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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결혼하고 착각 에게 아리송한 밖을 호사였다.(시사저널=일본 나가레야마 = 이태준 기자)
"아이를 낳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키우는 것은 사회의 책임입니다." 2026년 신년기획을 준비하며 시사저널이 일본 나가레야마시에서 확인한 희망의 문장이다.
합계출산율 0.75명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시사저널은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해부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구구조 변화를 겪으며 고민해온 일본을 찾았다. 수도 도쿄 외곽의 작은 위성도시인 나가레야마는 20년 전 15만 명이던 인구 바다이야기#릴게임 가 현재 21만 명으로 늘어났다. 일본에서 인구 증가율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이 소도시의 발전 배경에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자리했다.
출산율을 높여 지역사회를 활기차게 만드는 데 성공한 나가레야마시 사례는 우리가 특히 주목할 만했다. 예산에 의존한 단기적 출산 장려책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분 바다이야기하는법 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얻게 된 실익의 비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와 저출생 충격을 경험했고, 동시에 다양한 실험을 거쳐온 국가다. 그중에서도 외곽도시인 나가레야마는 꼭 도쿄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도시다.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를 찾았던 2025년 12월10일. 한국릴게임 취재진은 쓰쿠바 익스프레스(TX)를 이용해 이곳에 도착했다. 오타카노모리역 개찰구를 빠져나오자마자 귀에 들어온 것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평일 낮 시간대였지만 역 광장은 유모차 그리고 아이의 작은 손을 잡은 부모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은 광장을 가로질러 뛰어다녔고 부모들은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존에 우리가 알던, 낮에는 텅 비고 밤에만 퇴 릴게임모바일 근하는 시민이 몰리는 '베드타운 위성도시'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인형 탈을 쓴 나가레야마 시청 직원이 오타카노모리역 광장에서 하원 중인 유치원 원아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태준
야마토연타
취재진이 나가레야마시에 도착한 12월10일. 오타카노모리역 인근에서는 경찰이 주관한 교통안전 행사가 열렸다. ⓒ시사저널 이태준
15만 명 인구가 21만 명으로 늘어난 배경
"나가레야마시는 신혼부부를 신경 써준다는 느낌이 있는 곳이에요. 물론 도쿄나 여기나 먹고사는 건 다 힘들죠. 그래도 아이 키우는 고충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이유 덕분에 '이 도시에서 살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생겨요."
오타카노모리역 광장에서 처음 인터뷰에 응해준 홍콩 출신 원황(32·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 몇 명이 취재진 곁을 지나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일본에 거주 중인 통역사 손아무개씨 역시 "나가레야마시는 처음 와보는데, 아이가 정말 많다"며 연신 주변을 둘러봤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낯선 광경이었다.
역 주변 산책로로 자리를 옮겨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다.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젊은 부부들이 자연스럽게 무리를 지어 걷고 있었다. 육아 경험이 많지 않은 나가레야마시의 초보 부모들에게는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 정보를 나누며 아이를 키우는 문화가 있다. 아이들은 앞에서 뛰놀고, 부모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누군가가 소리를 높여 제지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
도쿄가 직장인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진 '회색의 도시'라면, 나가레야마시는 젊은 부부와 아이들의 숨결이 도시 전반에 스며있는 공간에 가까웠다. 아이들이 광장을 뛰어다녀도 이를 불편해하는 시선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눈치를 보지 않는 아이들은 기쁨과 불만, 생각을 거리낌 없이 부모에게 쏟아냈고, 부모들은 그 목소리를 제지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쪽을 택했다. 아이의 웃음과 말소리가 곧바로 '통제'의 대상이 되는 한국의 많은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역 주변 카페와 식당가를 오가며 이 도시의 매력을 좀 더 자세히 살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아이들의 모습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부모의 모습에서 분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 도시에선 육아를 여성이 혼자 짊어져야 할 역할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거리 곳곳에서는 유모차를 밀며 아이와 함께 걷는 젊은 남성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평일 오후 3시임에도 혼자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젊은 아빠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이들이 아이와 함께 장을 보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어주는 모습 역시 평범한 일상처럼 보였다. "일본은 가부장적인 사회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후지모토(20대 중반 여성)는 고개를 저으며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르다. 남성들도 육아를 '돕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2024년 12월 출산한 그는 "주변을 보면 남성 육아휴직도 꽤 자연스럽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쓰면 1년간 급여를 보존해 주는 곳도 많다"고 했다. 출산 이후 삶의 리듬이 완전히 달라지는 현실 속에서, 젊은 부부가 온전히 육아의 무게를 모두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이들에게 큰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아키하바라역에서 나가레야마시 방면 열차에 탑승하려는 일본 직장인들의 모습 ⓒ시사저널 이태준
2025년 12월12일 유치원에 아이를 등원시키기 위해 이동 중인 나가레야마시 학부모 모습 ⓒ시사저널 이태준
"유모차 끄는 남자? 여기선 일상이죠"
도쿄와 나가레야마를 잇는 TX 노선도 이곳을 택하게 된 중요한 요소다. 취재진이 직접 열차에 몸을 싣고 시간을 재보니 대기 시간을 포함해 도쿄역에서 나가레야마시 오타카노모리역까지는 약 1시간이 걸렸다. 아키하바라를 경유해야 했지만 TX가 있어 도쿄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에게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거리였다. 도심의 일자리를 포기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가레야마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어 주었다.
