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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온라인 조직 범죄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2025년 10월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다 부모 잘못입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도 못 보내고 아들이 고등학교밖에 못 나왔어요. 그래서 (먹고살기가 힘들다 보니까) 그런 나쁜 길로 빠졌는지···.” 법정 앞에서 만난 캄보디아 송환 피고인 김정식씨(26·가명)의 어머니가 울먹이며 말했다.
2025년 12월23일 오후 대전지방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법원 홍성지원 법정 213호. 푸르스름한 색의 수의를 입은 피고인 여섯 명이 판사가 이름을 부르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다. 방청석에는 피고인의 가족들이 앉아 있었다. 배정된 재판 시간은 고작 10여 분, 가족이 볼 수 있는 것은 그나마도 피고인의 뒷모습뿐이었다. 다음 공판기일을 알린 판사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가기 전, 한 피고인은 자신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의 뒷모습만 보던 부모님을 응시하며 손 인사를 했다. 수의를 입은 손자를 바라보던 어느 할머니는 재판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가 재판이 끝나고 일어서려는 손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걸자 교도관이 제지하기도 했다. 방청석 제일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던 중년 남성은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는 변호사를 따라 나갔다. 그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변 릴게임5만 호사님, 우리 아들 좀 잘 부탁드립니다.”
재판의 발단은 약 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캄보디아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라며 2025년 7월 집을 떠났던 경북 예천군 출신 대학생 박 아무개씨(22)가 같은 해 8월8일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인근 범죄단지 안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캄보 바다이야기하는법 디아 현지 경찰에 따르면 사인은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출국 전, 같은 대학 선배인 홍 아무개씨(27)가 박씨에게 한국에서 “현지에 가면 동료들이 은행 통장을 비싸게 사줄 것”이라며 출국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캄보디아 범죄단체에 가담·구금되어 있던 한국인들의 소식이 널리 알려졌고,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국내에 대거 바다이야기오락실 송환되었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는 총 143명으로 남성이 133명이고 여성은 10명이다. 피의자 중 20대가 70명, 30대가 51명으로 전체 송환자 중 2030 세대가 84.6%에 달한다.
현재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제3형사부(김보현·이홍관·양시호 부장판사)에서 재판받는 피고인 47명 중 45명은 지난해 10월18일 당시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송환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2025년 12월9일 1차 공판을 시작으로, 12월23일 2차 공판, 2026년 1월13일 3차 공판까지 마무리된 상태다.
재판 대상은 캄보디아·타이 등 동남아에 거점을 둔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과 관련한 조직원들이다. 이 조직은 ‘부건’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40대 중국인(조선족)이 총책으로 있었으며, 2024년 6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관공서 노쇼(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대량주문·대리구매를 요구하고 돈을 가로채는 사기)·코인 투자 사기·검사 사칭 전화금융사기 등의 범죄를 통해 피해자 110명에게서 대포통장으로 약 94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조직 규모는 약 200명에 달했고, 총책-하부 총책-실장-팀장-피싱팀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활동했다. 구속된 피고인 47명은 채터(채팅 유인), TM(전화 유인), 킬러(피해금 입금 유도), 하위 팀장(수법 교육 및 조직원 관리) 등의 말단 조직원 역할을 맡았다.
