 2021년엔 무려 26.4GW로 전년의 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순식간에 1, 2위가 뒤집힌 것을 넘어, 영국이 11.3GW까지 해마다 해상풍력을 확대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죠. 그간 국가별 설비용량의 변화를 지켜보지 않고, 그저 2 릴게임무료 021년 한 해의 통계만 보면 '마치 원래부터 압도적 1위였던 나라'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이러한 구도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해상풍력 설비용량 Top 3는 중국 41.3GW, 영국 15.9GW, 독일 9.2GW 순입니다.
바다이야기예시 Top 3의 폭발적인 성장 탓에 나머지 상위권 국가들의 변화엔 눈길이 가기 쉽지 않지만, 4~10위에서도 눈에 띄는 모습이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의 시간, 한국이 2016년, 2017년, 2019년엔 10위, 2018년엔 9위, 2020년엔 8위까지 올랐다는 점입니다. 물론, 2021년 다시 10위로 밀려난 이후 이 리스트에 뽀빠이릴게임 서 한국의 이름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말이죠. 국내에서 해상풍력이 마치 '북해 인접 유럽국가의 전유물'로 거론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말고도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중국 외 아시아 국가'는 또 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도 2015~2017년 9위를 이어가다 2018년 10위로 밀려나 이후 잠시 리스트에서 사라졌지만, 2024년 다시 이 리스트에 재진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도국이라 여기며 탄소중립 선언의 순간까지도 석탄화력발전 수출에 나섰던 베트남은 일찍이 2015~2019년 8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2020년, 잠시 10위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이내 2021~2022년 7위로 다시 올랐고,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설치가 대폭 확대된 2024년에도 1.1GW의 해상풍력을 운영하며 9위를 기록했습니다. 10위 일본의 284.7MW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베트남은 8위 프랑스(1.5GW)의 턱밑까지 올라온 해상풍력 국가로 거듭난 겁니다.
한국과 일본, 베트남을 넘어 '세계 수준의 해상풍력 국가'가 된 아시아 국가도 있습니다. 바로 대만입니다. 2015~2018년만 하더라도 대만은 Top 10 리스트에 없던 나라였습니다. 2019년, 대만은 128MW의 용량으로 처음 이 리스트에 9위로 등장했습니다. 이후 2021년엔 8위로 순위가 한 계단 올랐고, 2023년엔 7위, 2024년엔 5위로 크게 성장했죠. 대만의 시작은 더뎠지만, 이젠 초기 해상풍력의 확대를 이끈 덴마크와 벨기에를 넘어서 어느덧 해상풍력 3GW 시대를 앞두게 됐습니다.
해상풍력의 이러한 양적 성장은 풍력 터빈의 질적 성장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GWEC(Global Wind Energy Council,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는 〈글로벌 풍력 보고서 2025〉에서 터빈의 변천사를 위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첫 시작은 육상풍력이었지만, 해상풍력은 이제 육상풍력보다 더 커지고,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죠.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육상풍력은 물리적인 크기 면으로나 발전용량으로나 해상풍력용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효율을 보였습니다. 2024년 기준, 상용 터빈에 있어 육상풍력은 높이 300m, 로터 지름은 270m로 15MW 용량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 끝에 해상풍력은 전체 높이 340m, 로터 지름 310m로 개당 26MW의 용량으로 육상풍력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육지보다 훨씬 더 큰 면적을 자랑하는 바다에서 우린 더 많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위의 풍력 변천사에 기념비적으로 언급된 2015년의 7.5MW라는 숫자는 한국에도 의미있는 숫자입니다. 2010년대, 삼성중공업은 7MW급 해상풍력터빈을 개발했고, 현대중공업 또한 5.56MW급 터빈을 개발했던 것이죠. 녹색성장이 정부 정책의 기조였던 시절, 한국은 '풍력 기술 강국'이었던 겁니다. 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2010년에 우리나라가 유럽의 독일, 영국, 덴마크의 사례를 참고해 해상풍력 전략을 수립했었습니다. 당시 전략은 특히 독일의 전략과 비슷했죠. 영국이나 덴마크와는 달리 독일은 산업적 기반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10년 후의 기술을 개발해 산업적으로 주도하겠다는 컨셉을 도입한 것이죠. 당시 우리나라도 풍력의 기반이 되는 제조업이 있었으니까요. 연관 산업들에 있어 한국도 충분한 산업적 잠재력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래서 국내 많은 기업이 참여를 해서 투자도 계획했었죠. 하지만 풍력발전 부지를 비롯해 정책 자체가 더뎌지면서 많은 기업이 사업을 철수하게 됐습니다.”
