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공연의 탄소배출량.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케이(K)팝 기획사들의 ‘저탄소 콘서트’ 실현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 케이팝 팬들이 결성한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은 4일 발간한 보고서 ‘저탄소 콘서트, 케이팝을 구할 새로운 무대’에서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공연의 탄소 배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거나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구조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씨제이이엔엠(CJ ENM), 하이브, 제이와이피(JYP), 에스엠(SM), 와이지(YG) 등 5대 기획사를 대상으로 전사적 온실가스 관리, 공연 단계별 배출 저감, 아티스트의 기후위기 메시지 전달 등 세 부문을 점검했다. 그 결과 다섯곳 모두 공연의 배출량 측정·공개·감축 활동이 미비해 ‘걸음마’ 단계로 평가됐다. 재생에너지 전환이나 관객·스태프 이동의 탄소 저감, 음식·폐기물 관리 등 실질 감축 항목도 대부분 ‘미실시’로 조사됐다.
보고서를 보면, 씨제이이엔엠은 글로벌 케이팝 행사 ‘케이콘’과 ‘마마 어워즈’ 등 대형 공연을 매년 주최하지만, 공연 단위의 배출량 측정이나 감축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에스엠은 지난해 일부 공연에서 이동·전력·폐기물 배출을 산정했지만, 구체적인 데이터 공개와 통일된 기준이 부족했다. 공연별 감축 목표나 로드맵도 제시되지 않았다 .
하이브에 대해서는 “2023년부터 이에스지(ESG) 보고서에 지속가능 공연 관련 요소를 일부 반영했으나, 공연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이나 탄소 관리 활동이 부재하고, 기업 활동 전반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음악 산업에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제이와이피는 사옥의 재생에너지 전환(RE100)을 달성했으나, 공연 현장에는 적극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공연장 내 다회용기 사용 확대, 모바일 티켓 도입, 관객 대상 대중교통 이용 안내, 공연사업실의 환경교육 실시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공연 전력의 재생에너지 전환이나 배출 측정 체계는 여전히 부재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속가능공연 보고서’를 낸 와이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업계 최초로 공연별 탄소 배출량을 정량 측정하고 데이터를 공개했으며, 블랙핑크 콘서트에서는 관객이 직접 이동 경로를 입력해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는 ‘유어 그린 스텝’ 부스를 운영해 팬 참여를 유도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직접적인 탄소 감축 활동은 아직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국내 주요 기획사들이 이에스지 경영을 표방하고 있지만, 콘서트 부문의 탄소 감축 전략은 아직 단편적”이라며 “특히 재생에너지 전환과 관객 이동 관리가 가장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연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고, 관객 이동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대중교통 이용 유도, 셔틀버스 운영, 공연 시간 조정 같은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나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저탄소 콘서트는 케이팝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뿐 아니라,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활용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