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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기 봐서 내가 그저 건 쳐다보자 맞아. 기자 admin@no1reelsite.com지난 섣달그믐날 저녁, 재직 중인 병원에서 아주 짧은 송년 음악회를 열었다. 로비에서 대금으로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을 연주했다. 환자들은 콧노래로 화답하였다. 앵콜로 대금 곡 한 곡을 더해 1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음악회를 마쳤다.
그리고 진료실 안으로 돌아오니 환자들 노래가 들렸다. 60~70대 환자들 위주로 병원 로비에서 유행가 몇 곡을 부르셨고, 약간의 춤도 곁들이셨다. 이미자 《동백아가씨》도 들렸다.
작은 송년 음악회, 그리고 병원 로비에 울려퍼진 이 노래
노년 세대 대한민국 릴게임종류 국민에게 《동백아가씨》는 보통의 유행가 한 곡이 아니다. 발표 후 공전의 히트곡이 된 《동백아가씨》는 이후 오랜 세월 금지곡 족쇄에 묶였다가 한참 후에 해금되어 부활한 국민 노래다. 진료실 방에 앉아 환자들 《동백아가씨》 노래를 들으며 "나와 함께 차를 드신 환자들께서 적절한 노래를 선곡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나무는 동백나무 속에 속 사아다쿨 한다. 나와 차를 들며 대화하신 환자들에게 공통 분모가 있는 노래다. 그리고 내 생각은 동백꽃을 거쳐 질병분류학으로 내달았다.
동백나무는 동백나무 속(屬)에 포함된 한 종(種)의 나무이다. 동백나무는 천천히 자라고 오래 산다. 수십, 수백 년 생존이 가능하다. 사계절 떨어지지 않는 상록활엽수 잎을 가졌다. 항상 푸르지만 요란하지 않고, 늦 야마토게임방법 게 자라지만 오래 사는 동백나무는 보여주기보다는 버티는 식물이다.
동백꽃은 꽃잎이 흩어지지 않고 꽃 전체가 툭 떨어진다. 많은 수술(雄蕊)을 꽃잎과 단단히 결합해 수분 효율을 극대화한 대신 개화가 완성된 후 감염과 에너지 낭비를 피하기 위하여 미련 없이 꽃을 가지에서 분리한다.
통째로 떨어진 꽃잎은 땅에서 서서히 분해되면 릴게임방법 서 자기 종에게 유리한 토양 환경을 만든다. 툭 떨어짐을 통해 동백꽃은 '낭비 없는 퇴장'과 함께 '다음 세대를 위한 조용한 기여'를 보여준다.
툭 떨어지는 동백꽃의 상징과 《라트라비아타》
이런 상징을 가진 동백꽃은 알렉상드르 뒤마 파스의 《동백꽃 여인》과 이어서 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통 오션릴게임 하여 19세기 중엽, 유럽문화의 중심으로 뛰어 들어온다.
1848년 뒤마 피스는 파리사교계의 여인과 그녀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를 출판한다. 이 소설의 중심과 두 사람 사이 이야기에는 항상 동백꽃이 있다. 뒤마 피스는 사랑의 이야기에 장미, 백합, 제비꽃 대신 유럽에 자생하지 않던 동백꽃을 등장시켰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동백아가씨 레코드 표지, 동백나무(위키피디아), 소임을 다하고 땅에 툭 떨어진 동백꽃(Flowerdb), 오페라 라트라비아타(국립오페라단), 식물학자이자 의사였던 칼 린네(위키피디아)와 그의 식물분류 구조(위키백과). 사진=유영현 제공
주인공 고티에는 늘 동백꽃을 지니고 다녔다. 동백꽃은 장식으로 사용되지 않고 언어로 사용되었다. 동백꽃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을 표현하였다.
소설은 곧바로 음악으로 확장된다. 베르디는 뒤마 피스의 원작으로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작곡하고 1853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 상영하였다. 여주인공인 비올레타는 오페라에서도 항상 동백꽃과 함께 등장한다.
폐병을 앓는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와 만나 사랑의 고백을 받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알프레도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지키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고 그를 떠난다.