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
정부 차원의 풍력발전 전략이 논의되던 당시, 풍력산업계에 몸담았던 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2010년에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세계 해상풍력 3대 강국으로 나서겠다는 강력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당시 핵심 추진 전략은 세계 최초 2.5GW 규모의 해상풍력 개발계획이었죠. 세계가 놀랄 만한 계획이었고, 당시 유럽의 해상풍력 업체들도 앞다퉈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7MW급의 당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터빈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었고요. 그때만 하더라도, 한국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과 방향성을 믿고 많은 투자를 했었고, 정부도 국가 R&D 사업에 많은 지원을 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중공업 기업들은 다 터빈 개발을 한다고 했었고, 터빈뿐 아니라 설치 및 시공이나 항만 등 분야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도 많았습니다.”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하지만 정부의 약속, 청사진과 달리 시장은 현실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고, 이는 곧 산업 자체의 몰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들 그렇게 개발해 물건을 만들어내면, 정부가 추진하는 2.5GW 단지에 넣을 수 있을 거라는판단에 투자했던 것인데, 당시 해상풍력단지 개발계획 자체가 너무 지연되고, 진행이 안 되면서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우리나라의 글로벌 중공업·조선 기업들이 실제 인프라 투자를 했던 것, R&D 투자를 했던 것을 한순간에 다 매몰시키고, 전부 해상풍력 시장에서 철수해버리고 말았죠.이 계획이 추진됐다면, 우리나라가 지금쯤 세계 해상풍력 산업 전부를 다 독과점하고 있지 않았을까. 굉장히 아쉽죠. 2.5GW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실제 준공됐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100% 달라졌을 거라생각합니다. 당시 세계 최대규모의 해상풍력 터빈인 7MW급 터빈을 개발한 삼성중공업이 이에 기반해 이후 14~15년 사업을 계속 이어갔다면, 지금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베스타스나 지멘스가메사보다 훨씬 앞서있는 세계 톱 클래스의 터빈 제작사가 됐을 테니까요.”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요란한 전략이나 선언 발표와 달리 지지부진한 실제 이행 속도는 비단 녹색성장을 외쳤던 정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2010년 이래 우리나라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해상풍력의 대대적인 확장'을 다짐했습니다. 2010년 5차 전기본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4년 15.8TWh의 전력을 바닷바람으로 만들었어야 했죠. 이후 나온 6차 전기본에선 2024년 목표 발전량을 35.8TWh로 설정했습니다. 덴마크의 2024년 실제 발전량(20.6TWh)보다도 큰 숫자입니다. 2015년에 나온 7차 전기본에선 그나마 그래프의 기울기가 가장 완만했지만, 그럼에도 2024년 목표치는 11.1TWh로 우리의 현실인 3.4TWh의 3배가 넘습니다.
