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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중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6.1.1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릴게임사이트추천 얼마 전, 이탈리아 총리가 19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19년 만의 방문이라면,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을텐데 언론 보도에서는 그 이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는 이번에 단순히 한국만 찾은 것이 아니다. 14일 오만을 시작으로, 16일 일본 그리고 17일 한국을 방문했다. 이에 이번 한국 바다이야기게임 -이탈리아 정상회담은 이탈리아의 아시아 순방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고, 적어도 일본, 한국과 가진 정상회담의 결과물 곳곳에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덧붙여, 곧 21세기 이탈리아의 최장수 총리로 등극할 가능성이 큰 멜로니 총리의 외교는 기민하고 실용적이다. 비록 멜로니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stance) 릴게임황금성 은 다르지만 두 리더의 실용적 외교 노선은 앞으로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멜로니 총리와 이탈리아의 대중국 외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2022년 10월 취임 전부터 이탈리아 내에서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2014년부터 멜로니가 이끌던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당(FdI)이 2022 릴게임한국 년 총선에서 승리하자 유럽 내에서 멜로니에 대한 관심은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가디언과 르몽드 등과 같은 주요 외신들은 그녀의 민족주의적이고 유럽회의주의적인 언행 그리고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프랑스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여성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멜로니는 총리 취임 후 초기 예상과 달리 실용적인 지도자 바다이야기하는법 로 재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녀는 유럽연합을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지원 등과 같은 주요 의제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면서 브뤼셀(Brussels)과 싸우는 극우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유럽연합 내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거래하는 리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로이터 등과 같은 외신들 또한 취임 초기에는 외면받던 멜로니 총리가 시간이 지나며 유럽정치 무대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녀의 실용적 행보는 이탈리아 외교에서 잘 드러나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일대일로(BRI) 계약의 해지 과정이다. 2019년 이탈이라는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세계 전략인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이탈리아의 참여는 G7 국가 중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참여하는 것으로 유럽연합은 물론 미국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일대일로에 참여하면서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했으나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는 기존 미국과의 대서양 관계, 유럽연합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2023년 12월 멜로니 총리는 이전 행정부(콘테 총리)에서 결정한 일대일로 참여를 사실상 종료하는 결정을 내린다. 중국 입장에서는 일대일로 정책의 해상 종착지가 이탈리아이며, 유럽연합 회원국이자 G7 국가 중 하나인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것을 엄청난 정치적 성과로 여겼기에 이탈리아의 탈퇴를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여기서 멜로니는 발 빠르게 대처했다. 이듬해 7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지고, 양국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지속되는 액션플랜(Action Plan)을 체결한다. 이는 이탈리아가 비록 중국의 일대일로에서는 탈퇴하지만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는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시진핑의 체면을 세워주고자 하는 멜로니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대일로 정책 참여를 탈퇴하는 과정에서 멜로니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 단절이 아니라 관리하는 실용적인 대중국 외교를 보여주었다. 이는 동시에 기존의 미국, 유럽연합과의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실제 이와 비슷한 시기에 멜로니 총리는 유럽연합, 나토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면서 미국/유럽연합과 어느 정도 관계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이전 총리가 결정한 일대일로 참여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멜로니는 기민하게 대처하며 중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과 유럽연합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는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이탈리아는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며 정치적 유연성은 얻었다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으로부터 기대했던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멜로니 총리의 일본과 한국 방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정치·안보 중심의 일본-이탈리아 정상회담
일본-이탈리아 정상회담의 성격은 이탈리아 외교부가 공식 발표한 공동선언(Joint Statement)에 잘 드러난다. 공동선언문 2항에서 양국은 공식 외교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한 뒤, 3항부터 구체적인 협력을 나열하고 있다. 여러 협력을 나열하고 있으나 군사를 중심으로 한 정치·안보가 핵심이다.
항목별로 보면 3항~5항이 군사안보 협력을, 14항~15항이 지역정세에 대한 양국의 공동입장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3항은 아래와 같다.