“피해 복구 없는 선처는 없다”
“캄보디아 이민단속국에 구금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서야 범죄 집단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법정 앞에서 만난 피고인의 가족들은 피고인들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지난해 12월23일 2차 공판에서 만난 권수남씨(26·가명)의 어머니 이 아무개씨(46)는 “다 제 잘못이다. 제가 미혼모라 아들을 조부모님께 맡기고 어렵게 키웠다. 아들이 배달 일을 했는데 이대로는 절대 집을 사거나 효도를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는지, 캄보디아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던 친구를 따라서 간 거다. 구금되기 전까진 그냥 해외에 취업했다고만 알고 있었다”라며 울먹였다. 그는 “피해자분들께 너무 죄송하다”라면서 “학교 다닐 때 지각 한번 안 하고 집안 어른들 말씀도 잘 듣던 착한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이렇게 됐다고 하니 제 탓인 것만 같아 사는 게 너무 괴롭다”라고 말했다. 법정 앞에서 울먹이던 피고인 김정식씨(26·가명)의 어머니는 “캄보디아에 렌터카 사업을 하러 간다고 했다. 범죄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빠져나온 두 중년 여성은 조카인 피고인 서형석씨(33·가명)에 대해 “캄보디아에 어떻게 가게 되었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은행에 다니고 표창장도 받던 성실한 조카였다. 사업자금을 마련하러 친구 따라 돈 벌러 간다더니···”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일부 피고인들은 조직으로부터 감금되고 범행을 거부하면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1월13일 3차 공판에 나온 피고인 유제연씨(가명)는 “구금되어 있을 때 조직의 A 실장이 조직원들의 여권을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 “A 실장이 얼굴을 심하게 폭행하기도 했고, 구금됐을 때 (한국 경찰에게) 다 불면 총책으로 뒤집어씌우겠다’고 협박했다. 그가 나와 같은 강원도 출신인 데다 조폭 생활을 했던 만큼 보복이 두려웠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피고인 고기택씨(가명)의 변호인은 “고기택 피고인은 A 실장에게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안경이 부러지도록 뺨을 맞고 입안이 터지고 피가 났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일부 피고인들이 캄보디아 이민단속국에 구금됐을 때 조직의 상위 간부인 B 실장이 한국 형사에게 자백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검찰은 피고인이자 증인인 이주원씨(가명)를 심문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공범 중 한 명이 이민국 수감 시설에 있을 때, 조직 간부 중 하나가 ‘기다리고 있으면 조직에서 꺼내줄 테니 한국으로 가면 안 된다. 한국에서 온 아무개 형사는 별거 아니다. 한국 경찰에게 도박장에서 돈을 다 잃고, 가구 공장에서 일하려고 하다가 취업 사기를 당했다고 말하라. 혹시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휴대폰을 공장 초기화하고 파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렇게 지시한 자가 누구인가?” 검사의 질문에 이씨는 “B 실장이 지시했다”라고 답했다.
피고인들의 가족들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과한 형량이 나오는 건 아닌지 우려했다. 권수남씨(26·가명)의 어머니 이씨는 “아들은 그곳에서 고작 3개월 일했고 돈도 거의 벌지 못했다. 사람 취급도 못 받았다고 하더라. 처음 (범죄를) 저지르고 겁도 많이 나고 반성도 하고 있다. 아들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아직 어린데 너무 큰 형량이 내려지면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정식씨(26·가명)의 어머니 역시 “우리 애는 거기서 돈 번 것도 없고 윗선한테 다 빼앗기고 돌아왔다”라며 높은 형량이 선고될까 봐 걱정했다.
1월13일 3차 공판에서 김보현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내는 반성문, 가족들의 탄원서를 다 확인하고 있다”라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많은 피고인 가족이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이 사건에는 피해자도 있다. 가족분들은 ‘내 자식이 속아 넘어가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생각하지만, 피고인들 때문에 모아놓은 돈을 잃고 빚을 져서 사는 게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달라. 피해 복구가 되지 않고는 섣불리 양형을 감형해줄 순 없다. 피고인들도 마찬가지다. 피해자가 있는 범죄에서 피고인 사정만 보면서 선처해주기 어렵다. 피해 복구를 하길 바란다.”
말단에 대한 엄벌로 범죄 근절 가능할까?