전기본은법에 의거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오랜기간 심사숙고한 끝에 만들어집니다. 그런 만큼 대체로 '보수적인 값'이 담기게 되죠. 발표 때마다 보다 적극적인 전환을 기대하는 시민단체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계획과는 딴판인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현실이 우리나라의 산업 잠재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풍력발전은 거대 PF(Project Financing,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장이 없으면 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보급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기업들이 먼저 나서 공급망에 선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은 구조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그간 시장이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했고요. 그렇다보니 아무리 삼성이나 대우조선해양, 현대 마크를 붙인 터빈이 한국에서 개발됐다 하더라도 이들 터빈이 자국 시장에서조차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걸 20~30년 이상 운영해야 하는 해외 발전사업자들이 덥석 사줄 리도 절대 없었죠. 결국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공급망까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복잡한 인허가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모든 인허가 절차를 민간 사업자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고요. 10개 부처, 29개 법률에 따라 사업자들이 인허가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 군 작전성 협의 같은 것들도 민간에서 접촉을 어떻게든 하려 해도 쉽게 풀어질 문제도 아니었고요. 기한을 정해놓고 사업을 추진하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우리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가 언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그런 불확실성은 계속 커졌고, 이 불확실성은 결국 비용 부담으로 전가가 되고, 발전원가 상승의 요인이 됐습니다. 언제 될지도 모르는 사업에 사업자와 주민, 지자체의 갈등 또한 커졌고요. 계속해서 정부에 어떤 해결 방안을 제시해달라 제안을 했지만, 어떤 정부도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나 구체적인 계획들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은 혼란 속에서 계속 진행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문제는 앞으로도 남아있습니다. '그나마 겸손'했던 7차 전기본 이후엔 다시금 야심찬 국가 계획이 잇따랐습니다. 2030년 기준, 8차 전기본은 42.6TWh, 9차 전기본은 40.1TWh, 10차 전기본은 38.9TWh, 11차 전기본은 38.8TWh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11차 전기본 기준, 6년만에 발전량이 지금의 11.5배가 되어야 하는 목표입니다. 김범석 교수는 “정부 입찰에 낙찰된 사업들조차도 언제 착공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계통 연계 시점도 불확실하고, 사업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목표 달성은 차치하고, '시장의 형성'을 위한 정부의 행동과 결정이 필수인 것이죠. 이런 와중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에너지 안보의 확립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강조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에너지 안보, 에너지 주권 문제입니다. 화석연료를 많이 수입했던 국가들에서 훨씬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입니다. 러시아로부터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를 수입했던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 가스가 차단되고 말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REPowerEU 정책으로 재생 목표를 더욱 높이게 됐고요. 유럽에겐 에너지전환이 결국 에너지 주권, 에너지 자립을 의미하는 겁니다. 화석연료 수입에만 의존을 하게 되면, 세계적인 유가나 가스 가격의 변동에 취약해지니까요.
예전엔 에너지 안보라고 하면, 어떻게 적정 공급량을 확보할 것인가를 중심 관심사였습니다.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죠. 이젠 그 개념이 우리가 외국에 의존하지 않게 되는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자국의 주권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 안에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그래서 지정학적 위험이나 외국과의 마찰이나 갈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에너지 안보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
“근본적으론 재생에너지라는 것이 에너지 자립에 유리하기에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안보의 확립이 이야기됐는데, 최근엔 또 다른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풍력산업은 유럽이 한국이나 중국을 가르쳐주고 그런 상황이었는데, 이젠 역으로 추월해서 중국이 유럽에 수출하고, 유럽의 공급망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면서 최근엔 유럽이나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써 에너지 안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설비의 대부분을 수입을 한다는 것은 곧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 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의 개념이 확장돼 공급망 보호의 관점으로도 진전이 된 것이죠.”
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
“해상풍력을 어떤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목적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생에너지 생산의 관점에서 쓸 것인지, 아니면 산업 보호나 새로운 산업의 육성 측면에서 뉴딜의 수단으로 쓸 것인지 말이죠. 돌이켜보면, 그간 한국은 뉴딜에 힘을 주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사실상 그린 없는 뉴딜은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봅니다. 일단 시장부터 만들어서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그렇게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연동해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우리 공급망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지, 처음부터 공급망 육성부터 하다 보니 사실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시장이 없는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온실가스 감축에 해상풍력을 통해 얼마나 기여를 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우리의 핵심 공급망 산업을 어떤 전략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이런 부분에 대한 좀 더 깊은 정책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100% 국산'만 써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개인적으론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공급망이 충분히 어떤 기술이나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당연히 우리 공급망을 써야죠. 