3. 양국 정상은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을 보장하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겠다는 결의를 재확인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과 '글로벌 지중해(Global Mediterranean)' 간의 협력을 한층 더 증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양측은 유로-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공동 인식을 다시 확인했다(They reaffirmed their shared recognition that the security of Euro-Atlantic and Indo-Pacific is strongly interrelated). 이러한 맥락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올해 이탈리아 해군 함정의 일본 방문 계획을 환영했다.
기본적으로 3항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지중해 지역에서 양국의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이며, 구체적으로 올해 이탈리아의 해군 함정이 일본에 방문하는 계획까지 있음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공동선언은 양국의 입장이 동시에 반영되는 것으로 구체적인 문구를 보면 각각의 입장과 목적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은 인도-태평양을, 이탈리아는 지중해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과 이탈리아가 안보적 관점에서 어디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유럽-대서양의 안보와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양국의 인식은 일본과 이탈리아가 모두 미국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탈리아는 대서양(atlantic)을, 일본은 태평양(pacific)을 강조하며 양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축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간 일본이 보인 외교적 행태를 고려하면 이 같은 입장이 당연하게 보이지만, 만약 이탈리아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에서 탈퇴하지 않았다고 하면 함정을 일본으로 보내거나 공동선언에서 중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이러한 문구를 채택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공동선언문의 조항 중에서 가장 긴 14항은 국제 정세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다루고 있는데 이 조항에서 중국에 대한 입장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14. 양국 정상은 또한 상호 관심이 있는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 아울러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양국 정상은 무력이나 강압을 통해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하며, 해양과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규율하는 법적 틀인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보편적이고 통일된 성격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위 14항에서 다루고 있는 지역 정세는 우크라이나, 동중국해, 남중국해, 북한, 그리고 중동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입장을 보인 부분이 바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부분이다. 이는 분명하게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이러한 문구를 삽입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은 일본이 아닌 이탈리아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공동선언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일정 부분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면서 얻은 외교적 유연성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외교적 유연성을 통해 실제로 이탈리아가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군사·안보적으로 얻고자 했던 것은 4항과 5항에 잘 드러난다. 4항에서는 양국이 지난 2025년 9월 발효한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5항에서는 이탈리아, 일본 그리고 영국 3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GCAP)의 원활한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전자는 양국의 합동훈련은 물론 상호 군수 물자의 운용 인프라를 의미하고, 후자는 단순히 전투기가 아니라 공군 체계를 함께 개발하는 것으로 항공 전력개발 프로젝트다.
결국 이탈리아는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과의 군사·안보 협력을 통해 유럽 내에서 이탈리아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이번 방일의 핵심이다. 이는 그간 멜로니 총리가 보인 외교적 노선과도 일치한다. 유럽 공동체, 규범 및 제도를 중시하는 유럽주의자가 아닌 멜로니는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으로 자국의 이익과 영향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방일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경제 중심의 한국-이탈리아 정상회담
▲ 이재명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9일 청와대에서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2026.1.19
ⓒ 연합뉴스
다음으로 한국-이탈리아 정상회담의 성격은 이탈리아 외교부가 공식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Joint Press Statement)에 잘 드러난다. 이탈리아가 일본과 발표한 공동선언과 달리 한국과는 공동언론발표문의 형태를 보였으며, 총 5개항으로 이뤄진 이 발표문을 보면 방일과는 전혀 다른 방한의 목적을 파악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일본-이탈리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정치·안보였다면, 한국-이탈리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기술·경제다. 총 5개항으로 구성된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일본과 핵심적으로 논의된 정치·안보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항목은 국제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의 마지막 5항인데, 내용은 단 2줄이다. 그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와 향후 한국과 G7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형식적인 내용에 그치고 있다. 이에 공동언론발표문의 구체적인 내용과 양을 고려하면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협력은 아래 2항~4항이다.
