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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오르면서 팔려고 하는 손님, 사려고 하는 고객 모두 사라졌어요…."
지난 25일 오후 전남 광양에 위치한 A금은방.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금반지와 목걸이가 진열된 쇼케이스는 조명 아래서 반짝이고 있었지만,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매장 내부는 깔끔히 정리된 의자 네 개 중 세 개가 비어 있었고, 문이 열릴 때마다 울려야 할 종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국제 금 시세가 연일 최고가를 찍는 와중에도 매장은 썰렁했다.
이 곳 금은방을 10여 앤캐쉬 년간 운영해 온 이모(40)씨는 "작년 대비 금값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어느 정도 오를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치솟을 줄은 몰랐다"며 "금값이 오르면서 살 사람은 '너무 비싸서' 못 사고, 팔 사람은 '더 오를까 봐' 못 파는 상황이라 손님이 끊겼다"고 토로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청년 고객 한 명은 "지금 사야 해요? 더 오 cd변동금리 를까요?"질문을 던진 후 10여 분 금 구매를 망설이며 고민하다 결국 금을 사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씨는 "요즘은 다 이렇게 '시세만 보러' 온다"며 "완전히 눈치 싸움 시장"이라고 씁쓸해 했다.
이처럼 최근 금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금테크' 열풍이 불고 있지만 오프라인 금은방은 찬바람을 맞고 있다. 또 모 기아차 구매프로그램 바일 앱과 온라인 거래로 금을 사고파는 이들이 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은 체감 불황을 더욱 호소한다.
이 씨는 "금을 팔러 오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과거처럼 한 돈, 돌반지, 굵은 목걸이를 들고 오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 씨는 '짜투리 금'이 담긴 봉투를 흔들어 보였다. 안에는 끊어진 금 체인, 오래된 비즈북 귀걸이, 단추처럼 생긴 작은 금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이 씨는 "손님들이 예전에는 돌반지·기념반지 등 한 돈씩 들고 와서 팔았었다"며 "요즘은 끊어진 체인, 오래된 귀걸이 같은 '짜투리 금'만 가져와 장사가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같은 날 광주 서구의 B금은방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임에도 금은 우리은행 오토론 방 문 앞에는 손님 대신 바람만 스쳐갔다.
금은방 상인 김 씨는 "금값이 비싸도 사는 사람이 많을 줄 알지만 그건 완전 착각이다"며 "하루 종일 상담 몇 건 하고, 실제 거래는 '0건'일 때도 있다. 금값이 오르면 좋은 줄 아는데, 우리에겐 매출이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금값 상승이 금은방의 매출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말한다. 즉 금값 상승이 '호재'가 아닌 '위기'라는 설명이다.
김 씨는 "너무 비싸 소비가 멈추고, 공임비는 올랐는데 판매는 없으니 남는 게 없다. 요즘은 손님 없는 가게 지키는 게 일과가 됐고 그냥 조용히 버티는 게 전부다"며 "금은 안전자산이라는데, 우리 같은 금은방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위기자산이 되고 말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