그런데, 그렇지 못한 분야에서도 이를 고집하면, 되려 부족한 공급망이 시장 확대를 발목 잡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시장은 15MW 규모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지금 15MW 터빈을 자체적으로 공급할 역량이 없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터빈 제작사가 15MW 터빈을 만들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그러면 결국 보급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시장의 확산을 우선하는 일이 과연 우리나라 산업의 숨통을 조이는 일일까요. 지난주 연재에서 통계에 기반해설명드린 것처럼,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원자력 산업의 수출액을 비교하더라도 신재생 산업의 수출액이 훨씬 많습니다. 특히, 최근 10년(2014~2023년)간 수출액을 보더라도, 전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아닌 풍력발전 산업의 수출액만으로도 2022년을 제외하면 원자력 산업 수출액을 넘을 정도로 터빈을 제외한 다양한 품목에 있어 우리나라의 역량은 이미 충분한 상태입니다. 영국 현지에서 만난 해상풍력 케이블 보호설비 제조사인 테크마의 COO 마크 벨도 “한국은 강력한 산업 기반과 준비된 인프라, 그리고 매우 큰 해상풍력 잠재량을 가지고 있다”며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 한국은 아태 지역에서 해상풍력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문가들 또한 이러한 토대에서 신속한 시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에서 우리나라를 이야기할 때, 해상풍력 산업의 잠재력이 제일 크다고 합니다. 조선이나 기계공업이나 중공업, 그리고 전력설비나 건설 등 해상풍력과의 연관 산업이 다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고 할 때, 사실 매년 4~5GW 가량을 설치해야 합니다. 지금 국내에서 50M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업 규모가 50억원 정도 되는데, 4~5GW면 거의 20조원이나 되는 수준이거든요. 이런 산업 규모에서 우리가 외국에 100% 의지한 적은 없습니다. 연관 산업을 비롯해 국내에 다양한 산업에 대한 잠재 역량이 있으니까요. 지금의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국제적인 수준을 쫓아간다고 했을 땐 그 시장의 규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해상풍력의 확산을 성취해야 한다고 봅니다.”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
시장의 확산을 위해 우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신뢰입니다. 이는 한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국가인 영국이 자국 풍력터빈 기업 없이도 해상풍력 산업의 리더이자 글로벌 허브로 거듭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국이 짧은 기간에 국내 해상풍력 산업을 키운 핵심은 '목표의 일관성'에 있습니다. 해상풍력에 나선 20년 동안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런 와중에 변치 않은 것을 꼽자면 해상풍력에 대한 정부의 의지였습니다. 지금도 영국의 목표는 여전히 야심찹니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4배로 늘리려 하죠. 저희 같은 기업은 이런 확장 국면에선 투자와 개발을 이어가게 되고요.
어느 나라에서 도입하느냐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문제로 연결이 됩니다.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는 그 불확실성이 에너지 가격을 올리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했죠.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조금 다릅니다. 풍력터빈을 한 번 구입하면 그건 당신의 소유가 됩니다. 그 순간부터는 안정적인 것이죠. 조달 과정에서 파트너십이 한 번 구축되면, 이후엔 가장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선택지가 바로 재생에너지인 겁니다. 기술은 국경 안으로 들어오면 계속 그곳에 남아있게 됩니다. 이걸 어떻게 운영하고 연계지을지는 당신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이사 노스본드 옥토퍼스 에너지 제너레이션 CEO
이러한 신뢰성의 중요함을 가장 절실히 느낀 것은 과거 한국 해상풍력의 초기에 풍력 산업계에 몸담았던 OB들이기도 합니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터빈을 개발했던 삼성중공업에서 터빈을 담당했던 이현주 영국 ORE 캐터펄트 터빈시스템 팀장은 그런 OB 중 하나입니다. 그가 현재 일하고 있는 ORE 캐터펄트에선 10여 년 전 실증을 위해 설치됐던 삼성중공업의 7MW급 터빈이 여전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2009년 이후,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 사이서도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가 영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고, 이를 계속 확대해야 한다는 합의였죠. 이 합의로 이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재생에너지 정책은 영향받지 않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상풍력 목표는 강화가 됐지, 정권 교체로 인한 방해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한국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다들 잘 알고 계시듯 '정책의 불확실성'이었습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원 정책이나 관련 법률이 바뀌었으니까요.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계획해 운영에 나서기까지 보통 9년 정도 걸립니다. 운영은 최소 25년 이상 동안 이뤄지고요. 그 긴 기간 동안 정책 변화가 잦다면 사업은 굉장히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이런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의 통일성과 투명성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권에 따라 바뀌는 정책이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그런 정책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이현주 ORE 캐터펄트 터빈시스템 팀장
영국과 우리나라의 해상풍력을 돌아본 다큐멘터리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은 다음의 링크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시보기]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 (1부) https://youtu.be/kO_kCdt95nM?si=yqZAqgf6vnWhSTh6
[다시보기]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 (2부) https://youtu.be/72mxqYlArJM?si=dCtVWzCftSGNj3os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이전과 보법이 다른 양상이 나타난 건 2020년대부터의 일이었습니다. 영국이 10.4GW의 해상풍력발전설비를 확보하며 처음 10GW 시 릴게임손오공 대를 열었으나 중국이 9GW로 해상풍력을 확대하며 독일과 순위를 역전하는 것을 넘어 빠르게 1위인 영국에 근접하게 됐습니다. 2021년엔 무려 26.4GW로 전년의 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순식간에 1, 2위가 뒤집힌 것을 넘어, 영국이 11.3GW까지 해마다 해상풍력을 확대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죠. 그간 국가별 설비용량의 변화를 지켜보지 않고, 그저 2 릴게임무료 021년 한 해의 통계만 보면 '마치 원래부터 압도적 1위였던 나라'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이러한 구도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해상풍력 설비용량 Top 3는 중국 41.3GW, 영국 15.9GW, 독일 9.2GW 순입니다.