2. 경제, 교역 그리고 투자 협력 (Economy, Trade and Investments )
3. 과학, 기술, 그리고 고등교육 협력 (Science, Technology and Higher Education)
4. 문화, 관광 그리고 인적교류 협력 (Culture, Tourism and People-to-People Exchanges)
위 3항과 4항 또한 양국 사이의 중요한 협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탈리아의 대중국 외교의 관점에서 핵심은 경제 안보의 성격을 담은 2항이다. 2항에 따르면, 양국은 4대 핵심 분야(key sectors)로 1) 인공지능, 2) 항공 우주, 3) 반도체, 그리고 4) 핵심 원자재를 제시하고 있다. 이 4가지 분야는 향후 먹거리이자 첨단 산업의 토대가 되는 분야들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과 반도체는 제조산업의 경쟁력과 기술 패권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항공 우주 분야는 민간은 물론 방위산업에서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고, 핵심 원자재는 모든 고부가 제조의 시작으로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된다. 결국 양국이 제시한 이 4대 핵심 분야의 협력이 의미하는 바는 표면적으로는 기술협력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급망과 경제 안보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이 4대 핵심 분야와 함께 같은 2항에서 양국이 합의한 협력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국은 지난 2023년 체결한 산업협력 양해각서(MOU)를 기반으로 이번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반도체 분야의 추가적 양해각서를 통해 민간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공동언론발표문은 현재 한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배터리, 반도체 등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다자 협의체인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양국이 제시한 특정 산업 분야의 핵심 광물은 단일 양자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다자간 협의 구조를 제도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탈리아가 이번 방한을 통해 실질적으로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위에서 살펴본 기술·경제 협력의 내용은 이탈리아가 중국과의 일대일로 탈퇴 이후 대중 공급망과 기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국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한국-이탈리아 정상회담의 공동언론발표문은 양국이 교역을 확대하는 데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안보에 핵심이 되는 분야의 협력에 그 핵심이 있다.
이는 최근 국제 관계에서 특정 국가의 의존을 최소화하면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전형적인 전략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입장에서는 2019년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가 국제정치적으로 상징성이 큰 외교적 전환이었으나 불과 5년 만에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안보적 측면에서 상당한 우려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도체·배터리, 광물·제조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매력적인 파트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한국-이탈리아의 협력은 멜로니 총리의 기민하고 실용적인 외교적 행태와 잘 부합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2022년 취임한 멜로니 총리는 자신의 전임 총리가 체결한 일대일로 참여를 철회하면서 바로 중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시진핑 주석과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정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자칫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멜로니 총리는 중국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대일로의 탈퇴로 야기될 수 있는 공급망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한번 멜로니 총리는 무려 19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멜로니 총리의 방한을 두고 한국 언론들은 '이번 방한은 단순히 19년 만이다' 혹은 '멜로니 총리의 딸이 K팝 팬이다'라는 기사들을 보도한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19년 만에 방문했는지를 이탈리아의 대아시아 외교와 그녀가 보여주는 실용적 외교의 맥락에서 분석이 필요하다.
멜로니 총리는 중국을 매개로 일본의 손을 슬쩍 들어주면서 일본과의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이끌어 냈다. 이는 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러난 유럽연합과 나토의 종이 호랑이의 모습과 최근 트럼프의 돌발행동으로 G7, NATO 등과 같은 국제기구가 아닌 개별 국가의 실질적인 힘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멜로니는 일본을 통해 자국의 군사력을 증강하고자 한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중국과의 일대일로 종료 후 야기되는 기술·경제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탈리아 총리로는 19년 만에 한국행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번에 이탈리아가 한국과 체결한 주요 기술·산업 협력의 분야가 AI, 항공우주, 반도체, 핵심 원자재(critical raw materials)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한국을 교역 상대국이 아닌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중요한 파트너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관계에서 한국이 중요한 변수로 역할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다. 실제 외교 현장에서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영업사원 역할을 하는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잘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정치적 노선은 다르지만 실용적 외교를 펼치는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와 대한민국의 이재명 대통령 사이의 외교를 지켜보는 것 또한 앞으로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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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총리와 이탈리아의 대중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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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안보 중심의 일본-이탈리아 정상회담
일본-이탈리아 정상회담의 성격은 이탈리아 외교부가 공식 발표한 공동선언(Joint Statement)에 잘 드러난다. 공동선언문 2항에서 양국은 공식 외교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한 뒤, 3항부터 구체적인 협력을 나열하고 있다. 여러 협력을 나열하고 있으나 군사를 중심으로 한 정치·안보가 핵심이다.