선택된 희생이 이 비극의 핵심이다. 비올레타의 병은 악화하고, 알프레도가 돌아왔지만, 그녀는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의 과장 없는 죽음과 완결된 퇴장은 동백꽃의 마지막과 닮았다. 소멸의 품위를 보여준다. 소설과 오페라로 동백꽃은 조건부 사랑, 허락되지 않는 관계, 병약함과 고결함, 아름답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 그 무엇을 상징하게 되었다.
18세기 유럽, 린네 식물 분류에서 사람 질병 분류로
이처럼 19세기 유럽문화의 한복판에 들어온 동백꽃 학명(Camellia japonica)에 일본을 뜻하는 '야포니카'가 붙은 이유는 식물 분류 시대 상황과 관계가 있다. 식물 분류는 18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753년 칼 린네(Carl Linnaeus)가 《식물의 종(Species Plantarum)》에서 수립한 분류 체계로 지금까지 이어온다.
린네는 자연을 질서정연하며 올바른 관찰과 명명으로 체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때 두 개의 라틴어 이름으로 명명하는 이명법(二名法, 속명+종소명)이 수립되고, 유럽으로 반입된 표본에 근거하여 분류가 이루어졌다. 현지에서의 분류 체계는 참고 정보에 불과하였다. 세계의 모든 식물이 이런 원칙에 의하여 분류되고 명명되었다.
관상 동백꽃에 야포니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도 유럽인들이 일본 기원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동백꽃은 당시 한반도 남부에도 서식하였지만, 유럽 식물학자들은 일본에 서식하는 식물로 인식하고 명명하였다.
식물학명이 정해지기 이전부터 일본의 데지마 섬에는 네덜란드 학자들이 머물렀고, 일본인들은 그들에 동백꽃 표본을 전달하였다. 네덜란드 학자들은 유럽 본토에 동백꽃을 알렸고, 동백나무는 일본 식물로 알려져 야포니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같은 동백나무 속(屬)의 차나무도 마찬가지였다. 식물 분류 이전, 차(茶)에 대한 온갖 지식은 중국인에 의하여 이미 잘 정리되어 있었다. 차나무가 유럽 식물학계에 알려질 때, 차나무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이미 서식하였지만, 중국인에 의해 고도로 경험되었던 식물인 차나무는 유럽학자들이 보아도 중국 차나무였다.
그러나 유럽 분류학자들은 중국인들이 부르던 중국어 차나무 이름을 그대로 부를 수 없었다. 차나무 중국어 이름은 식물분류학자들의 원칙인 라틴어 이명법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유럽의 식물분류학자들은 그들의 원칙에 따라 중국산 동백꽃이라는 의미의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ia Sinensis)라 명명하였다. '시넨시스'는 '차이나'를 의미한다.
분류는 실제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반영하는 수단이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분류가 이루어지면, 이는 보다 실제적이며 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분류는 유용성과 편리성에 따라 분류되기도 한다. 도서 분류가 대표적이다. 차에 관한 내 책이 대분류 《가정》, 중분류 《요리》, 소분류 《음료》에 소속되어 분류되었을 때 좀 우스웠다.
그래도 18세기 식물 분류는 비교적 자연의 질서를 따라 진실을 반영하였다. 린네는 인간의 용도, 약효, 상징 등을 배제하였다. 식물이 스스로 드러내는 형태, 특히 꽃잎열매수술암술 등 구조, 즉 꽃잎의 수, 수술의 개수와 배열, 암술의 구조 등 반복되고 안정적인 형태를 근거로 분류하는 체계를 수립하였다.
자연을 가장 덜 왜곡한 분류 체계로 볼 수 있다. 금세기 들어 진화와 변이 등의 개념이 들어오면서 도전을 받고 있지만, 18세기 식물의 분류 체계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지식체계였다.
식물 분류는 당대 의학자들도 유혹하였다. 식물분류학은 의사들이 질병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린네 이전 의학자들에게 질병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었고 매번 다르게 나타나는 사건이었다. 개인의 상태였다. 따라서 그때까지의 의학은 증상을 나열하고 서술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러나 린네 이후 의학자들은 질병을 반복하여 나타나는 동일한 형태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질병이 객관적 실체가 되었다.
의학자들은 질병을 구분이 가능한 자연종으로 생각하였고, 분류하여 고유한 이름을 붙이려 하였다. 질병은 환자의 몸이 아닌 의사의 시선으로 재탄생하려 꿈틀대었다.
