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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eastorygame.top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통해 다시 한 번 'K-POP은 세계적인 문화'라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드라마·음식·뷰티 산업 등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면서, 관광객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5 세계 속의 K문화>는 세계인들의 삶에 더 밀접하게 다가가고 있는 한국 문화를 보여주며, '한류'의 현재를 진단하고, 향후 방향성을 모색해봅니다. <편집자말>
[목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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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최대 서점·음반 체인 프낙(FNAC)에 성탄용 선물세트로 포장된 케이팝 관련 음반들이 진열되어 있다. 코리아 마니아(Coree Mania) 라고 쓰여 있는 음반 패키지 상품이 눈에 띈다
바다이야기릴게임 ⓒ 목수정
점점 영향력 커지는 케이팝
지난 7월, 케이팝 그룹 스트레이 키즈는 프랑스 최대 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이틀간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케이팝 공연이었다. 릴게임온라인 그들의 성공은 프랑스 시장에서 케이팝의 세대교체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3월, 파리 제니스(Le Zenith)에서 있었던 제니의 단독 공연도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에디트 피아프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의 전설적 무대인 6천석 규모 공연장을 솔로 가수가 채우려면 상당한 내공과 가창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릴게임사이트 제니는 이곳에서의 단독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걸그룹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온전히 입증했다.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프랑스에서도 예외 없이 메가 히트작으로 기록됐다. 뉴스채널 프랑스24는 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이례적 흥행을 "K-팝의 영향력이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된 사례"로 분석 보도하기 바다이야기APK 도 했다. 영화 삽입곡들이 프랑스 빌보드와 스트리밍 차트에서 3-4개월간 상위권에 올랐고, 영화의 메인 테마곡은 '빌보드 프랑스 송즈' 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케이팝의 영향력을 증폭시켰다.
한편, 주불 한국 대사관과 프랑스 국립음악센터가 함께 마련한 아틀리에 케이팝(Atelier K-POP)은 한국과 프랑스 대중음악가들의 협업을 이끌어내며, 케이팝의 질적 변화를 시도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닷새 동안 진행된 이 행사는 프랑스와 한국의 작곡가·프로듀서·싱어송라이터 29명이 한자리에서 만나 음악적 교류의 시간을 갖고, 서로의 색깔을 담아 프렌치 풍의 케이팝을 만들어내는 자리였다.
수치상으로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한 케이팝이지만, 프랑스 주류 문화에선 여전히 특정 세대의 전유물로만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정교하게 계산된 군무와 케이팝 특유의 공장식 양성 시스템은 개별적 자유를 중시하는 프랑스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충돌했고, 여전히 '일회성 시각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10대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케이팝 팬이었던 시절과 작별하는 패턴도 케이팝의 세대 확장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그런 점에서 양국 아티스트들이 함께한 아틀리에 케이팝, 군무에서 벗어난 솔로 무대를 보여준 제니의 르 제니스 공연, 케이팝에서 파생한 새로운 서사로 세상을 사로잡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등장은 케이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순풍 중인 한국 드라마 - 도전장 내미는 프랑스
드라마의 경우 <오징어 게임 시즌3>와 <폭싹 속았수다>가 넷플릭스 프랑스 톱10에 상당 기간 올라와 있으면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프랑스 시민들의 관심을 입증해주었다. <중증외상센터> 역시 한국판 의학드라마의 매운맛을 보여주며 상당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특히 <폭싹 속았수다>가 보여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은,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인들이 서울, 경주 등 기존의 방문지에 제주도를 포함시키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드라마 밖에서도 상당한 저력을 발휘한 것이다.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중에서 프랑스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작품은 미국 드라마 <에밀리 인 파리>였고, 영국의 아돌레상스 (소년의 시간)>, 프랑스의 <블러드 코스트>, <아스테릭스>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적별로 치면 한국 드라마가 4위 정도의 순위를 지킨 셈이다.
자타공인 드라마 왕국 한국과 달리, 드라마를 상대적으로 저급 문화로 평가하며 우리처럼 광범위한 드라마 시청 문화가 없던 것이 이전까지의 프랑스 상황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출현이 영상 산업의 판도를 바꾸면서 프랑스도 뒤늦게 시리즈물 제작에 뜻을 품기 시작했고, <뤼팽>(2021)의 세계적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바 있다.