항목별로 보면 3항~5항이 군사안보 협력을, 14항~15항이 지역정세에 대한 양국의 공동입장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3항은 아래와 같다.
3. 양국 정상은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을 보장하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겠다는 결의를 재확인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과 '글로벌 지중해(Global Mediterranean)' 간의 협력을 한층 더 증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양측은 유로-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공동 인식을 다시 확인했다(They reaffirmed their shared recognition that the security of Euro-Atlantic and Indo-Pacific is strongly interrelated). 이러한 맥락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올해 이탈리아 해군 함정의 일본 방문 계획을 환영했다.
기본적으로 3항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지중해 지역에서 양국의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이며, 구체적으로 올해 이탈리아의 해군 함정이 일본에 방문하는 계획까지 있음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공동선언은 양국의 입장이 동시에 반영되는 것으로 구체적인 문구를 보면 각각의 입장과 목적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은 인도-태평양을, 이탈리아는 지중해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과 이탈리아가 안보적 관점에서 어디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유럽-대서양의 안보와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양국의 인식은 일본과 이탈리아가 모두 미국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탈리아는 대서양(atlantic)을, 일본은 태평양(pacific)을 강조하며 양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축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간 일본이 보인 외교적 행태를 고려하면 이 같은 입장이 당연하게 보이지만, 만약 이탈리아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에서 탈퇴하지 않았다고 하면 함정을 일본으로 보내거나 공동선언에서 중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이러한 문구를 채택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공동선언문의 조항 중에서 가장 긴 14항은 국제 정세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다루고 있는데 이 조항에서 중국에 대한 입장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14. 양국 정상은 또한 상호 관심이 있는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 아울러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양국 정상은 무력이나 강압을 통해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하며, 해양과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규율하는 법적 틀인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보편적이고 통일된 성격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위 14항에서 다루고 있는 지역 정세는 우크라이나, 동중국해, 남중국해, 북한, 그리고 중동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입장을 보인 부분이 바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부분이다. 이는 분명하게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이러한 문구를 삽입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은 일본이 아닌 이탈리아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공동선언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일정 부분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면서 얻은 외교적 유연성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외교적 유연성을 통해 실제로 이탈리아가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군사·안보적으로 얻고자 했던 것은 4항과 5항에 잘 드러난다. 4항에서는 양국이 지난 2025년 9월 발효한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5항에서는 이탈리아, 일본 그리고 영국 3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GCAP)의 원활한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전자는 양국의 합동훈련은 물론 상호 군수 물자의 운용 인프라를 의미하고, 후자는 단순히 전투기가 아니라 공군 체계를 함께 개발하는 것으로 항공 전력개발 프로젝트다.
결국 이탈리아는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과의 군사·안보 협력을 통해 유럽 내에서 이탈리아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이번 방일의 핵심이다. 이는 그간 멜로니 총리가 보인 외교적 노선과도 일치한다. 유럽 공동체, 규범 및 제도를 중시하는 유럽주의자가 아닌 멜로니는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으로 자국의 이익과 영향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방일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경제 중심의 한국-이탈리아 정상회담
▲ 이재명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9일 청와대에서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2026.1.19
ⓒ 연합뉴스
다음으로 한국-이탈리아 정상회담의 성격은 이탈리아 외교부가 공식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Joint Press Statement)에 잘 드러난다. 이탈리아가 일본과 발표한 공동선언과 달리 한국과는 공동언론발표문의 형태를 보였으며, 총 5개항으로 이뤄진 이 발표문을 보면 방일과는 전혀 다른 방한의 목적을 파악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일본-이탈리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정치·안보였다면, 한국-이탈리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기술·경제다. 총 5개항으로 구성된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일본과 핵심적으로 논의된 정치·안보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항목은 국제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의 마지막 5항인데, 내용은 단 2줄이다. 그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와 향후 한국과 G7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형식적인 내용에 그치고 있다. 이에 공동언론발표문의 구체적인 내용과 양을 고려하면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협력은 아래 2항~4항이다.