질병에 붙여진 이름표…그 꿈과 한계
당시 질병 분류를 추구하던 대표적인 인물들은 프랑스 소베지(François Boissier de Sauvages), 스코틀랜드 쿨렌(William Cullen) 등을 들 수 있다. 의사였던 식물학자 린네도 여기에 가담하였다.
그들은 주로 증상을 기준으로 질병 분류에 나섰다. 17세기 영국 의학자 사이덴함(Thomas Sydenham) 이래 질병은 증상 위주로 서술되었고 질병의 증상은 동일하다는 믿음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병은 식물 분류처럼 체계적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형태가 고정된 식물과 달리 질병은 '사건'과 '과정'이다. 시간에 따라 다르고, 환자마다 다르며, 조건에 따라 다르다.
게다가 식물은 독립된 존재지만, 질병은 몸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질병은 서로 겹치고 섞이며 시간에 따라 정체성이 바뀐다. 이런 질병을 식물처럼 분류하여 고정된 한 종으로 정의할 수가 없었다.
소베지의 경우 '쇠약'(衰弱) 이라는 《강》 내에 '감각저하, 수의운동 저하, 식욕 저하, 생명력 저하, 모든 기능 저하' 《목》을 두었다. 그리고 '수의운동 저하' 안에 '하지불수, 반신불수, 실어증, 무음증, 말더듬이' 《속》을 두었다. 그리고 '반신불수' 안에 '연주창성, 외상성, 간질성, 납광산 광부 반신불수'를 《종》으로 두었다. 이런 분류로 질병에는 이름이 생겼다. 그러나 이렇게 생겨난 이름으로 질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없었다.
현재는 질병 분류에 강, 목, 속, 종 등의 식물 분류 용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도 큰 범주 아래 작은 범주를 넣는 전통은 남아있다.
현대에는 질병을 주로 원인을 따져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완벽한 분류 체계 논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예를 들면 신장의 감염병을 신장병으로 분류할지 감염병으로 분류할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식물분류학에서 출발한 자연 분류의 꿈은, 불완전하지만 국제질병분류(ICD)로 제도화되었다. 코드화된 ICD는 질병의 정의, 통계, 행정, 보험, 역학에 유용하게 이용된다.
유영현 티클리닉 디렉터(오디오칼럼 1+1이야기 https://www.youtube.com/@yhyoo0906)
유영현 디렉터 (yhyoo@dau.ac.kr)
그리고 진료실 안으로 돌아오니 환자들 노래가 들렸다. 60~70대 환자들 위주로 병원 로비에서 유행가 몇 곡을 부르셨고, 약간의 춤도 곁들이셨다. 이미자 《동백아가씨》도 들렸다.
작은 송년 음악회, 그리고 병원 로비에 울려퍼진 이 노래
노년 세대 대한민국 릴게임종류 국민에게 《동백아가씨》는 보통의 유행가 한 곡이 아니다. 발표 후 공전의 히트곡이 된 《동백아가씨》는 이후 오랜 세월 금지곡 족쇄에 묶였다가 한참 후에 해금되어 부활한 국민 노래다. 진료실 방에 앉아 환자들 《동백아가씨》 노래를 들으며 "나와 함께 차를 드신 환자들께서 적절한 노래를 선곡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나무는 동백나무 속에 속 사아다쿨 한다. 나와 차를 들며 대화하신 환자들에게 공통 분모가 있는 노래다. 그리고 내 생각은 동백꽃을 거쳐 질병분류학으로 내달았다.
동백나무는 동백나무 속(屬)에 포함된 한 종(種)의 나무이다. 동백나무는 천천히 자라고 오래 산다. 수십, 수백 년 생존이 가능하다. 사계절 떨어지지 않는 상록활엽수 잎을 가졌다. 항상 푸르지만 요란하지 않고, 늦 야마토게임방법 게 자라지만 오래 사는 동백나무는 보여주기보다는 버티는 식물이다.
동백꽃은 꽃잎이 흩어지지 않고 꽃 전체가 툭 떨어진다. 많은 수술(雄蕊)을 꽃잎과 단단히 결합해 수분 효율을 극대화한 대신 개화가 완성된 후 감염과 에너지 낭비를 피하기 위하여 미련 없이 꽃을 가지에서 분리한다.