강력한 자국문화 보호정책을 가진 프랑스는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스트리밍 기업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간 매출의 최소 20~25% 이상을 프랑스 현지 콘텐츠(드라마, 영화) 제작에 의무 투자하도록 법(2021)으로 못 박았고, 넷플릭스는 올 한 해만 약 2억 5천만 유로(약 4300억 원)이상을 프랑스 콘텐츠에 투입했다. 한국이 넷플릭스에서 누려오던 드라마 왕국의 프리미엄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받게 된 셈이다.
일상 파고든 K-뷰티
▲ 파리 최대의 쇼핑몰 레알에 자리잡은 한국화장품 숍의 모습
ⓒ 목수정
올해 스무살인 딸이 한국에 갈 때면, 많은 친구들로부터 한국 화장품 대리 구매를 요구받는다. "그들의 요구는 "한국 가면 화장품 좀 사다 줘"가 아니라 "올리브영에서 파는 ○○표 마스카라 검은색 ○○호 "같이 매우 구체적이다. 이미 이들은 익숙한 한국 화장품의 사용자들임을 뜻한다.
현재 케이팝의 충성스러운 팬, 혹은 그랬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20대 여성들이 K-뷰티의 성공을 견인하는 세력이다. 여기에 '스킨 케어' 마니아 층이 부차적으로 매출을 이끌어주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고기능성 스킨 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산 제품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기초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5.4%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은 시트 마스크팩이다. 프랑스인들에게 1일 1팩의 신개념을 전파하며, 약국이나 화장품 전문점뿐 아니라,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팔리고 있는 효자 아이템이다. 잡티 없는 맑은 피부에 진심인 한국 여성들의 요구에 따라 성능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비비크림, 선크림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웹툰 종주국의 위엄
▲ 프랑스 최대 서점·음반 체인 프낙(FNAC)에서 만화 섹션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웹툰 기반 만화(왼편)들, 최대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Sole Leveling (오른편)이 보인다.
ⓒ 목수정
2003년 프랑스 앙굴렘에서 개최되는 세계만화페스티벌에 한국이 주빈국이 되어, 십여명의 한국만화가들이 초청된 바 있다. 그때 한 프랑스 기자가 한국 만화가들에게,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바일 중심의 웹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 물었다. 휴대가 간편한 핸드폰으로 볼 수 있다는 면에서 획기적인 발명품이긴 하나, 섬세한 표현에 한계가 따르는 이 방식이 과연 오래 존재할 수 있겠느냐는 함의를 담은 질문이었다. 당시 통역을 하던 나는 박재동 화백의 답을 기억한다. "당연히! 한국 젊은 만화가들에겐 그것이 새로운 트렌드고, 거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2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언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프랑스는 '만화의 예술적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나라이며, 유럽 최대의 만화 시장이기도 하다. 이런 만화강국 프랑스에서 한국의 웹툰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만화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MZ세대의 지지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면, 웹툰 시장에선 종주국의 위엄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중이다.
사실상, 프랑스 웹툰 플랫폼 시장은 네이버가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독점 무대다. 2019년 유럽 시장의 교두보로 프랑스에 첫 진출한 네이버는 2021년 11월부터 유료화를 시작했다. 놀라운 지점은, 디지털상에서 유통되는 웹툰이 2차 시장인 오프라인 종이책 시장까지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최대 서점 체인 프낙(FNAC)의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프랑스 만화 시장 탑10에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가 3개나 진입되어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 Solo Leveling>, <내 남편과 결혼해줘 >,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이다. 오랫동안 프랑스 만화와 일본 만화가 양분해오던 프랑스 만화 시장을 한국이 뚫고 들어갈 수 있게 해준 비밀 병기가 바로 웹툰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많은 웹툰들이 드라마로 제작돼 넷플릭스에 소개되면서 저변을 확대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했고, 웹툰으로 먼저 본 독자들이 서점에서 단행본을 구매해서 소장하는 문화가 자리잡기도 했다. 흑백으로 만들어지는 일본 만화와 달리 컬러로 만들어지는 한국 웹툰들은, 양장본으로 만들어 만화를 소장하는 취미를 가진 프랑스인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네이버웹툰은 프랑스의 웹툰 작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어 '프랑스산 웹툰'을 배출하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면서 입지를 넓혀왔다. 지난해 이 공모전엔 500명 이상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한국 웹툰이 물들이고 있는 프랑스 만화계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긍정의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화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웹툰 특유의 빠른 리듬과 상업성이 만화의 예술적 깊이를 해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게 나온다. 두터운 작가층, 견고한 서사 구조를 갖춘 일본 만화에 비해 한국 웹툰은 단골 소재인 회귀, 빙의, 환생을 지나치게 반복하고 있는 것도 독자들의 피로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비판 속에서도 꾸준한 현지화 노력으로 네이버는 시장을 석권하는 성과를 이뤘지만, 2021년 유럽 법인을 설립한 카카오픽코마는 고전을 면치 못하며 3년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칸의 침묵과 뼈아픈 지적들
▲ 2019년 5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 EPA-연합뉴스
2000년대 한국 문화가 꿈틀거리는 동물적 에너지를 뿜으며 프랑스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시작했을 때, 선두에 있던 것은 단연 한국 영화다.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의 영화가 잇달아 칸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한국 문화를 '뒤늦게 발견한 새로운 보석'으로 보는 태도가 프랑스 사회에 번졌다.