나가레야마시에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어떻게 하든지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하는 한국의 많은 젊은 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부모 세대부터 이 도시에 살아왔다는 마쓰다(30대 초반 여성)는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숲이 많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됐다"며 "도시가 변하는 과정에서 육아 정책도 함께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이곳을 떠난다는 선택지는 제 삶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가레야마시에 살았다는 미타무라(20대 후반 여성)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초보 엄마인 그는 "일본 여러 도시를 놓고 봐도 나가레야마시는 아이 키우기에 유리한 조건이 많다"며 "육아 지원 사업에 모두 참여하진 않았지만 실용적인 정책이 많다"고 했다. 이어 "이주 비용과 생활비를 모두 고려했을 때도 여기에 남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아이가 더 크면 보육 시설도 적극적으로 이용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원황 역시 "역과 도로가 넓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 편하다. 생활 자체가 편리하다 보니 굳이 다른 도시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나가레야마시를 선택했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산 직후 나가레야마시 소재 회사로부터 10만 엔(약 100만원)을 지원받았다는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후지모토는 "출산 후 시에서 가사도우미 12시간 이용권을 받았다"며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이 분명히 줄었다. 사회가 육아를 함께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뿐 아니라 시간과 체력 부담까지 감안하면 이런 지원은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에게는 치안 역시 중요한 요소다. 이 부분에서도 나가레야마는 매우 안전한 도시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기사다(30대 초반 여성)는 "도쿄는 낮에는 안전하지만 밤에는 사건·사고가 잦다는 인식이 있다. 반면 나가레야마는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아 아이를 키우기에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도착한 2025년 12월10일. 오타카노모리역 인근에서는 경찰이 주관한 교통안전 행사가 열렸다.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주인공이 됐고, 시청 직원이 인형 탈을 쓰고 아이들과 어울렸다. 아이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인형 주변에 모였다. 부모들의 얼굴에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행사장 주변에는 경찰 인력이 여유 있게 배치돼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나가레야마시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나가레야마시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송영 보육 스테이션'도 운영한다. 부모가 TX역까지 자녀를 데려오면 이후 등·하원을 대신 책임지는 방식이다. 기사다는 "직접 이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송영 보육 스테이션을 이용하는 사례를 봤다"며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전했다.
아시아권 국가 중 한국 사회가 육아와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알려졌지만, 일본에서의 보육 문제는 한국의 주거 문제만큼이나 민감한 '사회적 의제'다. 2016년 '어린이집 입소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나온 '일본 죽어'라는 말이 사회적 공감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일을 계속하라는 사회적 요구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제도 사이의 간극이 만들어낸 절규에 일본의 많은 학부모가 공감을 표시했다.
"다른 도시로 이사갈 필요성 못 느껴"
이 같은 일본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면 나가레야마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도시다. 보육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두지 않겠다는 정책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실시한 정책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사다는 "아직 아이가 어려 직접 체감하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분명 장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시민이 나가레야마시의 정책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태국에서 거주하다 3개월 전 이곳으로 이주한 사야카(30대 초반 여성)는 "남자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놀이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초등학교 입학 이후 TX 비용이 무료가 아닌 점도 장기 거주를 고민하게 하는 요소"라고 했다. 그와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퇴근한 사야카의 남편 역시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지금보다 더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3년 나가레야마시가 실시한 조사에서 시민의 89.6%가 "살기 좋다"고 답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10.4%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했다. 다만 이들의 요구는 '정책이 없다'기보다는 '이미 시작된 정책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 쪽에 가까웠다.