바다이야기예시 Top 3의 폭발적인 성장 탓에 나머지 상위권 국가들의 변화엔 눈길이 가기 쉽지 않지만, 4~10위에서도 눈에 띄는 모습이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의 시간, 한국이 2016년, 2017년, 2019년엔 10위, 2018년엔 9위, 2020년엔 8위까지 올랐다는 점입니다. 물론, 2021년 다시 10위로 밀려난 이후 이 리스트에 뽀빠이릴게임 서 한국의 이름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말이죠. 국내에서 해상풍력이 마치 '북해 인접 유럽국가의 전유물'로 거론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말고도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중국 외 아시아 국가'는 또 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도 2015~2017년 9위를 이어가다 2018년 10위로 밀려나 이후 잠시 리스트에서 사라졌지만, 2024년 다시 이 리스트에 재진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도국이라 여기며 탄소중립 선언의 순간까지도 석탄화력발전 수출에 나섰던 베트남은 일찍이 2015~2019년 8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2020년, 잠시 10위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이내 2021~2022년 7위로 다시 올랐고,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설치가 대폭 확대된 2024년에도 1.1GW의 해상풍력을 운영하며 9위를 기록했습니다. 10위 일본의 284.7MW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베트남은 8위 프랑스(1.5GW)의 턱밑까지 올라온 해상풍력 국가로 거듭난 겁니다.
한국과 일본, 베트남을 넘어 '세계 수준의 해상풍력 국가'가 된 아시아 국가도 있습니다. 바로 대만입니다. 2015~2018년만 하더라도 대만은 Top 10 리스트에 없던 나라였습니다. 2019년, 대만은 128MW의 용량으로 처음 이 리스트에 9위로 등장했습니다. 이후 2021년엔 8위로 순위가 한 계단 올랐고, 2023년엔 7위, 2024년엔 5위로 크게 성장했죠. 대만의 시작은 더뎠지만, 이젠 초기 해상풍력의 확대를 이끈 덴마크와 벨기에를 넘어서 어느덧 해상풍력 3GW 시대를 앞두게 됐습니다.
해상풍력의 이러한 양적 성장은 풍력 터빈의 질적 성장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GWEC(Global Wind Energy Council,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는 〈글로벌 풍력 보고서 2025〉에서 터빈의 변천사를 위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첫 시작은 육상풍력이었지만, 해상풍력은 이제 육상풍력보다 더 커지고,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죠.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육상풍력은 물리적인 크기 면으로나 발전용량으로나 해상풍력용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효율을 보였습니다. 2024년 기준, 상용 터빈에 있어 육상풍력은 높이 300m, 로터 지름은 270m로 15MW 용량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 끝에 해상풍력은 전체 높이 340m, 로터 지름 310m로 개당 26MW의 용량으로 육상풍력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육지보다 훨씬 더 큰 면적을 자랑하는 바다에서 우린 더 많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위의 풍력 변천사에 기념비적으로 언급된 2015년의 7.5MW라는 숫자는 한국에도 의미있는 숫자입니다. 2010년대, 삼성중공업은 7MW급 해상풍력터빈을 개발했고, 현대중공업 또한 5.56MW급 터빈을 개발했던 것이죠. 녹색성장이 정부 정책의 기조였던 시절, 한국은 '풍력 기술 강국'이었던 겁니다. 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2010년에 우리나라가 유럽의 독일, 영국, 덴마크의 사례를 참고해 해상풍력 전략을 수립했었습니다. 당시 전략은 특히 독일의 전략과 비슷했죠. 영국이나 덴마크와는 달리 독일은 산업적 기반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10년 후의 기술을 개발해 산업적으로 주도하겠다는 컨셉을 도입한 것이죠. 당시 우리나라도 풍력의 기반이 되는 제조업이 있었으니까요. 연관 산업들에 있어 한국도 충분한 산업적 잠재력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래서 국내 많은 기업이 참여를 해서 투자도 계획했었죠. 하지만 풍력발전 부지를 비롯해 정책 자체가 더뎌지면서 많은 기업이 사업을 철수하게 됐습니다.”
