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운영하는 스푼랩스에 크래프톤이 약 19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지난해 1200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진행한 데 이어 두 번째 투자다. 크래프톤은 자사 핵심 인물을 스푼랩스의 이사진에 합류시킨 데 이어,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등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장병규의 큰 그림…한국 '디즈니' 노린다
크래프톤은 기업공개(IPO)를 시작한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비(非)게임' 콘텐츠 제작사에 투자해왔다. '시그널'과 '미생' PD로 널리 알려진 이재문 대표의 히든스퀀스에 투자했고,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 바다이야기예시 사인 띵스플로우를 인수했다. 인도 웹소설 플랫폼 '프라틸리피'를 인수하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테라'와 '배틀그라운드'로 알려진 크래프톤이지만, 국내 상장을 추진할 당시 목표는 단순한 게임 개발사가 아니었다. 크래프톤은 IPO 당시 기업가치를 선정하기 위한 비교기업으로 월트 디즈니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제시한 바 있다. 엔씨소프 릴게임야마토 트와 넷마블 등으로 비교기업을 바꾸었지만,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는 확고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9월 오디오 플랫폼 '스푼'(Spoon)에 이어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Vigloo)를 운영하는 스푼랩스에 1200억원을 출자했다. 이는 일본의 종합광고기업 ADK 그룹에 7100억원을 투 골드몽릴게임릴게임 자하기 전까지 비게임 중 가장 큰 투자 규모였다. 
크래프톤은 스푼랩스에 투자하며 숏폼 드라마 시장의 성장 가능성, 새로운 지식재산권(IP)의 원천 확보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병규 의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장은 "쇼츠의 경우 지금은 무료로 많이 제공되면서 콘텐츠 관리가 덜 되고 있는데 양질의 콘텐츠가 손오공게임 제공되기 시작하면 다른 시장이 열릴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핵심 인사 합류, 해외 경쟁력 높이 샀다
스푼랩스의 이사회를 살펴보면 크래프톤 임원 A씨가 지난해 9월부터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다. A씨는 과거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의 미국 현지법인 '블루홀인터렉티브' C레벨 임원이었으며, 2017년부터는 바다신릴게임 크래프톤에서 장기적 IPO를 위한 사전 준비, 신사업 방향성 발굴을 맡았다.
회사 측 핵심 인물을 스푼랩스의 이사진에 합류시킨 셈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19일 약 189억원을 추가로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알파글로벌스타펀드와 알파글로벌챔프펀드, 알파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로부터 스푼랩스 주식 12만주를 장외 취득하기로 했다. 거래는 내년 1월 9일에 진행할 예정이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에 따라 크래프톤은 스푼랩스의 지분율을 42.67%까지 끌어올렸다.
크래프톤은 특히 스푼랩스의 해외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푼랩스의 매출액은 연결 기준 563억원이며, 이중 해외매출이 318억원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스푼은 일본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으며, 비글루도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스푼랩스는 최근 비글루의 첫 해외 지사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설립하기도 했다.
비게임 투자 잔혹사? 스푼랩스는 다르다
많은 게임사들이 비게임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적자를 거듭하며 수익성을 악화시키거나 '부업'과 본업 간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크래프톤이 인수한 히든스퀀스도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띵스플로우 역시 커플 앱 '비트윈'을 외부에 매각하고 타 사업부는 흡수됐다.
그러나 스푼랩스는 현재로써는 수익성에도 문제가 없다. 2021년까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2년부터는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2022년(60억원), 2023년(51억원)에 이어 지난해 83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크래프톤이 AI 퍼스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만큼, 드라마 제작 전반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비글루와의 시너지 또한 기대해 볼 수 있다. 비글루는 드라마 AI 기술로 시각 효과(VFX)와 로케이션 촬영 비용을 절감하고 제작기간도 절반으로 줄였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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