출산율 반등을 가로막아온 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거·일·돌봄이 하나의 생활 동선 안에서 설계돼 있느냐,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부모 개인의 '감내'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구조로 짜여 있느냐의 문제였다. 나가레야마시는 '출산 장려'라는 구호 대신, 아이를 키우는 삶이 실제로 덜 불안해지는 환경을 먼저 만들었다. 그 결과 젊은 세대는 정책을 신뢰했고, 도시는 선택의 대상이 됐다.
한국 사회 역시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얼마를 더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일상이 과연 살 만한가"라는 질문이다. 합계출산율 0.75라는 숫자 뒤에는 여전히 수많은 망설임과 조건부 선택이 놓여있다. 나가레야마시의 실험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출산은 통계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며, 정책은 숫자가 아닌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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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남성 시장은 어떻게 젊은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아이를 낳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키우는 것은 사회의 책임입니다." 2026년 신년기획을 준비하며 시사저널이 일본 나가레야마시에서 확인한 희망의 문장이다.
합계출산율 0.75명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시사저널은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해부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구구조 변화를 겪으며 고민해온 일본을 찾았다. 수도 도쿄 외곽의 작은 위성도시인 나가레야마는 20년 전 15만 명이던 인구 바다이야기#릴게임 가 현재 21만 명으로 늘어났다. 일본에서 인구 증가율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이 소도시의 발전 배경에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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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탈을 쓴 나가레야마 시청 직원이 오타카노모리역 광장에서 하원 중인 유치원 원아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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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나가레야마시에 도착한 12월10일. 오타카노모리역 인근에서는 경찰이 주관한 교통안전 행사가 열렸다. ⓒ시사저널 이태준
15만 명 인구가 21만 명으로 늘어난 배경
"나가레야마시는 신혼부부를 신경 써준다는 느낌이 있는 곳이에요. 물론 도쿄나 여기나 먹고사는 건 다 힘들죠. 그래도 아이 키우는 고충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이유 덕분에 '이 도시에서 살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생겨요."
오타카노모리역 광장에서 처음 인터뷰에 응해준 홍콩 출신 원황(32·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 몇 명이 취재진 곁을 지나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일본에 거주 중인 통역사 손아무개씨 역시 "나가레야마시는 처음 와보는데, 아이가 정말 많다"며 연신 주변을 둘러봤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낯선 광경이었다.
역 주변 산책로로 자리를 옮겨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다.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젊은 부부들이 자연스럽게 무리를 지어 걷고 있었다. 육아 경험이 많지 않은 나가레야마시의 초보 부모들에게는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 정보를 나누며 아이를 키우는 문화가 있다. 아이들은 앞에서 뛰놀고, 부모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누군가가 소리를 높여 제지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
도쿄가 직장인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진 '회색의 도시'라면, 나가레야마시는 젊은 부부와 아이들의 숨결이 도시 전반에 스며있는 공간에 가까웠다. 아이들이 광장을 뛰어다녀도 이를 불편해하는 시선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눈치를 보지 않는 아이들은 기쁨과 불만, 생각을 거리낌 없이 부모에게 쏟아냈고, 부모들은 그 목소리를 제지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쪽을 택했다. 아이의 웃음과 말소리가 곧바로 '통제'의 대상이 되는 한국의 많은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역 주변 카페와 식당가를 오가며 이 도시의 매력을 좀 더 자세히 살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아이들의 모습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부모의 모습에서 분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 도시에선 육아를 여성이 혼자 짊어져야 할 역할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거리 곳곳에서는 유모차를 밀며 아이와 함께 걷는 젊은 남성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평일 오후 3시임에도 혼자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젊은 아빠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이들이 아이와 함께 장을 보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어주는 모습 역시 평범한 일상처럼 보였다. "일본은 가부장적인 사회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후지모토(20대 중반 여성)는 고개를 저으며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르다. 남성들도 육아를 '돕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2024년 12월 출산한 그는 "주변을 보면 남성 육아휴직도 꽤 자연스럽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쓰면 1년간 급여를 보존해 주는 곳도 많다"고 했다. 출산 이후 삶의 리듬이 완전히 달라지는 현실 속에서, 젊은 부부가 온전히 육아의 무게를 모두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이들에게 큰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아키하바라역에서 나가레야마시 방면 열차에 탑승하려는 일본 직장인들의 모습 ⓒ시사저널 이태준
2025년 12월12일 유치원에 아이를 등원시키기 위해 이동 중인 나가레야마시 학부모 모습 ⓒ시사저널 이태준
"유모차 끄는 남자? 여기선 일상이죠"
도쿄와 나가레야마를 잇는 TX 노선도 이곳을 택하게 된 중요한 요소다. 취재진이 직접 열차에 몸을 싣고 시간을 재보니 대기 시간을 포함해 도쿄역에서 나가레야마시 오타카노모리역까지는 약 1시간이 걸렸다. 아키하바라를 경유해야 했지만 TX가 있어 도쿄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에게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거리였다. 도심의 일자리를 포기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가레야마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어 주었다.