통째로 떨어진 꽃잎은 땅에서 서서히 분해되면 릴게임방법 서 자기 종에게 유리한 토양 환경을 만든다. 툭 떨어짐을 통해 동백꽃은 '낭비 없는 퇴장'과 함께 '다음 세대를 위한 조용한 기여'를 보여준다.
툭 떨어지는 동백꽃의 상징과 《라트라비아타》
이런 상징을 가진 동백꽃은 알렉상드르 뒤마 파스의 《동백꽃 여인》과 이어서 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통 오션릴게임 하여 19세기 중엽, 유럽문화의 중심으로 뛰어 들어온다.
1848년 뒤마 피스는 파리사교계의 여인과 그녀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를 출판한다. 이 소설의 중심과 두 사람 사이 이야기에는 항상 동백꽃이 있다. 뒤마 피스는 사랑의 이야기에 장미, 백합, 제비꽃 대신 유럽에 자생하지 않던 동백꽃을 등장시켰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동백아가씨 레코드 표지, 동백나무(위키피디아), 소임을 다하고 땅에 툭 떨어진 동백꽃(Flowerdb), 오페라 라트라비아타(국립오페라단), 식물학자이자 의사였던 칼 린네(위키피디아)와 그의 식물분류 구조(위키백과). 사진=유영현 제공
주인공 고티에는 늘 동백꽃을 지니고 다녔다. 동백꽃은 장식으로 사용되지 않고 언어로 사용되었다. 동백꽃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을 표현하였다.
소설은 곧바로 음악으로 확장된다. 베르디는 뒤마 피스의 원작으로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작곡하고 1853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 상영하였다. 여주인공인 비올레타는 오페라에서도 항상 동백꽃과 함께 등장한다.
폐병을 앓는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와 만나 사랑의 고백을 받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알프레도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지키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고 그를 떠난다.
선택된 희생이 이 비극의 핵심이다. 비올레타의 병은 악화하고, 알프레도가 돌아왔지만, 그녀는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의 과장 없는 죽음과 완결된 퇴장은 동백꽃의 마지막과 닮았다. 소멸의 품위를 보여준다. 소설과 오페라로 동백꽃은 조건부 사랑, 허락되지 않는 관계, 병약함과 고결함, 아름답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 그 무엇을 상징하게 되었다.
18세기 유럽, 린네 식물 분류에서 사람 질병 분류로
이처럼 19세기 유럽문화의 한복판에 들어온 동백꽃 학명(Camellia japonica)에 일본을 뜻하는 '야포니카'가 붙은 이유는 식물 분류 시대 상황과 관계가 있다. 식물 분류는 18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753년 칼 린네(Carl Linnaeus)가 《식물의 종(Species Plantarum)》에서 수립한 분류 체계로 지금까지 이어온다.
린네는 자연을 질서정연하며 올바른 관찰과 명명으로 체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때 두 개의 라틴어 이름으로 명명하는 이명법(二名法, 속명+종소명)이 수립되고, 유럽으로 반입된 표본에 근거하여 분류가 이루어졌다. 현지에서의 분류 체계는 참고 정보에 불과하였다. 세계의 모든 식물이 이런 원칙에 의하여 분류되고 명명되었다.
관상 동백꽃에 야포니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도 유럽인들이 일본 기원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동백꽃은 당시 한반도 남부에도 서식하였지만, 유럽 식물학자들은 일본에 서식하는 식물로 인식하고 명명하였다.
식물학명이 정해지기 이전부터 일본의 데지마 섬에는 네덜란드 학자들이 머물렀고, 일본인들은 그들에 동백꽃 표본을 전달하였다. 네덜란드 학자들은 유럽 본토에 동백꽃을 알렸고, 동백나무는 일본 식물로 알려져 야포니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같은 동백나무 속(屬)의 차나무도 마찬가지였다. 식물 분류 이전, 차(茶)에 대한 온갖 지식은 중국인에 의하여 이미 잘 정리되어 있었다. 차나무가 유럽 식물학계에 알려질 때, 차나무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이미 서식하였지만, 중국인에 의해 고도로 경험되었던 식물인 차나무는 유럽학자들이 보아도 중국 차나무였다.