재판받는 피고인 대다수는 검사가 제기한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일부 피고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구체적인 범죄행위와 시기·장소가 맞지 않는다며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부인하거나, 강압적으로 끌려갔다며 범죄단체 가입 여부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3일 열린 2차 공판에서 피고인 김제훈씨(가명)의 변호인은 “이건 뭐 밑도 끝도 없이 기소한 것인가. (…) 타이(태국)에서 이뤄진 검사 사칭 건의 경우, 피고인은 타이에 간 적도 없다. 캄보디아가 처음으로 해외에 나간 유일한 경험이다”라며 공소장에 범죄 사실이 잘못 기재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사는 “밑도 끝도 없이 기소한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사는 “별개의 사무실로 운영되더라도 금원을 편취하기 위해 공조한 사례도 많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코인 투자 범행에만 가담했다고 해도, 검사 사칭·관공서 노쇼 사기 등에서 나온 범죄수익을 나눠 가진 정황을 고려하면 공범 사례로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2025년 10월16일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대응 위원회의 온라인 사기 조직 단속 모습. ⓒ크메르타임스 갈무리
3차 공판까지 계속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것은 단순히 공소장에 적힌 기본적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탓만은 아니다. 좀 더 핵심적인 쟁점은 ‘공동정범(공범)’ 여부, 즉 ‘조직이 저지른 범죄의 전말을 몰랐던 조직원이 어디까지 그 범죄의 책임을 져야 할지’다. 통상적으로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은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각각 역할을 맡은 조직원이 서로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한 조직이 여러 범죄를 총책·콜센터·자금 세탁책·유인책·통장 모집책 등 세부적으로 나눠 운영하고, 하위 조직원은 자기 부문이 아닌 조직원의 이름이나 얼굴, 거주지를 알지 못한다. 심지어 같은 부문 내에서도 서로 별명으로 부른다. 하위 조직원이 경찰에 검거되어도 아는 정보가 없어서 같은 조직의 다른 범죄 부문을 추적하기 매우 어렵다.
온라인 조직범죄(보이스피싱·코인 투자 사기 등)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법부는 일부 행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 범죄의 전말이나 조직이 저지른 범죄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공범에 해당한다’고 본다. 2017년 10월26일, 대법원(주심 김용덕 대법관)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형법상 범죄단체로 인정하고 조직원들의 포괄적 책임을 엄중히 물으며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대법원 2017도8600 판결). “공모자 중 일부가 구성요건 행위 중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볼 때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인정된다면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이어 재판부는 콜센터 상담원 등이 “스스로 직접 실행한 범행 외에도 다른 조직원들이 수행한 전화 대출 사기 범행에 대해서도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라고 못 박았다. 이는 조직 내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이 일부에 불과하거나 다른 조직원의 구체적인 범행 전말을 낱낱이 알지 못했더라도, 조직의 일원으로서 범죄 성립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면 전체 범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검찰 측도 이런 논리를 적용했다. 지난해 12월23일 2차 공판에서 변호사가 피고인을 대신해 공소장의 혐의에 대해 부인하자, 검사는 이렇게 답했다. “이런 범죄의 본질적 특성은 ‘역할 분배’다. 삼성전자에서 인사팀·행정팀 등이 나뉘어 있고 각각 하는 일이 다르더라도 전체가 같이 (상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한 조직이 범죄수익을 높이기 위해 다 같이 범행을 저지른다. 만약 단순히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가 다르고, 피고인이 말한 (범죄) 멘트가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범죄조직은 법인이 아니므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이 범죄는 다른 범죄와 달리 자기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 어떤 부서에 가서 일해도 이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조직에서 지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일을 한 적 없고, 그 말도 한 적 없다’고 하더라도 당시 받았던 수익이 그 일(조직이 저지른 다른 범행)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에 대한 반론도 있다. ‘조직으로부터 일부 수익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까지 책임을 지는 게 타당한가’ 하는 문제 제기다. 2024년 캄보디아에서 납치됐다가 도망친 피고인을 변호한 적이 있는 이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노을)는 “조직이 저지른 범죄 중 일부 행위를 한 피고인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를 적용하여 기소 재판하는 것은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자신이 행한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위반한다고 본다. 게다가 검찰은 온라인 범죄조직 구성원 각자의 개별적인 범죄행위·동기·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행위를 하기만 하면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묶어 마구잡이 기소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지영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말단 조직원에 대한 엄벌을 통해 피해자의 피해 복구가 가능한가”를 묻는다.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를 소탕하지 않는 이상, 말단을 기소하고 처벌한다 해도 범죄가 근절되지는 않는다. 특히 말단 조직원들은 수익 중 매우 일부만 월급조로 취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형사재판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시사IN〉에 익명을 요청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전체 범죄에 대해서 공범 책임을 지기는 하는데, 형량은 피고인별로 가담 기간이나 한 역할에 따라서 다르게 정하고 있다. 죄명이 같은 공동정범일 뿐이지, 본인이 한 행동 이상의 책임을 지우지는 않는다.”