미국발 문화제국주의의 맞서 버텨주는 몇 안 남은 동지로, 세계영화계에 흔치 않은 예술적 자극을 전하는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으며 한국 영화는 해마다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아왔다. 이런 밀월 관계에 이상 신호가 켜지기 시작한 건 최근 3년 동안이다. 2022년 이후로는 경쟁 부문에 한편도 초대되지 않은 데 이어 올해 칸 영화제에선 경쟁·비경쟁 부문을 통틀어 한편의 장편영화도 초대되지 않았다.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프랑스에서 개봉되어 나름 선전한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 뿐이었다. 평단의 좋은 지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약 2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공식적으론 미국 영화로 분류되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17>는 프랑스에서 약 116만명의 관객과 만났다.
프랑스 평론가 로망 르페브르는 영화 전문 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cahier du cinéma, 2025.7)에서 한국 영화 산업이 직면한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한국 영화 산업을 지배하는 대기업 중심 체계를 지목한다.
"한국 영화 시장은 제작·배급·상영을 수직 계열화한 다섯 개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이들은 한때 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독점적 지배 구조가 관객 감소와 공급 부족 위협이라는 악순환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이들이 내놓은 37편의 고예산 영화 가운데 제작비를 회수한 작품은 10편에 불과했다. 이는 곧 블록버스터 전략 자체가 도전을 받고 있으며,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되살릴 수 있는 영화의 유형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한다. (…) 상영관 부문의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 스크린 가운데 93.3%가 멀티플렉스에 속하며, 예술영화관으로 분류된 곳은 극소수다. (…) 한국 영화의 위기는 소수의 기둥에 과도하게 의존한 국가 산업이 장기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잘 보여준다."
오늘날 한국 영화의 문제점은 대기업의 독과점 문제로 인해 중소 규모의 독립·예술 영화가 대중과 만날 기회가 차단된 한국 영화의 왜곡된 배급·유통 구조에 있음을 로망 르페브르는 지적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는 지난 5년간 급변해온 상황 속에서 미래를 낙관하기 힘든 난관에 봉착해 있다. 당장 연중 관객 규모만 보아도, 2019년 2억2668만 명에서 2025년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 명을 간신히 넘겼다. 팬데믹 기간 중 관객이 하락한 것은 세계 공통의 현상이나, 지난해에 이미 팬데믹 이전 관객 수준의 87%(1억 8130만 명)까지 회복한 프랑스에 비하면, 한국 영화계가 봉착한 지점은 다분히 내부 구조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지적하듯, 넷플릭스에 관객을 빼앗겼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외국 평론가의 눈에도 명백히 보이는 한국 영화계의 구조적 문제에 근본적 수술이 가해져야만 하는 시점이다. 한국 문화의 자존심을 지탱시켜 주던 강력한 대중예술인 영화가 위기에 봉착할 때, 한국 문화계는 등대를 잃는다. 프랑스 영화계마저도 그것을 염려하고 있다.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
최근 몇 년간 한국대중문화가 다방면에서 한층 더 밀도있게 프랑스 사회에 침투해 가고 있음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마니아층만 즐기는 신기한 이국 문화로 간주되던 한국 대중 문화는 이제 프랑스 시민들에게 익숙한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분야를 막론하고 지나친 상업주의, 대기업 중심의 기형적 구조, K-문화라는 국가주의 라벨을 앞세우는 것, 작가주의가 존중되기 힘든 시스템 등이 장기적 전망을 위태롭게 하는 지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내년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한 지 140년 되는 해이다. 프랑스 예술 기관들은 일제히 내년을 한국 특집 기획으로 채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내년 80회를 맞이하는 유럽 최대의 공연 축제 아비뇽 페스티발은 2026년 공식 초청 언어(Langue invitée)'로 한국어를 선정했다.