그러나 유럽 분류학자들은 중국인들이 부르던 중국어 차나무 이름을 그대로 부를 수 없었다. 차나무 중국어 이름은 식물분류학자들의 원칙인 라틴어 이명법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유럽의 식물분류학자들은 그들의 원칙에 따라 중국산 동백꽃이라는 의미의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ia Sinensis)라 명명하였다. '시넨시스'는 '차이나'를 의미한다.
분류는 실제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반영하는 수단이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분류가 이루어지면, 이는 보다 실제적이며 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분류는 유용성과 편리성에 따라 분류되기도 한다. 도서 분류가 대표적이다. 차에 관한 내 책이 대분류 《가정》, 중분류 《요리》, 소분류 《음료》에 소속되어 분류되었을 때 좀 우스웠다.
그래도 18세기 식물 분류는 비교적 자연의 질서를 따라 진실을 반영하였다. 린네는 인간의 용도, 약효, 상징 등을 배제하였다. 식물이 스스로 드러내는 형태, 특히 꽃잎열매수술암술 등 구조, 즉 꽃잎의 수, 수술의 개수와 배열, 암술의 구조 등 반복되고 안정적인 형태를 근거로 분류하는 체계를 수립하였다.
자연을 가장 덜 왜곡한 분류 체계로 볼 수 있다. 금세기 들어 진화와 변이 등의 개념이 들어오면서 도전을 받고 있지만, 18세기 식물의 분류 체계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지식체계였다.
식물 분류는 당대 의학자들도 유혹하였다. 식물분류학은 의사들이 질병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린네 이전 의학자들에게 질병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었고 매번 다르게 나타나는 사건이었다. 개인의 상태였다. 따라서 그때까지의 의학은 증상을 나열하고 서술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러나 린네 이후 의학자들은 질병을 반복하여 나타나는 동일한 형태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질병이 객관적 실체가 되었다.
의학자들은 질병을 구분이 가능한 자연종으로 생각하였고, 분류하여 고유한 이름을 붙이려 하였다. 질병은 환자의 몸이 아닌 의사의 시선으로 재탄생하려 꿈틀대었다.
질병에 붙여진 이름표…그 꿈과 한계
당시 질병 분류를 추구하던 대표적인 인물들은 프랑스 소베지(François Boissier de Sauvages), 스코틀랜드 쿨렌(William Cullen) 등을 들 수 있다. 의사였던 식물학자 린네도 여기에 가담하였다.
그들은 주로 증상을 기준으로 질병 분류에 나섰다. 17세기 영국 의학자 사이덴함(Thomas Sydenham) 이래 질병은 증상 위주로 서술되었고 질병의 증상은 동일하다는 믿음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병은 식물 분류처럼 체계적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형태가 고정된 식물과 달리 질병은 '사건'과 '과정'이다. 시간에 따라 다르고, 환자마다 다르며, 조건에 따라 다르다.
게다가 식물은 독립된 존재지만, 질병은 몸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질병은 서로 겹치고 섞이며 시간에 따라 정체성이 바뀐다. 이런 질병을 식물처럼 분류하여 고정된 한 종으로 정의할 수가 없었다.
소베지의 경우 '쇠약'(衰弱) 이라는 《강》 내에 '감각저하, 수의운동 저하, 식욕 저하, 생명력 저하, 모든 기능 저하' 《목》을 두었다. 그리고 '수의운동 저하' 안에 '하지불수, 반신불수, 실어증, 무음증, 말더듬이' 《속》을 두었다. 그리고 '반신불수' 안에 '연주창성, 외상성, 간질성, 납광산 광부 반신불수'를 《종》으로 두었다. 이런 분류로 질병에는 이름이 생겼다. 그러나 이렇게 생겨난 이름으로 질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없었다.
현재는 질병 분류에 강, 목, 속, 종 등의 식물 분류 용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도 큰 범주 아래 작은 범주를 넣는 전통은 남아있다.
현대에는 질병을 주로 원인을 따져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완벽한 분류 체계 논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예를 들면 신장의 감염병을 신장병으로 분류할지 감염병으로 분류할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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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현 티클리닉 디렉터(오디오칼럼 1+1이야기 https://www.youtube.com/@yhyoo0906)
유영현 디렉터 (yhyoo@da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