특별재판부도 이 쟁점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1월13일 3차 공판심리에서 김보현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서 특히 코인이나 노쇼 등 일부만 가담했다고 하면서 부인하는 피고인도 있고, 가담은 안 했지만 그럼에도 자백하겠다는 피고인도 있다. (…) 자백이나 부인 여부에 따라 (판결이) 불이익하게 나지는 않게 하겠다”라며 “‘기능적 행위지배(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는지)’를 엄격하게 봐서 적어도 말단 조직원에게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도록 수사 단계에서도 다르게 수사하고,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이 억울하지 않게 결론을 내는 게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1월27일 화요일, 같은 법정 213호에서 열린다.
홍성·권은혜 기자 kik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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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부모 잘못입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도 못 보내고 아들이 고등학교밖에 못 나왔어요. 그래서 (먹고살기가 힘들다 보니까) 그런 나쁜 길로 빠졌는지···.” 법정 앞에서 만난 캄보디아 송환 피고인 김정식씨(26·가명)의 어머니가 울먹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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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의 발단은 약 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캄보디아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라며 2025년 7월 집을 떠났던 경북 예천군 출신 대학생 박 아무개씨(22)가 같은 해 8월8일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인근 범죄단지 안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캄보 바다이야기하는법 디아 현지 경찰에 따르면 사인은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출국 전, 같은 대학 선배인 홍 아무개씨(27)가 박씨에게 한국에서 “현지에 가면 동료들이 은행 통장을 비싸게 사줄 것”이라며 출국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캄보디아 범죄단체에 가담·구금되어 있던 한국인들의 소식이 널리 알려졌고,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국내에 대거 바다이야기오락실 송환되었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는 총 143명으로 남성이 133명이고 여성은 10명이다. 피의자 중 20대가 70명, 30대가 51명으로 전체 송환자 중 2030 세대가 84.6%에 달한다.
현재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제3형사부(김보현·이홍관·양시호 부장판사)에서 재판받는 피고인 47명 중 45명은 지난해 10월18일 당시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송환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2025년 12월9일 1차 공판을 시작으로, 12월23일 2차 공판, 2026년 1월13일 3차 공판까지 마무리된 상태다.
재판 대상은 캄보디아·타이 등 동남아에 거점을 둔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과 관련한 조직원들이다. 이 조직은 ‘부건’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40대 중국인(조선족)이 총책으로 있었으며, 2024년 6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관공서 노쇼(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대량주문·대리구매를 요구하고 돈을 가로채는 사기)·코인 투자 사기·검사 사칭 전화금융사기 등의 범죄를 통해 피해자 110명에게서 대포통장으로 약 94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조직 규모는 약 200명에 달했고, 총책-하부 총책-실장-팀장-피싱팀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활동했다. 구속된 피고인 47명은 채터(채팅 유인), TM(전화 유인), 킬러(피해금 입금 유도), 하위 팀장(수법 교육 및 조직원 관리) 등의 말단 조직원 역할을 맡았다.
“피해 복구 없는 선처는 없다”
“캄보디아 이민단속국에 구금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서야 범죄 집단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법정 앞에서 만난 피고인의 가족들은 피고인들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지난해 12월23일 2차 공판에서 만난 권수남씨(26·가명)의 어머니 이 아무개씨(46)는 “다 제 잘못이다. 제가 미혼모라 아들을 조부모님께 맡기고 어렵게 키웠다. 아들이 배달 일을 했는데 이대로는 절대 집을 사거나 효도를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는지, 캄보디아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던 친구를 따라서 간 거다. 구금되기 전까진 그냥 해외에 취업했다고만 알고 있었다”라며 울먹였다. 그는 “피해자분들께 너무 죄송하다”라면서 “학교 다닐 때 지각 한번 안 하고 집안 어른들 말씀도 잘 듣던 착한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이렇게 됐다고 하니 제 탓인 것만 같아 사는 게 너무 괴롭다”라고 말했다. 법정 앞에서 울먹이던 피고인 김정식씨(26·가명)의 어머니는 “캄보디아에 렌터카 사업을 하러 간다고 했다. 범죄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빠져나온 두 중년 여성은 조카인 피고인 서형석씨(33·가명)에 대해 “캄보디아에 어떻게 가게 되었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은행에 다니고 표창장도 받던 성실한 조카였다. 