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
정부 차원의 풍력발전 전략이 논의되던 당시, 풍력산업계에 몸담았던 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2010년에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세계 해상풍력 3대 강국으로 나서겠다는 강력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당시 핵심 추진 전략은 세계 최초 2.5GW 규모의 해상풍력 개발계획이었죠. 세계가 놀랄 만한 계획이었고, 당시 유럽의 해상풍력 업체들도 앞다퉈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7MW급의 당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터빈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었고요. 그때만 하더라도, 한국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과 방향성을 믿고 많은 투자를 했었고, 정부도 국가 R&D 사업에 많은 지원을 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중공업 기업들은 다 터빈 개발을 한다고 했었고, 터빈뿐 아니라 설치 및 시공이나 항만 등 분야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도 많았습니다.”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하지만 정부의 약속, 청사진과 달리 시장은 현실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고, 이는 곧 산업 자체의 몰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들 그렇게 개발해 물건을 만들어내면, 정부가 추진하는 2.5GW 단지에 넣을 수 있을 거라는판단에 투자했던 것인데, 당시 해상풍력단지 개발계획 자체가 너무 지연되고, 진행이 안 되면서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우리나라의 글로벌 중공업·조선 기업들이 실제 인프라 투자를 했던 것, R&D 투자를 했던 것을 한순간에 다 매몰시키고, 전부 해상풍력 시장에서 철수해버리고 말았죠.이 계획이 추진됐다면, 우리나라가 지금쯤 세계 해상풍력 산업 전부를 다 독과점하고 있지 않았을까. 굉장히 아쉽죠. 2.5GW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실제 준공됐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100% 달라졌을 거라생각합니다. 당시 세계 최대규모의 해상풍력 터빈인 7MW급 터빈을 개발한 삼성중공업이 이에 기반해 이후 14~15년 사업을 계속 이어갔다면, 지금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베스타스나 지멘스가메사보다 훨씬 앞서있는 세계 톱 클래스의 터빈 제작사가 됐을 테니까요.”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요란한 전략이나 선언 발표와 달리 지지부진한 실제 이행 속도는 비단 녹색성장을 외쳤던 정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2010년 이래 우리나라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해상풍력의 대대적인 확장'을 다짐했습니다. 2010년 5차 전기본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4년 15.8TWh의 전력을 바닷바람으로 만들었어야 했죠. 이후 나온 6차 전기본에선 2024년 목표 발전량을 35.8TWh로 설정했습니다. 덴마크의 2024년 실제 발전량(20.6TWh)보다도 큰 숫자입니다. 2015년에 나온 7차 전기본에선 그나마 그래프의 기울기가 가장 완만했지만, 그럼에도 2024년 목표치는 11.1TWh로 우리의 현실인 3.4TWh의 3배가 넘습니다.