기메 동양 박물관은 기메x한국 스페셜 프로그램을 마련, 신라시대를 테마로 하는 대형 전시, K-뷰티 전시, 책거리 전시, 박물관 외벽 현대 설치 미술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파리시립 박물관들도 '박물관의 밤' 행사에 각각 한국을 테마로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의 한국 문화 확산의 교두보였고, 여전히 왕성한 호기심과 친근한 문화 교류의 대상으로 한국을 대하고 있다. 2026년은 양국의 문화가 다양하게 오가며 서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목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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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영향력 커지는 케이팝
지난 7월, 케이팝 그룹 스트레이 키즈는 프랑스 최대 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이틀간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케이팝 공연이었다. 릴게임온라인 그들의 성공은 프랑스 시장에서 케이팝의 세대교체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3월, 파리 제니스(Le Zenith)에서 있었던 제니의 단독 공연도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에디트 피아프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의 전설적 무대인 6천석 규모 공연장을 솔로 가수가 채우려면 상당한 내공과 가창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릴게임사이트 제니는 이곳에서의 단독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걸그룹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온전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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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불 한국 대사관과 프랑스 국립음악센터가 함께 마련한 아틀리에 케이팝(Atelier K-POP)은 한국과 프랑스 대중음악가들의 협업을 이끌어내며, 케이팝의 질적 변화를 시도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닷새 동안 진행된 이 행사는 프랑스와 한국의 작곡가·프로듀서·싱어송라이터 29명이 한자리에서 만나 음악적 교류의 시간을 갖고, 서로의 색깔을 담아 프렌치 풍의 케이팝을 만들어내는 자리였다.
수치상으로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한 케이팝이지만, 프랑스 주류 문화에선 여전히 특정 세대의 전유물로만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정교하게 계산된 군무와 케이팝 특유의 공장식 양성 시스템은 개별적 자유를 중시하는 프랑스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충돌했고, 여전히 '일회성 시각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10대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케이팝 팬이었던 시절과 작별하는 패턴도 케이팝의 세대 확장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그런 점에서 양국 아티스트들이 함께한 아틀리에 케이팝, 군무에서 벗어난 솔로 무대를 보여준 제니의 르 제니스 공연, 케이팝에서 파생한 새로운 서사로 세상을 사로잡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등장은 케이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순풍 중인 한국 드라마 - 도전장 내미는 프랑스
드라마의 경우 <오징어 게임 시즌3>와 <폭싹 속았수다>가 넷플릭스 프랑스 톱10에 상당 기간 올라와 있으면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프랑스 시민들의 관심을 입증해주었다. <중증외상센터> 역시 한국판 의학드라마의 매운맛을 보여주며 상당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특히 <폭싹 속았수다>가 보여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은,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인들이 서울, 경주 등 기존의 방문지에 제주도를 포함시키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드라마 밖에서도 상당한 저력을 발휘한 것이다.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중에서 프랑스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작품은 미국 드라마 <에밀리 인 파리>였고, 영국의 아돌레상스 (소년의 시간)>, 프랑스의 <블러드 코스트>, <아스테릭스>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적별로 치면 한국 드라마가 4위 정도의 순위를 지킨 셈이다.
자타공인 드라마 왕국 한국과 달리, 드라마를 상대적으로 저급 문화로 평가하며 우리처럼 광범위한 드라마 시청 문화가 없던 것이 이전까지의 프랑스 상황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출현이 영상 산업의 판도를 바꾸면서 프랑스도 뒤늦게 시리즈물 제작에 뜻을 품기 시작했고, <뤼팽>(2021)의 세계적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바 있다.
강력한 자국문화 보호정책을 가진 프랑스는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스트리밍 기업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간 매출의 최소 20~25% 이상을 프랑스 현지 콘텐츠(드라마, 영화) 제작에 의무 투자하도록 법(2021)으로 못 박았고, 넷플릭스는 올 한 해만 약 2억 5천만 유로(약 4300억 원)이상을 프랑스 콘텐츠에 투입했다. 한국이 넷플릭스에서 누려오던 드라마 왕국의 프리미엄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받게 된 셈이다.