사업자금을 마련하러 친구 따라 돈 벌러 간다더니···”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일부 피고인들은 조직으로부터 감금되고 범행을 거부하면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1월13일 3차 공판에 나온 피고인 유제연씨(가명)는 “구금되어 있을 때 조직의 A 실장이 조직원들의 여권을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 “A 실장이 얼굴을 심하게 폭행하기도 했고, 구금됐을 때 (한국 경찰에게) 다 불면 총책으로 뒤집어씌우겠다’고 협박했다. 그가 나와 같은 강원도 출신인 데다 조폭 생활을 했던 만큼 보복이 두려웠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피고인 고기택씨(가명)의 변호인은 “고기택 피고인은 A 실장에게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안경이 부러지도록 뺨을 맞고 입안이 터지고 피가 났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일부 피고인들이 캄보디아 이민단속국에 구금됐을 때 조직의 상위 간부인 B 실장이 한국 형사에게 자백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검찰은 피고인이자 증인인 이주원씨(가명)를 심문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공범 중 한 명이 이민국 수감 시설에 있을 때, 조직 간부 중 하나가 ‘기다리고 있으면 조직에서 꺼내줄 테니 한국으로 가면 안 된다. 한국에서 온 아무개 형사는 별거 아니다. 한국 경찰에게 도박장에서 돈을 다 잃고, 가구 공장에서 일하려고 하다가 취업 사기를 당했다고 말하라. 혹시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휴대폰을 공장 초기화하고 파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렇게 지시한 자가 누구인가?” 검사의 질문에 이씨는 “B 실장이 지시했다”라고 답했다.
피고인들의 가족들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과한 형량이 나오는 건 아닌지 우려했다. 권수남씨(26·가명)의 어머니 이씨는 “아들은 그곳에서 고작 3개월 일했고 돈도 거의 벌지 못했다. 사람 취급도 못 받았다고 하더라. 처음 (범죄를) 저지르고 겁도 많이 나고 반성도 하고 있다. 아들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아직 어린데 너무 큰 형량이 내려지면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정식씨(26·가명)의 어머니 역시 “우리 애는 거기서 돈 번 것도 없고 윗선한테 다 빼앗기고 돌아왔다”라며 높은 형량이 선고될까 봐 걱정했다.
1월13일 3차 공판에서 김보현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내는 반성문, 가족들의 탄원서를 다 확인하고 있다”라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많은 피고인 가족이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이 사건에는 피해자도 있다. 가족분들은 ‘내 자식이 속아 넘어가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생각하지만, 피고인들 때문에 모아놓은 돈을 잃고 빚을 져서 사는 게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달라. 피해 복구가 되지 않고는 섣불리 양형을 감형해줄 순 없다. 피고인들도 마찬가지다. 피해자가 있는 범죄에서 피고인 사정만 보면서 선처해주기 어렵다. 피해 복구를 하길 바란다.”
말단에 대한 엄벌로 범죄 근절 가능할까?
재판받는 피고인 대다수는 검사가 제기한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일부 피고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구체적인 범죄행위와 시기·장소가 맞지 않는다며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부인하거나, 강압적으로 끌려갔다며 범죄단체 가입 여부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3일 열린 2차 공판에서 피고인 김제훈씨(가명)의 변호인은 “이건 뭐 밑도 끝도 없이 기소한 것인가. (…) 타이(태국)에서 이뤄진 검사 사칭 건의 경우, 피고인은 타이에 간 적도 없다. 캄보디아가 처음으로 해외에 나간 유일한 경험이다”라며 공소장에 범죄 사실이 잘못 기재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사는 “밑도 끝도 없이 기소한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사는 “별개의 사무실로 운영되더라도 금원을 편취하기 위해 공조한 사례도 많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코인 투자 범행에만 가담했다고 해도, 검사 사칭·관공서 노쇼 사기 등에서 나온 범죄수익을 나눠 가진 정황을 고려하면 공범 사례로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2025년 10월16일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대응 위원회의 온라인 사기 조직 단속 모습. ⓒ크메르타임스 갈무리
3차 공판까지 계속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것은 단순히 공소장에 적힌 기본적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탓만은 아니다. 좀 더 핵심적인 쟁점은 ‘공동정범(공범)’ 여부, 즉 ‘조직이 저지른 범죄의 전말을 몰랐던 조직원이 어디까지 그 범죄의 책임을 져야 할지’다. 통상적으로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은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각각 역할을 맡은 조직원이 서로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한 조직이 여러 범죄를 총책·콜센터·자금 세탁책·유인책·통장 모집책 등 세부적으로 나눠 운영하고, 하위 조직원은 자기 부문이 아닌 조직원의 이름이나 얼굴, 거주지를 알지 못한다. 심지어 같은 부문 내에서도 서로 별명으로 부른다. 하위 조직원이 경찰에 검거되어도 아는 정보가 없어서 같은 조직의 다른 범죄 부문을 추적하기 매우 어렵다.
