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도눔엑스데오' 카페 앞에서 청년들이 비를 맞으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3일 오후, 겨울비가 내리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 골목. 카페 도눔엑스데오 앞은 우산을 든 청소년의 대기 행렬로 입구부터 건물 끝까지 이어졌다. 궂은 날씨에도 이들이 기다리는 대상은 아이돌 스타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였다.
카페에 있는 방문객들 손에는 ‘HBD JESUS’라고 적힌 응원봉 모양의 부채가 들려 있었고, 카페 내부 벽면에는 “세계 최고 팬덤 예수님”, “나의 최애 지져스”, “예수님한테 벽 느껴져요, 완벽” 같 무료릴게임 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테이블에 앉은 방문객들은 저마다 ‘2025 크리스마스 고사’ 시험지를 붙들고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 처음 축하한 사람들은?” 같은 문제를 풀며 답을 맞히느라 분주했다. 한국 특유의 아이돌 생일카페 문화에 착안해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기획한 ‘2025 예수님 생일카페(예생카)’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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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C VLM팀 서의원(37) 간사는 이날 서울 마포구 도눔엑스데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CCC VLM팀 서의원(37) 간사는 이날 현장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이 이색적인 풍경의 시작에 대해 “8년 전 퇴근길 지 바다이야기 하철역이 온통 아이돌 생일 축하 광고판으로 도배됐는데 정작 성탄절의 주인공인 예수님은 보이지 않아, 산타나 선물에 가려진 진짜 주인공을 찾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2017년 그가 시험 삼아 포토샵으로 만든 ‘가상 예수님 지하철 광고’ 이미지는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후 2021년 버스 정류장 광고, 2022년 대학 캠퍼스 릴게임바다이야기 커피차 전도를 거쳐 2023년부터는 K-팝 팬덤의 고유문화인 ‘생일카페’ 형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서 간사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즐길 수 있는 ‘놀이’로서 접근한 것에 젊은 층이 사이에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2025 예수님 생일카페' 바다이야기슬롯 내부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주최 측 집계에 따르면 해당 카페와 관련한 콘텐츠 온·오프라인 누적 조회수는 5000만뷰를 넘어섰고, 지금까지 9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서 간사는 “방문객 중 20%가량이 비기독교인”이라며 “단순한 호기심으로 카페를 찾았다가 거부감 없이 복음을 접하고 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유의미한 열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장에는 히잡을 쓴 외국인 관광객부터 호기심에 방문한 비기독교인 커플 등 다양한 방문객이 섞여 있었다.
예생카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방문객들에게 말을 걸며 ‘대화가 하고 싶어’라고 적힌 체크리스트를 건넸다. 자원봉사자 이준희(27)씨가 “요즘 당신의 삶을 담아내는 표현을 골라 달라”고 요청하자, 한 방문객이 ‘미래가 불안한 나’, ‘생각이 너무 많은 나’ 항목에 표시를 했다.



자원봉사자(오른쪽)가 두손을 맞잡고 방문객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CCC제공


이씨는 “나도 취업을 앞두고 있어 미래가 불안하고, 늘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공감이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당신의 삶을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가장 멋진 선물이 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당신을 축복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처음 보는 분에게 말을 거는 건 늘 떨리고 가끔은 거절당하기도 하지만, 방문객들이 ‘생일카페’라는 콘셉트 자체를 즐거워하고 대화에 응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 '크루1959' 카페에 마련된 예수님 생일카페 현장. 방문객들이 직접 색칠하고 꾸민 '예수님 팬아트'와 "HBD 예수님" 등 재치 있는 축하 메시지들이 카페 기둥을 장식하고 있다. CCC제공


올해 행사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로베오네), 공주(크루1959) 등 전국 3개 도시에서 동시에 처음으로 진행됐다. 운영은 전액 미션펀드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오후 5시가 넘어가며 빗줄기가 굵어졌지만 대기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카페를 나서는 청년들의 손에는 저마다 ‘Happy Birthday JESUS’ 문구와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굿즈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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