일상 파고든 K-뷰티
▲ 파리 최대의 쇼핑몰 레알에 자리잡은 한국화장품 숍의 모습
ⓒ 목수정
올해 스무살인 딸이 한국에 갈 때면, 많은 친구들로부터 한국 화장품 대리 구매를 요구받는다. "그들의 요구는 "한국 가면 화장품 좀 사다 줘"가 아니라 "올리브영에서 파는 ○○표 마스카라 검은색 ○○호 "같이 매우 구체적이다. 이미 이들은 익숙한 한국 화장품의 사용자들임을 뜻한다.
현재 케이팝의 충성스러운 팬, 혹은 그랬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20대 여성들이 K-뷰티의 성공을 견인하는 세력이다. 여기에 '스킨 케어' 마니아 층이 부차적으로 매출을 이끌어주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고기능성 스킨 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산 제품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기초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5.4%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은 시트 마스크팩이다. 프랑스인들에게 1일 1팩의 신개념을 전파하며, 약국이나 화장품 전문점뿐 아니라,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팔리고 있는 효자 아이템이다. 잡티 없는 맑은 피부에 진심인 한국 여성들의 요구에 따라 성능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비비크림, 선크림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웹툰 종주국의 위엄
▲ 프랑스 최대 서점·음반 체인 프낙(FNAC)에서 만화 섹션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웹툰 기반 만화(왼편)들, 최대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Sole Leveling (오른편)이 보인다.
ⓒ 목수정
2003년 프랑스 앙굴렘에서 개최되는 세계만화페스티벌에 한국이 주빈국이 되어, 십여명의 한국만화가들이 초청된 바 있다. 그때 한 프랑스 기자가 한국 만화가들에게,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바일 중심의 웹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 물었다. 휴대가 간편한 핸드폰으로 볼 수 있다는 면에서 획기적인 발명품이긴 하나, 섬세한 표현에 한계가 따르는 이 방식이 과연 오래 존재할 수 있겠느냐는 함의를 담은 질문이었다. 당시 통역을 하던 나는 박재동 화백의 답을 기억한다. "당연히! 한국 젊은 만화가들에겐 그것이 새로운 트렌드고, 거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2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언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프랑스는 '만화의 예술적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나라이며, 유럽 최대의 만화 시장이기도 하다. 이런 만화강국 프랑스에서 한국의 웹툰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만화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MZ세대의 지지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면, 웹툰 시장에선 종주국의 위엄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중이다.
사실상, 프랑스 웹툰 플랫폼 시장은 네이버가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독점 무대다. 2019년 유럽 시장의 교두보로 프랑스에 첫 진출한 네이버는 2021년 11월부터 유료화를 시작했다. 놀라운 지점은, 디지털상에서 유통되는 웹툰이 2차 시장인 오프라인 종이책 시장까지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최대 서점 체인 프낙(FNAC)의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프랑스 만화 시장 탑10에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가 3개나 진입되어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 Solo Leveling>, <내 남편과 결혼해줘 >,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이다. 오랫동안 프랑스 만화와 일본 만화가 양분해오던 프랑스 만화 시장을 한국이 뚫고 들어갈 수 있게 해준 비밀 병기가 바로 웹툰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많은 웹툰들이 드라마로 제작돼 넷플릭스에 소개되면서 저변을 확대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했고, 웹툰으로 먼저 본 독자들이 서점에서 단행본을 구매해서 소장하는 문화가 자리잡기도 했다. 흑백으로 만들어지는 일본 만화와 달리 컬러로 만들어지는 한국 웹툰들은, 양장본으로 만들어 만화를 소장하는 취미를 가진 프랑스인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네이버웹툰은 프랑스의 웹툰 작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어 '프랑스산 웹툰'을 배출하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면서 입지를 넓혀왔다. 지난해 이 공모전엔 500명 이상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한국 웹툰이 물들이고 있는 프랑스 만화계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긍정의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화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웹툰 특유의 빠른 리듬과 상업성이 만화의 예술적 깊이를 해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게 나온다. 두터운 작가층, 견고한 서사 구조를 갖춘 일본 만화에 비해 한국 웹툰은 단골 소재인 회귀, 빙의, 환생을 지나치게 반복하고 있는 것도 독자들의 피로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비판 속에서도 꾸준한 현지화 노력으로 네이버는 시장을 석권하는 성과를 이뤘지만, 2021년 유럽 법인을 설립한 카카오픽코마는 고전을 면치 못하며 3년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칸의 침묵과 뼈아픈 지적들
▲ 2019년 5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 EPA-연합뉴스
2000년대 한국 문화가 꿈틀거리는 동물적 에너지를 뿜으며 프랑스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시작했을 때, 선두에 있던 것은 단연 한국 영화다.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의 영화가 잇달아 칸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한국 문화를 '뒤늦게 발견한 새로운 보석'으로 보는 태도가 프랑스 사회에 번졌다.