온라인 조직범죄(보이스피싱·코인 투자 사기 등)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법부는 일부 행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 범죄의 전말이나 조직이 저지른 범죄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공범에 해당한다’고 본다. 2017년 10월26일, 대법원(주심 김용덕 대법관)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형법상 범죄단체로 인정하고 조직원들의 포괄적 책임을 엄중히 물으며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대법원 2017도8600 판결). “공모자 중 일부가 구성요건 행위 중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볼 때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인정된다면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이어 재판부는 콜센터 상담원 등이 “스스로 직접 실행한 범행 외에도 다른 조직원들이 수행한 전화 대출 사기 범행에 대해서도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라고 못 박았다. 이는 조직 내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이 일부에 불과하거나 다른 조직원의 구체적인 범행 전말을 낱낱이 알지 못했더라도, 조직의 일원으로서 범죄 성립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면 전체 범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검찰 측도 이런 논리를 적용했다. 지난해 12월23일 2차 공판에서 변호사가 피고인을 대신해 공소장의 혐의에 대해 부인하자, 검사는 이렇게 답했다. “이런 범죄의 본질적 특성은 ‘역할 분배’다. 삼성전자에서 인사팀·행정팀 등이 나뉘어 있고 각각 하는 일이 다르더라도 전체가 같이 (상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한 조직이 범죄수익을 높이기 위해 다 같이 범행을 저지른다. 만약 단순히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가 다르고, 피고인이 말한 (범죄) 멘트가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범죄조직은 법인이 아니므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이 범죄는 다른 범죄와 달리 자기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 어떤 부서에 가서 일해도 이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조직에서 지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일을 한 적 없고, 그 말도 한 적 없다’고 하더라도 당시 받았던 수익이 그 일(조직이 저지른 다른 범행)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에 대한 반론도 있다. ‘조직으로부터 일부 수익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까지 책임을 지는 게 타당한가’ 하는 문제 제기다. 2024년 캄보디아에서 납치됐다가 도망친 피고인을 변호한 적이 있는 이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노을)는 “조직이 저지른 범죄 중 일부 행위를 한 피고인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를 적용하여 기소 재판하는 것은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자신이 행한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위반한다고 본다. 게다가 검찰은 온라인 범죄조직 구성원 각자의 개별적인 범죄행위·동기·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행위를 하기만 하면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묶어 마구잡이 기소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지영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말단 조직원에 대한 엄벌을 통해 피해자의 피해 복구가 가능한가”를 묻는다.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를 소탕하지 않는 이상, 말단을 기소하고 처벌한다 해도 범죄가 근절되지는 않는다. 특히 말단 조직원들은 수익 중 매우 일부만 월급조로 취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형사재판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시사IN〉에 익명을 요청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전체 범죄에 대해서 공범 책임을 지기는 하는데, 형량은 피고인별로 가담 기간이나 한 역할에 따라서 다르게 정하고 있다. 죄명이 같은 공동정범일 뿐이지, 본인이 한 행동 이상의 책임을 지우지는 않는다.”
특별재판부도 이 쟁점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1월13일 3차 공판심리에서 김보현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서 특히 코인이나 노쇼 등 일부만 가담했다고 하면서 부인하는 피고인도 있고, 가담은 안 했지만 그럼에도 자백하겠다는 피고인도 있다. (…) 자백이나 부인 여부에 따라 (판결이) 불이익하게 나지는 않게 하겠다”라며 “‘기능적 행위지배(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는지)’를 엄격하게 봐서 적어도 말단 조직원에게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도록 수사 단계에서도 다르게 수사하고,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이 억울하지 않게 결론을 내는 게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1월27일 화요일, 같은 법정 213호에서 열린다.
홍성·권은혜 기자 kik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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