전기본은법에 의거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오랜기간 심사숙고한 끝에 만들어집니다. 그런 만큼 대체로 '보수적인 값'이 담기게 되죠. 발표 때마다 보다 적극적인 전환을 기대하는 시민단체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계획과는 딴판인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현실이 우리나라의 산업 잠재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풍력발전은 거대 PF(Project Financing,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장이 없으면 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보급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기업들이 먼저 나서 공급망에 선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은 구조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그간 시장이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했고요. 그렇다보니 아무리 삼성이나 대우조선해양, 현대 마크를 붙인 터빈이 한국에서 개발됐다 하더라도 이들 터빈이 자국 시장에서조차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걸 20~30년 이상 운영해야 하는 해외 발전사업자들이 덥석 사줄 리도 절대 없었죠. 결국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공급망까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복잡한 인허가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모든 인허가 절차를 민간 사업자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고요. 10개 부처, 29개 법률에 따라 사업자들이 인허가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 군 작전성 협의 같은 것들도 민간에서 접촉을 어떻게든 하려 해도 쉽게 풀어질 문제도 아니었고요. 기한을 정해놓고 사업을 추진하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우리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가 언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그런 불확실성은 계속 커졌고, 이 불확실성은 결국 비용 부담으로 전가가 되고, 발전원가 상승의 요인이 됐습니다. 언제 될지도 모르는 사업에 사업자와 주민, 지자체의 갈등 또한 커졌고요. 계속해서 정부에 어떤 해결 방안을 제시해달라 제안을 했지만, 어떤 정부도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나 구체적인 계획들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은 혼란 속에서 계속 진행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문제는 앞으로도 남아있습니다. '그나마 겸손'했던 7차 전기본 이후엔 다시금 야심찬 국가 계획이 잇따랐습니다. 2030년 기준, 8차 전기본은 42.6TWh, 9차 전기본은 40.1TWh, 10차 전기본은 38.9TWh, 11차 전기본은 38.8TWh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11차 전기본 기준, 6년만에 발전량이 지금의 11.5배가 되어야 하는 목표입니다. 김범석 교수는 “정부 입찰에 낙찰된 사업들조차도 언제 착공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계통 연계 시점도 불확실하고, 사업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목표 달성은 차치하고, '시장의 형성'을 위한 정부의 행동과 결정이 필수인 것이죠. 이런 와중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에너지 안보의 확립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강조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에너지 안보, 에너지 주권 문제입니다. 화석연료를 많이 수입했던 국가들에서 훨씬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입니다. 러시아로부터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를 수입했던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 가스가 차단되고 말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REPowerEU 정책으로 재생 목표를 더욱 높이게 됐고요. 유럽에겐 에너지전환이 결국 에너지 주권, 에너지 자립을 의미하는 겁니다. 화석연료 수입에만 의존을 하게 되면, 세계적인 유가나 가스 가격의 변동에 취약해지니까요.
예전엔 에너지 안보라고 하면, 어떻게 적정 공급량을 확보할 것인가를 중심 관심사였습니다.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죠. 이젠 그 개념이 우리가 외국에 의존하지 않게 되는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자국의 주권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 안에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그래서 지정학적 위험이나 외국과의 마찰이나 갈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에너지 안보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
“근본적으론 재생에너지라는 것이 에너지 자립에 유리하기에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안보의 확립이 이야기됐는데, 최근엔 또 다른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풍력산업은 유럽이 한국이나 중국을 가르쳐주고 그런 상황이었는데, 이젠 역으로 추월해서 중국이 유럽에 수출하고, 유럽의 공급망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면서 최근엔 유럽이나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써 에너지 안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설비의 대부분을 수입을 한다는 것은 곧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 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의 개념이 확장돼 공급망 보호의 관점으로도 진전이 된 것이죠.”
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
“해상풍력을 어떤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목적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생에너지 생산의 관점에서 쓸 것인지, 아니면 산업 보호나 새로운 산업의 육성 측면에서 뉴딜의 수단으로 쓸 것인지 말이죠. 돌이켜보면, 그간 한국은 뉴딜에 힘을 주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사실상 그린 없는 뉴딜은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봅니다. 일단 시장부터 만들어서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그렇게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연동해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우리 공급망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지, 처음부터 공급망 육성부터 하다 보니 사실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시장이 없는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온실가스 감축에 해상풍력을 통해 얼마나 기여를 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우리의 핵심 공급망 산업을 어떤 전략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이런 부분에 대한 좀 더 깊은 정책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100% 국산'만 써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개인적으론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공급망이 충분히 어떤 기술이나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당연히 우리 공급망을 써야죠. 