나가레야마시에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어떻게 하든지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하는 한국의 많은 젊은 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부모 세대부터 이 도시에 살아왔다는 마쓰다(30대 초반 여성)는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숲이 많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됐다"며 "도시가 변하는 과정에서 육아 정책도 함께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이곳을 떠난다는 선택지는 제 삶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가레야마시에 살았다는 미타무라(20대 후반 여성)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초보 엄마인 그는 "일본 여러 도시를 놓고 봐도 나가레야마시는 아이 키우기에 유리한 조건이 많다"며 "육아 지원 사업에 모두 참여하진 않았지만 실용적인 정책이 많다"고 했다. 이어 "이주 비용과 생활비를 모두 고려했을 때도 여기에 남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아이가 더 크면 보육 시설도 적극적으로 이용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원황 역시 "역과 도로가 넓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 편하다. 생활 자체가 편리하다 보니 굳이 다른 도시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나가레야마시를 선택했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산 직후 나가레야마시 소재 회사로부터 10만 엔(약 100만원)을 지원받았다는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후지모토는 "출산 후 시에서 가사도우미 12시간 이용권을 받았다"며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이 분명히 줄었다. 사회가 육아를 함께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뿐 아니라 시간과 체력 부담까지 감안하면 이런 지원은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에게는 치안 역시 중요한 요소다. 이 부분에서도 나가레야마는 매우 안전한 도시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기사다(30대 초반 여성)는 "도쿄는 낮에는 안전하지만 밤에는 사건·사고가 잦다는 인식이 있다. 반면 나가레야마는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아 아이를 키우기에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도착한 2025년 12월10일. 오타카노모리역 인근에서는 경찰이 주관한 교통안전 행사가 열렸다.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주인공이 됐고, 시청 직원이 인형 탈을 쓰고 아이들과 어울렸다. 아이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인형 주변에 모였다. 부모들의 얼굴에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행사장 주변에는 경찰 인력이 여유 있게 배치돼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나가레야마시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나가레야마시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송영 보육 스테이션'도 운영한다. 부모가 TX역까지 자녀를 데려오면 이후 등·하원을 대신 책임지는 방식이다. 기사다는 "직접 이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송영 보육 스테이션을 이용하는 사례를 봤다"며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전했다.
아시아권 국가 중 한국 사회가 육아와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알려졌지만, 일본에서의 보육 문제는 한국의 주거 문제만큼이나 민감한 '사회적 의제'다. 2016년 '어린이집 입소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나온 '일본 죽어'라는 말이 사회적 공감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일을 계속하라는 사회적 요구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제도 사이의 간극이 만들어낸 절규에 일본의 많은 학부모가 공감을 표시했다.
"다른 도시로 이사갈 필요성 못 느껴"
이 같은 일본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면 나가레야마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도시다. 보육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두지 않겠다는 정책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실시한 정책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사다는 "아직 아이가 어려 직접 체감하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분명 장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시민이 나가레야마시의 정책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태국에서 거주하다 3개월 전 이곳으로 이주한 사야카(30대 초반 여성)는 "남자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놀이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초등학교 입학 이후 TX 비용이 무료가 아닌 점도 장기 거주를 고민하게 하는 요소"라고 했다. 그와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퇴근한 사야카의 남편 역시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지금보다 더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3년 나가레야마시가 실시한 조사에서 시민의 89.6%가 "살기 좋다"고 답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10.4%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했다. 다만 이들의 요구는 '정책이 없다'기보다는 '이미 시작된 정책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 쪽에 가까웠다.
출산율 반등을 가로막아온 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거·일·돌봄이 하나의 생활 동선 안에서 설계돼 있느냐,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부모 개인의 '감내'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구조로 짜여 있느냐의 문제였다. 나가레야마시는 '출산 장려'라는 구호 대신, 아이를 키우는 삶이 실제로 덜 불안해지는 환경을 먼저 만들었다. 그 결과 젊은 세대는 정책을 신뢰했고, 도시는 선택의 대상이 됐다.
한국 사회 역시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얼마를 더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일상이 과연 살 만한가"라는 질문이다. 합계출산율 0.75라는 숫자 뒤에는 여전히 수많은 망설임과 조건부 선택이 놓여있다. 나가레야마시의 실험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출산은 통계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며, 정책은 숫자가 아닌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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