2. 경제, 교역 그리고 투자 협력 (Economy, Trade and Investments )
3. 과학, 기술, 그리고 고등교육 협력 (Science, Technology and Higher Education)
4. 문화, 관광 그리고 인적교류 협력 (Culture, Tourism and People-to-People Exchanges)
위 3항과 4항 또한 양국 사이의 중요한 협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탈리아의 대중국 외교의 관점에서 핵심은 경제 안보의 성격을 담은 2항이다. 2항에 따르면, 양국은 4대 핵심 분야(key sectors)로 1) 인공지능, 2) 항공 우주, 3) 반도체, 그리고 4) 핵심 원자재를 제시하고 있다. 이 4가지 분야는 향후 먹거리이자 첨단 산업의 토대가 되는 분야들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과 반도체는 제조산업의 경쟁력과 기술 패권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항공 우주 분야는 민간은 물론 방위산업에서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고, 핵심 원자재는 모든 고부가 제조의 시작으로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된다. 결국 양국이 제시한 이 4대 핵심 분야의 협력이 의미하는 바는 표면적으로는 기술협력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급망과 경제 안보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이 4대 핵심 분야와 함께 같은 2항에서 양국이 합의한 협력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국은 지난 2023년 체결한 산업협력 양해각서(MOU)를 기반으로 이번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반도체 분야의 추가적 양해각서를 통해 민간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공동언론발표문은 현재 한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배터리, 반도체 등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다자 협의체인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양국이 제시한 특정 산업 분야의 핵심 광물은 단일 양자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다자간 협의 구조를 제도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탈리아가 이번 방한을 통해 실질적으로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위에서 살펴본 기술·경제 협력의 내용은 이탈리아가 중국과의 일대일로 탈퇴 이후 대중 공급망과 기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국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한국-이탈리아 정상회담의 공동언론발표문은 양국이 교역을 확대하는 데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안보에 핵심이 되는 분야의 협력에 그 핵심이 있다.
이는 최근 국제 관계에서 특정 국가의 의존을 최소화하면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전형적인 전략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입장에서는 2019년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가 국제정치적으로 상징성이 큰 외교적 전환이었으나 불과 5년 만에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안보적 측면에서 상당한 우려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도체·배터리, 광물·제조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매력적인 파트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한국-이탈리아의 협력은 멜로니 총리의 기민하고 실용적인 외교적 행태와 잘 부합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2022년 취임한 멜로니 총리는 자신의 전임 총리가 체결한 일대일로 참여를 철회하면서 바로 중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시진핑 주석과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정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자칫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멜로니 총리는 중국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대일로의 탈퇴로 야기될 수 있는 공급망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한번 멜로니 총리는 무려 19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멜로니 총리의 방한을 두고 한국 언론들은 '이번 방한은 단순히 19년 만이다' 혹은 '멜로니 총리의 딸이 K팝 팬이다'라는 기사들을 보도한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19년 만에 방문했는지를 이탈리아의 대아시아 외교와 그녀가 보여주는 실용적 외교의 맥락에서 분석이 필요하다.
멜로니 총리는 중국을 매개로 일본의 손을 슬쩍 들어주면서 일본과의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이끌어 냈다. 이는 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러난 유럽연합과 나토의 종이 호랑이의 모습과 최근 트럼프의 돌발행동으로 G7, NATO 등과 같은 국제기구가 아닌 개별 국가의 실질적인 힘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멜로니는 일본을 통해 자국의 군사력을 증강하고자 한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중국과의 일대일로 종료 후 야기되는 기술·경제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탈리아 총리로는 19년 만에 한국행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번에 이탈리아가 한국과 체결한 주요 기술·산업 협력의 분야가 AI, 항공우주, 반도체, 핵심 원자재(critical raw materials)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한국을 교역 상대국이 아닌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중요한 파트너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관계에서 한국이 중요한 변수로 역할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다. 실제 외교 현장에서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영업사원 역할을 하는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잘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정치적 노선은 다르지만 실용적 외교를 펼치는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와 대한민국의 이재명 대통령 사이의 외교를 지켜보는 것 또한 앞으로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