그런데, 그렇지 못한 분야에서도 이를 고집하면, 되려 부족한 공급망이 시장 확대를 발목 잡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시장은 15MW 규모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지금 15MW 터빈을 자체적으로 공급할 역량이 없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터빈 제작사가 15MW 터빈을 만들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그러면 결국 보급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시장의 확산을 우선하는 일이 과연 우리나라 산업의 숨통을 조이는 일일까요. 지난주 연재에서 통계에 기반해설명드린 것처럼,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원자력 산업의 수출액을 비교하더라도 신재생 산업의 수출액이 훨씬 많습니다. 특히, 최근 10년(2014~2023년)간 수출액을 보더라도, 전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아닌 풍력발전 산업의 수출액만으로도 2022년을 제외하면 원자력 산업 수출액을 넘을 정도로 터빈을 제외한 다양한 품목에 있어 우리나라의 역량은 이미 충분한 상태입니다. 영국 현지에서 만난 해상풍력 케이블 보호설비 제조사인 테크마의 COO 마크 벨도 “한국은 강력한 산업 기반과 준비된 인프라, 그리고 매우 큰 해상풍력 잠재량을 가지고 있다”며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 한국은 아태 지역에서 해상풍력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문가들 또한 이러한 토대에서 신속한 시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에서 우리나라를 이야기할 때, 해상풍력 산업의 잠재력이 제일 크다고 합니다. 조선이나 기계공업이나 중공업, 그리고 전력설비나 건설 등 해상풍력과의 연관 산업이 다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고 할 때, 사실 매년 4~5GW 가량을 설치해야 합니다. 지금 국내에서 50M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업 규모가 50억원 정도 되는데, 4~5GW면 거의 20조원이나 되는 수준이거든요. 이런 산업 규모에서 우리가 외국에 100% 의지한 적은 없습니다. 연관 산업을 비롯해 국내에 다양한 산업에 대한 잠재 역량이 있으니까요. 지금의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국제적인 수준을 쫓아간다고 했을 땐 그 시장의 규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해상풍력의 확산을 성취해야 한다고 봅니다.”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
시장의 확산을 위해 우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신뢰입니다. 이는 한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국가인 영국이 자국 풍력터빈 기업 없이도 해상풍력 산업의 리더이자 글로벌 허브로 거듭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국이 짧은 기간에 국내 해상풍력 산업을 키운 핵심은 '목표의 일관성'에 있습니다. 해상풍력에 나선 20년 동안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런 와중에 변치 않은 것을 꼽자면 해상풍력에 대한 정부의 의지였습니다. 지금도 영국의 목표는 여전히 야심찹니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4배로 늘리려 하죠. 저희 같은 기업은 이런 확장 국면에선 투자와 개발을 이어가게 되고요.
어느 나라에서 도입하느냐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문제로 연결이 됩니다.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는 그 불확실성이 에너지 가격을 올리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했죠.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조금 다릅니다. 풍력터빈을 한 번 구입하면 그건 당신의 소유가 됩니다. 그 순간부터는 안정적인 것이죠. 조달 과정에서 파트너십이 한 번 구축되면, 이후엔 가장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선택지가 바로 재생에너지인 겁니다. 기술은 국경 안으로 들어오면 계속 그곳에 남아있게 됩니다. 이걸 어떻게 운영하고 연계지을지는 당신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이사 노스본드 옥토퍼스 에너지 제너레이션 CEO
이러한 신뢰성의 중요함을 가장 절실히 느낀 것은 과거 한국 해상풍력의 초기에 풍력 산업계에 몸담았던 OB들이기도 합니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터빈을 개발했던 삼성중공업에서 터빈을 담당했던 이현주 영국 ORE 캐터펄트 터빈시스템 팀장은 그런 OB 중 하나입니다. 그가 현재 일하고 있는 ORE 캐터펄트에선 10여 년 전 실증을 위해 설치됐던 삼성중공업의 7MW급 터빈이 여전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2009년 이후,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 사이서도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가 영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고, 이를 계속 확대해야 한다는 합의였죠. 이 합의로 이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재생에너지 정책은 영향받지 않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상풍력 목표는 강화가 됐지, 정권 교체로 인한 방해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한국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다들 잘 알고 계시듯 '정책의 불확실성'이었습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원 정책이나 관련 법률이 바뀌었으니까요.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계획해 운영에 나서기까지 보통 9년 정도 걸립니다. 운영은 최소 25년 이상 동안 이뤄지고요. 그 긴 기간 동안 정책 변화가 잦다면 사업은 굉장히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이런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의 통일성과 투명성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권에 따라 바뀌는 정책이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그런 정책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이현주 ORE 캐터펄트 터빈시스템 팀장
영국과 우리나라의 해상풍력을 돌아본 다큐멘터리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은 다음의 링크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시보기]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 (1부) https://youtu.be/kO_kCdt95nM?si=yqZAqgf6vnWhSTh6
[다시보기]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 (2부) https://youtu.be/72mxqYlArJM?si=dCtVWzCftSGNj3os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