미국발 문화제국주의의 맞서 버텨주는 몇 안 남은 동지로, 세계영화계에 흔치 않은 예술적 자극을 전하는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으며 한국 영화는 해마다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아왔다. 이런 밀월 관계에 이상 신호가 켜지기 시작한 건 최근 3년 동안이다. 2022년 이후로는 경쟁 부문에 한편도 초대되지 않은 데 이어 올해 칸 영화제에선 경쟁·비경쟁 부문을 통틀어 한편의 장편영화도 초대되지 않았다.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프랑스에서 개봉되어 나름 선전한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 뿐이었다. 평단의 좋은 지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약 2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공식적으론 미국 영화로 분류되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17>는 프랑스에서 약 116만명의 관객과 만났다.
프랑스 평론가 로망 르페브르는 영화 전문 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cahier du cinéma, 2025.7)에서 한국 영화 산업이 직면한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한국 영화 산업을 지배하는 대기업 중심 체계를 지목한다.
"한국 영화 시장은 제작·배급·상영을 수직 계열화한 다섯 개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이들은 한때 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독점적 지배 구조가 관객 감소와 공급 부족 위협이라는 악순환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이들이 내놓은 37편의 고예산 영화 가운데 제작비를 회수한 작품은 10편에 불과했다. 이는 곧 블록버스터 전략 자체가 도전을 받고 있으며,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되살릴 수 있는 영화의 유형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한다. (…) 상영관 부문의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 스크린 가운데 93.3%가 멀티플렉스에 속하며, 예술영화관으로 분류된 곳은 극소수다. (…) 한국 영화의 위기는 소수의 기둥에 과도하게 의존한 국가 산업이 장기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잘 보여준다."
오늘날 한국 영화의 문제점은 대기업의 독과점 문제로 인해 중소 규모의 독립·예술 영화가 대중과 만날 기회가 차단된 한국 영화의 왜곡된 배급·유통 구조에 있음을 로망 르페브르는 지적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는 지난 5년간 급변해온 상황 속에서 미래를 낙관하기 힘든 난관에 봉착해 있다. 당장 연중 관객 규모만 보아도, 2019년 2억2668만 명에서 2025년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 명을 간신히 넘겼다. 팬데믹 기간 중 관객이 하락한 것은 세계 공통의 현상이나, 지난해에 이미 팬데믹 이전 관객 수준의 87%(1억 8130만 명)까지 회복한 프랑스에 비하면, 한국 영화계가 봉착한 지점은 다분히 내부 구조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지적하듯, 넷플릭스에 관객을 빼앗겼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외국 평론가의 눈에도 명백히 보이는 한국 영화계의 구조적 문제에 근본적 수술이 가해져야만 하는 시점이다. 한국 문화의 자존심을 지탱시켜 주던 강력한 대중예술인 영화가 위기에 봉착할 때, 한국 문화계는 등대를 잃는다. 프랑스 영화계마저도 그것을 염려하고 있다.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
최근 몇 년간 한국대중문화가 다방면에서 한층 더 밀도있게 프랑스 사회에 침투해 가고 있음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마니아층만 즐기는 신기한 이국 문화로 간주되던 한국 대중 문화는 이제 프랑스 시민들에게 익숙한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분야를 막론하고 지나친 상업주의, 대기업 중심의 기형적 구조, K-문화라는 국가주의 라벨을 앞세우는 것, 작가주의가 존중되기 힘든 시스템 등이 장기적 전망을 위태롭게 하는 지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내년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한 지 140년 되는 해이다. 프랑스 예술 기관들은 일제히 내년을 한국 특집 기획으로 채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내년 80회를 맞이하는 유럽 최대의 공연 축제 아비뇽 페스티발은 2026년 공식 초청 언어(Langue invitée)'로 한국어를 선정했다.
기메 동양 박물관은 기메x한국 스페셜 프로그램을 마련, 신라시대를 테마로 하는 대형 전시, K-뷰티 전시, 책거리 전시, 박물관 외벽 현대 설치 미술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파리시립 박물관들도 '박물관의 밤' 행사에 각각 한국을 테마로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의 한국 문화 확산의 교두보였고, 여전히 왕성한 호기심과 친근한 문화 교류의 대상으로 한국을 대하고 있다. 2026년은 양국의 문화가 다양하게 오가며 서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